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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에콰도르(Ecuador) 19

D+412, 에콰도르 키토 4: 2019년 마지막 날 적도선(위도 00도 00분 00초) 위에 서다(20191231)

이번 여행에서 맞는 두 번째 새해. 첫 번째 새해는 라오스 루앙프라방(Louang phrabang)에서 맞이했었다. 그게 엊그제 같은데. 세계를 떠돌며 보낸 한해라 그런지 더욱 빠른 것 같다. 이제 햇수로는 3년째 여행이다. 이제 막 자정을 넘긴 시간, 그러니까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온 시간 지금 밖은 폭죽 터트리는 소리로 무척이나 시끄럽다. 저녁 8시가 넘어서 혹시 신년 축제나 행사가 있을까 싶어서 중심가를 뱅뱅 돌아다녔을 때에는 썰렁하기만 하더니만, 이 폭죽은 어디서 터트리는 것인지. 다시 나가보고 싶지만 귀찮다. 집 옥상들에서 터트리겠지...... 2019년은 오롯이 해외에서 여행을 하면서 보냈다면 오는 2020년에는 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한다. 과연 여행을 마치고 난..

D+411, 에콰도르 키토 3: 볼 것 없는 키토(Quito)의 신시가지(20191230)

2019년도 이제 오늘, 내일 이틀 남았다. 이곳보다 13시간이 빠른 한국은 이미 2019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시각이 저녁 10시 40분이니 나도 1시간 20분 후면 올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게 된다. 그만큼 소중한 날인데 오늘 내가 간 키토의 신시가지는 어제 간 구시가지와 바실리카 성당(La Bacilica)의 흥미를 이끌지 못했다. 키토의 신시가지는 사실 이게 신시가지인가 싶다. 그냥 깔끔한 현대식 건물들이 있고, 그 만큼의 카페나 레스토랑이 좀 있다는 것이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적인 쇼핑몰과 비스니스 빌딩군이 숲을 이루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시가지라기보다는 개발된 주택가 또는 카페촌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신시가지에 구글맵에서 평점이 꽤 좋은 중..

D+410, 에콰도르 키토 2-2: 바실리카 성당(La Bacilica)과 그곳에서 보는 키토 전경(20191229)

구시가지의 압권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바실리카 성당(La Bacilica). 지금까지 여행 중에 이렇게 흥미 있었던 성당은 처음이었다. 나 같이 성당 구경에 물린 사람이 성당 구경에 거의 반나절이 걸렸으니 말이다. 구시가지에서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실리카 성당이었다. 사람들이 키토의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라 하니 한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생각했었다. 엘 파네시오(El Panecillo) 언덕의 천사상과 함께 조금 높은 언덕에 있는 바실리카 성당도 구시가지 곳곳에서 보였다.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하니 가긴 하지만 성당이 다들 비슷하니 외관이나 구경하고 사진 몇 장 찍을 생각으로 갔는데, 멀리서 보니 성당 탑 위로 사람들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바실리카 성당은 시가지의 좀 높은 언덕..

D+410, 에콰도르 키토 2-1: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 아름답고 활기찬 도시 키토(Quito)(20191229)

위험한 도시로만 알았는데 키토(Quito) 예쁘다. 그리고 정말 활기차고. 도시가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도둑님들도 그렇게 활기찬 것인가! 오늘은 볼거리가 몰려 있는, 숙소가 있는 구시가지와 구시가지 북쪽에 있는 신시가지를 그냥 산책 삼아 편하게 구경할 생각이었다. 키토에서는 특별히 가야할 곳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시가지 자체가 역사 유적지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니 그냥 구시가지만 찬찬히 둘러봐도 키토의 정수를 보는 것과 진배없다. 거기에 신시가지까지 둘러본다면 키토의 과거와 현재를 다 보는 것 아니겠는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다지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던 키토의 구시가지는 생각 이상으로 아기자기하고 예쁘면서 웅장한 도시였다. 왜 유네스코가 에콰도르의 ..

D+409, 에콰도르 키토 1: 바뇨스(Baños)에서 키토(Quito)로(20191228)

바뇨스(Baños)를 떠난다. 바뇨스에서 잘 쉬었다. 특히, 저렴하고 전망 좋은 숙소 잡아서. 더 있고 싶으나 예약이 오늘부터 꽉 차서 어쩔 수 없다. 연말연시는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겐 고달픈 시기다. 9시 조금 넘어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터미널은 10분 거리. 바툐스에서 키토(Quito) 가는 버스는 거의 30분 단위로 있기 때문에 예약은 하지 않았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9시 45분 버스가 있다. 요금은 4.25 달러. 시간은 3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니 1시 반 정도면 키토에 도착할 것 같다. 3~4시간 버스는 동네 마실 가는 기분. 그래도 이 구간이 좀도둑이 많다고 소문 난 구간인지라 짐에 좀 신경이 쓰였다. 바뇨스에서 키토 가는 길은 그냥 완만했다. 주변으로는 푸른 녹음이 이어지지만, 산을 ..

D+408, 에콰도르 바뇨스 12: 아무 것도 안한 바뇨스(Baños)(20191227)

내일 키토(Quito)로 가는데 생각해보니 바뇨스(Baños)에서 한 것이 없다. 오! 하나 있다. ‘세상 끝 그네’에 간 것. 바뇨스가 스페인어로 온천이라는 뜻. 그만큼 이곳에 온천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온천 한 번 가질 않았다. 변명을 대자면 나름 있다. 비가 계속 내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온천은 지난번 ‘세상 끝 그네’에 갔다 오면서 도랑에 빠져 다친 상처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변명이다. 비가 하루 종일 오는 것도 아니고, 가려고만 하면 비옷을 입고라도 갈 수 있다. 며칠 전부터는 상처 난 곳도 대충 아물어서 물에 들어갈 정도는 되었다. 아니면 방수 밴드 붙이고 가도 되고. 진짜 이유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가고 싶은 곳도,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

D+407, 에콰도르 바뇨스 11: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게 힘든 연말연시 성수기(20191226)

세계적으로 2대 여행 성수기가 있다. 7말8초의 여름 성수기와 연말연시의 겨울 성수기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시기에 긴 휴가와 방학을 가지면서 전 세계가 휴가를 즐기는 여행자로 북적이는 시기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겐 이 시기가 춘궁기와 비슷한 시기이다. 모든 여행 물가가 급속히 오르는 시기다. 항공 등의 교통편은 물론이고 숙박, 음식 등도 사정없이 올라간다. 가격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명 여행지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때문에 숙박이나 교통편 등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가 어렵다. 사람이 많다 보니 돈은 돈대로 쓰지만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시기가 이 시기다. 싱글인 나 같은 경우는 이 시기에 절대 움직이질 않는다. 결혼한 사람들에게 휴가를 양보하고 이 시기에 회사나 집에..

D+406, 에콰도르 바뇨스 10: Sunny Christmas in 바뇨스(Banos), 에콰도르(Ecuador)(20191225)

놀라운 일이다. 아기 예수의 힘인가! 일주일 내내 흐리고 비만 오던 날이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쨍하다. 구름이 조금 끼긴 했지만 빨래를 얼른 널어야 할 생각이 들 정도로 햇살이 좋다. 처음 알았다. 내 방 침대로 아침에 햇살이 날아든다는 사실을. 침대에서 게으름을 좀 피우고 싶었지만 침대 위로 쏟아지는 햇살에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내 방이 동향이었군. 그걸 이제 안다.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부터 햇살이 들더니만 오늘은 화창한 날씨를 보여준다. 트레킹이라도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눈이 오지 않는 적도의 나라에서의 크리스마스이니 화이트(white) 크리스마스는 맞지 않고, 계속 비만 내리다 이렇게 햇살이 쨍하고 비취니 써니(Sunny) 크리스마스라고 해야 할 ..

D+405, 에콰도르 바뇨스 9: 메리 크리스마스 from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Ecuador)(20191224)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바뇨스(Baños)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이브(Christmas Eve). 작은 도시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더운 나라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 작년에는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는데 이번에는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다. 다만, 차이가 좀 있다면 베트남에서는 수도인 하노이(Hanoi)에서였다면, 이번은 작은 도시 바뇨스라는 것. 큰 도시에서는 화려함이 있는 대신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면, 작은 도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가 마치 이 동네의 주민인 듯한 느낌이 든다. 가톨릭의 나라 에콰도르인 만큼 이곳의 주민이라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네 성당을 가야하지 않을까! 저녁에 바뇨스 중심에 있는 성당으로 갔다. ..

D+ 404, 에콰도르 바뇨스 8: 바뇨스(Banos)의 무진기행(霧津紀行) 그리고 한 통의 국제전화(20191223)

김승옥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 ‘무진기행’이 있다. 무진(霧津)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안개로 유명한 한 도시에서의 여행을 그린 소설. 안개 속의 도시인 무진은 여기서 현실 또는 세속과 떨어진 이상 또는 허무를 상징한다. 지금 바뇨스가 딱 그 소설 속의 도시 같다. 내가 그 소설의 주인공이고. 며칠 계속 비가 내리더니만 오늘 아침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이 모두 안개, 아니 구름에 잠겼다. 딱 마을만 남겨두고 온통 하얀색이다. 구름에 갇힌 기분이 이럴까? 차라리 구름 속에 들어가 있다면 안개가 자욱하다고 표현할 터인데, 이건 내가 있는 마을만 남겨두고 구름이 둘러싸고 있으니 그게 신기하다. 마치 구름이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마을을 숨겨주고 있는 듯하다. 마추픽추가 이러했을까? 이렇게 구름이 마을을 둘러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