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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조지아(Georgia)

D+121, 조지아 트빌리시 1: 예레반(Yerevan)에서 다시 트빌리시(Tbilisi)로 (20190315)

경계넘기 2019. 4. 5. 22:09

자유광장

 

 

예레반(Yerevan)에서 다시 트빌리시(Tbilisi)로

 

 

드디어 예레반을 떠나서 트빌리시로 가는 날이다.

 

한 보름 정도 지낸 예레반에 많이 정이 들었나 보다.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짐을 대충 싸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어제 온 한국인 여행객이 나온다. 같이 여행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패트릭이 나오더니 커피 한 잔 하겠느냐며 묻는다.

고맙다고 했더니, “너 진짜 시간 괜찮은 거야!”하고 되묻는다.

이놈이 왜 이러나 하고 다시 시계을 들여다보니 9시 반이 훌쩍 넘었다.

 

터미널에서 10시 반 버스이니 늦어도 9시 반에는 나갔어야 했다. 서둘러 내가 먹은 식기들을 씻으려 하니 한국인 여행객이나 패트릭이나 그냥 놔두고 어서 준비하고 가란다. 고맙다. 짐을 메고 같이 지낸 숙소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한다. 잠깐이지만 정이 많이 든 친구들이다.

 

택시를 탈 정도의 시간은 아닌 것 같아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급하면 머피의 법칙이 어김없이 작동한다. 잘 오던 버스들이 오질 않는다. 시간을 보면서 택시를 타야하나 망설일 즈음 버스가 다가 온다. 다행히 넉넉히(?) 터미널에 도착한다. 밴은 오늘따라 만차다. 그래도 이곳에서 출발하는 차는 사람을 낑겨 태우지는 않는다. 사람이 차자 버스는 15분 일찍 출발한다.

 

내가 늦었다면 이 차는 나를 기다렸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태우고 가버렸을까?

 

아침부터 흐렸지만 가는 길은 더욱 장난이 아니다. 트빌리시(Tbilisi)에서 예레반(Yerevan) 올 때에도 눈이 오고 난리였는데 이번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가끔 비도 내리고. 일주일 사이 날씨가 따뜻했다 싶었는데 세반 호수(Sevan Lake) 근처도 눈이 많이 녹았다. 지난주 이곳을 올 때만 해도 도로 옆으로도 눈이 쌓여 있었는데 말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가는 실선뿐
안개가 자욱한 아르메니아 길

 

아르메니아 출국심사를 하는데 심사관이 별 이상한 것을 묻는다.

 

너 어디서 태어났냐?”

뭐라고?”

서울에서 태어났냐?”

, 서울

종이에 써서 보여주며

서울 스펠링이 ‘Soul’이 맞냐?”

그 종이 받아서 다시 써주면서

아니야, ‘Seoul’이야

그래, 근데 너 칠레 간적 있냐?”

칠레?”

, 칠레!”

아니 없는데

그래..... 알았어

 

도장 꾹.

 

세상에 내 태어난 고향은 왜 묻고, 서울의 스펠링은 왜 묻고, 도대체 칠레 갔냐는 왜 묻는 것인지. 뭔, 맥락이 있어야지. 국경을 많이 넘어봤지만 이런 질문들을 하는 출입국 직원은 처음 봤다. 한가해서 그렇다기에는 내 뒤에 줄이 길었다. 사실 이 출입국 직원이 컴퓨터에 내 여권을 입력하면서 처음에는 의자에 기대앉아 있다가 갑자기 허리를 세우더니 모니터로 얼굴을 드미는 것을 봤었다. 뭔가 이상한 기록이라도 떴다는 듯이 한참을 찬찬히 보더니,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긴장했다.

 

반면에 조지아 입국장은 갈 때나 들어올 때나 언제나 친절하다.

 

이번에는 출입국 직원이 여자였는데 계속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세상의 모든 출입국 직원들이 이 직원만 같다면 전세계 여행객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오후 2시에 국경에 도착해서 출입국 심사 모두에 1시간 정도 걸렸다. 어느 나라든 나갈 때는 널널하지만 들어올 때는 다소 까다롭다. 이곳 국경도 나갈 때는 짐을 차에 두고 심사를 받았는데 들어올 때는 자기 짐을 지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조지아 국경

 

오후 3시에 모든 수속이 끝나고 다시 트빌리시를 향해 달린다.

 

날씨만 좋았다면 조금 일찍 국경에 도착했을 터인데 안개가 많이 끼어서 차가 제 속도를 못 냈다. 그래도 우리 기사는 곳곳에서 추월과 과속을 일삼았다.

 

5시에 트빌리시의 아브라바리(Avlabari)역에 도착한다.

 

예약한 숙소는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곳. 찾아갔는데 3층 침대에 3층을 주면서 침대 층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단다. 부킹닷컴에는 전혀 그런 고지가 없었다. 평점이 높아서 믿고 왔는데 조금 황당하다.

 

아브라바리 역 앞 예레반 가는 차 타는 곳

 

호스트가 친절은 한데 조금 사기성이 있어서 나중에 확인해보니 조지아인이 아니라 이집트인이다. 선입견을 안 가지려 하지만 그 호스트를 보고 인도인이나 이집트인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시 방을 구하려 하니 조금 막막하다. 여행책도 없고 정보도 없다. 일단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를 찾는 게 우선이다.

아브라바라 역에서 올드시티(old city)가 멀지 않아서 걸어간다. 올드시티 초입의 한 카페에서 숙소를 찾는다.

 

올드 타운 초입 광장. 우측에 보이는 Cafe Art Mone.

 

카페를 찾을 때 조지아인의 잔잔한 친절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올드시티 초입에는 관광이나 식당을 호객하는 일명 삐끼들이 많았다. 물론 인도나 여타 국가처럼 극성스럽지는 않다. 여행 팜플렛을 나에게 건네주던 한 여자분에게 근처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를 물어보니 한 남자를 불렀다. 이 친구의 카페가 와이파이가 된다는 것이다.

 

이 친구도 길에서 카페 손님을 호객하던 친구인지라 비싼 곳 안내받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갑자기 카페 입구에 서더니 대뜸 이곳에서도 와이파이가 가능하다고 말을 한다. 내가 왜 안 들어가냐고 하니 이 친구 말이 와이파이만 필요하다면 굳이 들어갈 필요 없이 자기가 비번을 알려줄 터이니 여기서 이용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와이파이만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차도 한 잔 하려는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묻는다. 이런 친구를 두고 바가지 쓰는 것 아닌지를 먼저 걱정했다. 쉬어 갈 겸 들어간다고 했다.

 

카페 이름은 Cafe Art Mone. 올드 타운 초입 광장에 있는 카페라 가격이 비쌀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리 비싸지 않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세금 포함해서 4라리 정도. 발코니에도 좌석이 있는데 항상 사람들로 차 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올드시티 광장의 풍경이 좋을 듯하다.

 

다시 구한 숙소는 예레반에서 만난 일본인 여행객 카타가 소개해 준 곳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일단 저녁도 가까워지니 그곳으로 정했다. 그렇다고 가깝지는 않다.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다.

 

숙소 가는 길은 올드시티를 관통해서 자유광장(Liberty Square)을 지나 트빌리시 오페라하우스, 정확한 명칭은 트빌리시 오페라 & 발레 극장(Opera and Ballet Theatre of Tbilisi) 근처까지 가는 길이다. 이 길은 조지아의 유명한 시인의 이름을 따서 루스타벨리(Rustaveli) 길이라고 하는데 트빌리시의 메인 도로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걸어오면서 트빌리스의 주요 볼거리는 다 본 것 같다.

 

루스타밸리(Rustaveli) 길
루스타벨리 길
트빌리스의 언덕길
숙소가 있는 골목길

 

그러고 보니 트빌리시가 두 번째다. 

비록 지난번에는 채 한 시간도 머물지 못했었지만.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