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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아르메니아(Armenia)

D+105, 아르메니아 예레반 1: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 거쳐 아르메니아로(20190227)

경계넘기 2020. 7. 22. 12:41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에서 조지아(Georgia) 거쳐 아르메니아(Armenia)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서 야간 국제열차를 타고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로 가는 길이다. 

 

문 달린 2등 칸, 4인실 객실에 단 두 명뿐이라 편하게 가나 했더니만 옆자리 친구의 코고는 소리에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객실이 좁은 방이라 울려서 더욱 시끄럽다. 쉬지 않고 코를 골아 대는 이 친구 점점 나의 인내심을 바닥으로 몰고 간다. 새벽 4시쯤 일어나 화장실 가는 길에 아예 세면까지 해버렸다.

 

 

 

 

국제열차 객실 안에서 출입국 심사를 모두 받는다

 

 

 

아침 7시에 역무원들이 문을 두드리면서 사람들을 깨우고 다닌다. 국경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금 있다가 영어를 하시는 분이 오시더니 곧 국경에 도착하니 자지 말고 자리에서 대기하란다. 화장실도 곧 잠그니 볼 일 있으면 지금 보라는 말도 덧붙인다.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 역무원이신데 어제부터 참 친절하시다.

 

객실에 않아 있으니 군복을 입은 친구가 오더니 여권을 일괄적으로 수거해 간다.

 

아제르바이잔 출국 심사인가 보다. 수거하면서 내 얼굴을 여권 사진과 확인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이 친구가 지나가자 또 다른 군복을 입은 친구가 오더니 세관 신고서를 수거하면서 내 짐을 확인한다. 배낭을 열어봐 달라고 하지만 대충 한 번 보고 만다.

 

10분 정도 지나니 역무원이 다른 객실을 가리키며 가보라고 한다. 같은 차량의 한 객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도 군복 입은 친구가 이동식 장비를 가지고 출국 심사를 한다. 어디 가냐고 한 번 묻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는 여권에 도장 찍고 끝. 뭔가 복잡한 듯하면서도 간단하다. 어찌되어든 내리지 않고 객차 안에서 출국 심사를 하니 편하긴 하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태국에서 말레이시아 넘어갈 때 기차를 타고 넘어가긴 했다. 하지만 그 열차가 도착한 도시는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공유하는 국경 도시인지라 그냥 국경에서 내렸다고 보는 것이 편하다. 그러니 제대로 된 국제 열차는 이게 처음이다. 그것도 한 나라의 수도에서 다른 나라의 수도를 연결하는.

 

815분에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야 모든 승객들의 출국 심사가 끝났나 보다. 출국 심사 하는데 4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만석이면 더욱 오래 걸리겠지. 이제는 내 여행의 아홉 번째 국가인 조지아로 들어간다. 이미 동이 터서 창밖이 환히 보인다. 멀리 길게 산맥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평야지대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황량하다. 예쁘다고 말하긴 어려운 풍경이다. 기차는 매우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그렇지만 곧 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기차의 진동이 심한 것을 보면 기찻길에 대한 개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보다. 버스처럼 기차 안에서 책을 보려면 어지러움이 좀 느껴질 정도다. 그런 점에서는 태국의 열차와 많이 비슷해 보인다.

 

지금 창밖 풍경을 보면서 글을 쓰고 있다.

 

내 객실에 같이 있었던 코 골던 친구는 옆방의 친구들과 함께 출국 심사를 받던 그 역에서 내렸다. 트빌리시(Tbilisi)에는 가지 않나 보다. 그놈 덕에 비싼 돈 주고 4인실 타서 더 고생만 했다. 아무도 없는 4인실 객실에서 노트북을 꺼내 놓고 글을 쓰고 있으려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 커피 한 잔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조지아도 열차의 객실 안에서 입국 심사를 한다.

 

조지아(Georgia) 국경을 넘은 것인지 여전히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인지 궁금할 찰라 어느 한 작은 역에 기차가 멈췄다. 시계는 오전 840분을 가리킨다. 객실 쪽 창문에서는 국경을 넘은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복도 쪽으로 나가서 창밖을 보니 역 앞에 휘날리는 국기가 아제르바이잔의 그것과 다르다. 조지아 국기가 분명하다. 국경을 넘은 것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확인하니 Gardabani Railway로 나온다. 여기가 국경 검문소가 있는 첫 역인가 보다. 옆으로 지나가는 기차들이 모두 낡았다. 우리 70, 80년대 달렸던 비둘기호나 통일호 열차를 보는 것 같다.

 

아니다 다를까 조지아 국경 직원이 올라오더니 여권을 일괄적으로 걷어 간다. 내 여권을 보고는 ‘Korea?’라고만 묻는다. 이어서 세관 직원들이 복도를 오가면서 검사를 하는데 개인 짐을 체크하지는 않는다. 금속 탐지기 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던 세관 직원이 복도 바닥 뚜껑 아래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듯하다. 뚜껑을 열고 웬 박스 하나를 꺼내 뜯어본다. 뭔가 걸렸나 싶었는데 물건만 확인하고 다시 넣는다. 큰 문제는 아닌가 보다. 그런데 왜 저런데 물건을 넣어 두었지?

 

돌아다니던 한 여자 세관 직원은 나에게 두어 가지 질문도 한다. 여행이냐고, 그리고 트빌리시에 며칠 정도 묵을 예정이냐고. 나만 묻는 것인지 알았는데 칸칸마다 돌아다니며 물어본다. 여권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간 이상 누군지도 잘 모를 텐데, 원래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심심해서 하는 것인지 그 속내를 모르겠다. 그냥 이것도 입국 심사의 하나인가 싶다.

 

하늘은 짙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조지아도 흐리다. 방금 전에는 차창 유리에 비 몇 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캅카스(Kavkaz, 영어명 코카서스(Caucasus)) 3국의 겨울 날씨는 이렇게 칙칙한가 보다.

 

915분에 세관 직원이 걷어갔던 여권을 돌려준다. 조지아에서는 더 간단히 입국 심사가 끝났다. 입국 심사관의 얼굴도 안보고 입국 심사를 한 적은 처음이다. 국경 직원이 “welcome to Georgia!”라는 말과 함께 여권을 돌려준다.

 

요즘은 여권에 도장을 뒤에서부터 찍는 것이 유행인가? 원래 베트남이 주로 하던 방식인데, 이번에 동남아를 거칠 때에는 모든 동남아 국가들이 하나 같이 여권의 맨 뒷장에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아제르바이잔에 이어 조지아도 여권 뒷장부터 도장을 찍는다. 여권을 새로 바꾼 터라 여권 앞은 너무도 깨끗하다.

 

입국 도장을 보니 Gardabani로 찍혀 있다. 구글이 정확히 위치를 확인한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출국 심사 1시간 남짓, 조지아 입국 심사 한 시간 남짓, 합쳐서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물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걸리겠지만. 2시간 동안 거의 꼼짝 없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니 지겨울 것 같다. 화장실도 갈 수 없고. 그나마 난 아무도 없는 객실에서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조금 불편해서 그렇지 내려서 직접 입출국 심사를 하는 것이 스릴도 있고,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운동도 되고.

 

 

세계여행의 아홉 번째 국가 조지아 입성

 

 

 

드디어 이번 여행의 아홉 번째 국가 조지아에 들어왔다.

한국은 조지아에 일 년 무비자지만 아쉽게도 오늘 바로 아르메니아(Armenia)로 넘어간다.

 

트빌리시(Tbilisi) 가는 길도 황량하다. 폐허가 된 집들과 공장은 왜 이리 많은지. 거대한 고철 폐기장도 보이고, 공동묘지도 나온다. 특이한 것은 산에 나무가 거의 없다는 것. 마치 메마른 사막을 보는 것 같다. 조지아도 구소련의 연방을 이루던 국가. 구소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듯하다.

 

기차도 정말 천천히 달린다.

 

덕분에 기차는 2시간 남짓 연착되어 오전 1035분에 트빌리시 중앙역에 도착한다. 바쿠에서 저녁 840분에 출발했으니 꼬박 14시간 걸렸다. 하지만 기차가 제대로 달린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표에는 트빌리시 도착 시간이 아침 855분으로 찍혀 있다. 12시간 15분 걸린다고 바쿠역 전광판에도 나와 있었다.

 

바쿠(Baku)에서 트빌리시 가는 기차는 좀 이상했다. 새벽 5시쯤에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가지 않고 정차해 있었다. 처음에는 단선이라 지나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나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경험상 새벽 일찍 국경에 간 차량들이 국경 검문소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딱 그 짝이었다.

 

출입국 과정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입국 심사가 끝나고 트빌리시 오는 길에도 기차는 정말 천천히 달린다.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바로 아르메니아 예레반으로

 

 

 

조지아 중앙역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

 

제대로 도착했다면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Yerevan)에 가는 버스를 아블라바리(Avlabari)역에 가서 타려고 했다. 중앙역에서 지하철로 2정거장 거리에 있다. 블로그들에 의하면 그쪽에서 출발하는 차들이 시간도 정확이 엄수하고 차도 좋다고 한다.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사람 찰 때까지 기다리고 차도 나쁘고 기사도 엉망이고 등등 좋은 말이 없었다. 가격은 같은데도 말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쪽은 예약을 받기 때문에 지금 간다고 좌석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일찍 도착했다면 갔다가 자리가 없으면 다시 이쪽으로 와서 타면 되지만 지금 이 시각에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가는 예레반에 못 갈 공산이 컸다.

 

그냥 이곳에서 타기로 한다. 중앙역 바로 옆의 지하철역이 있는 스테이션 스퀘어(Station Square) 앞에 버스들이 많이 서 있다. 가서 물어보니 예레반 가는 버스는 여기에 없단다. 그곳에 있는 다른 기사들도 예레반 가는 버스는 여기에 없다고 한다. 분명이 블로그에서는 여기서 타고 갔다고들 하던데. 비수기라 없어진 것인가?

 

어쩔 수 없이 아블라바리역으로 가려고 하는데 시내버스들이 서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혹시 몰라서 시내버스 기사에게 예레반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으니 손가락으로 중앙역을 가리키며 그 앞으로 가란다. 역 앞으로 가니 거기도 버스들이 서 있다. 사실 역에서 내리면 중앙역과 스테이센 스퀘어 건물 사이의 출구로 나온다. 역으로 나왔다면 바로 봤을 터다. 블로그에서 말한 카라반이 보인다. 다가가서 예레반이라 말하니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무척 반긴다.

 

알고 보니 나 아니었으면 달랑 2명 태우고 예레반에 갈 뻔 했나 보다. 아니면 안 가든지. 마침 내가 간다고 해서 출발하는 것 같다. 타자마자 여자 2명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을 태운 밴이 바로 출발한다. 오전 11시다. 블로그에 의하면 다 탈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는데 얄짤없이 출발한다.

 

여하튼 난 조수석에 타고 진짜 편하게 간다. 혹시 다른 곳에 들러서 다른 손님들을 더 태우나 싶었는데 바로 트빌리시를 빠져 나간다. 땡잡은 기분. 너무 편하게 간다. 요금은 35라리.

 

1시간 30분을 달려 12시 반에 조지아 국경 검문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도 출국 심사는 간단히 끝났다.

 

 

 

아르메니아 입국 심사할 때는 태국처럼 각자의 짐을 차에서 내려서 들고 가야 한다. 짐도 엑스레이 검사를 한다. 그 외에는 아르메니아 입국 심사도 금방 끝난다.

 

한국은 무비자 국가가 많아서 정~~~말 어디가나 편하다. 아제르바이잔 입국 기록이 있어서 딴지를 걸렸나 싶었는데 별다른 말은 없다. 다만 입국 심사관이 여권을 스캔하는데, 보고 있자니 출입국 도장이 찍혀 있는 모든 페이지를 스캔한다. 여기만 그러는 것인지 다른 곳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옛날 여권이었으면 엄청 오래 걸렸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지 국경 하나 건너 것뿐인데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트빌리시에서 아르메니아 국경까지 조지아의 풍경은 나무가 없는 황량한 산야의 단조로운 풍경이었다면 아르메니아의 풍경은 나무도 많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조지아에서는 꾸벅꾸벅 졸면서 왔다면 여기서부터는 풍경 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더욱이 버스가 고도를 높이니 모든 산야가 눈밭으로 변한다.

 

중간에는 눈보라도 한 동안 내렸다. 아르메니아는 완전한 겨울이다. 겨울을 피해 다니려 했는데 오히려 봄의 문턱인 2월 말에 제대로 눈을 본다. 바쿠에서 잠깐 맛을 본 것이라면 여기는 그냥 한 겨울의 설경이다.

 

 

 

국경을 넘으니 바로 달라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도로의 상태. 이번에는 반대다. 조지아의 길은 그런대로 도로 포장이 괜찮았는데 아르메니아의 도로는 누더기 길도 이런 누더기 길이 없다. 곳곳에 누더기처럼 땜빵이요, 곳곳이 패여 나간 곳이라 차가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다. 산도 많이 험해져서 꼬불꼬불한 길에 도로 포장마저 엉망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세반 호수(Sevan Lake)에서 예레반까지는 길이 좋다.

거의 고속도로 수준. 차가 제 속도를 내니 금방 도착하다.

 

 

 

예레반 시내로 들어오니 눈이 보이질 않는다. 

바로 직전까지 눈밭이었는데.

 

 

 

버스가 선 곳은 숙소에서 4km 조금 넘게 떨어진 곳이다. 추울 줄 알았는데 그리 쌀쌀하지 않다. 숙소까지는 걸어가기로 한다. 어차피 아르메니아 돈도 없다. 구글을 통해 확인해보니 숙소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1시간 안팎의 거리는 그냥 배낭 메고 그냥 걸었다. 걸어서 1시간 안팎의 거리는 대략 4~5km. 걸으면서 주변의 거리를 눈에 담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는 길에 ATM이 보여서 현지 돈도 찾는다.

 

돈이 생기니 배가 고파진다. 저렴한 케밥 집이 보여서 출출한 배도 채운다. 넓은 절편 같은 것에 싸서 주는데 크기도 크고 맛도 좋긴 한데, 야채로 고수가 많이 들어가는 바람에 그 맛이 많이 반감되었다. 캅카스 3국도 정말 고수를 좋아하나 보다. 현지 요구르트도 하나 사서 먹었는데 뭔 맛인지 모르겠다.

 

 

 

저녁 7시 가까이 되어서 숙소에 도착한다.

오늘 도미토리 방은 나 혼자 쓴단다. 기차에서 자느라 피곤했는데 감사한 일이다.

 

샤워하고 근처 마트에 가 본다. 물가가 바쿠보다는 살짝 비싸 보인다. 바쿠에 비해 싼 것이라고는 수입 맥주 정도. 너무 싼 바쿠에 있다 왔더니 안 싼 곳이 없다. 물론 바쿠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 

 

어제와 오늘, 국경 2곳을 돌파하면서 계획대로 무사히 예레반에 도착했다. 피곤은 하지만 뿌듯하기도 하고, 예레반에 대한 설렘도 있다. 일단 생활 물가는 아제르바이잔보다 조금 비싼 것으로.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