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에콰도르(Ecuador)

D+405, 에콰도르 바뇨스 9: 메리 크리스마스 from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Ecuador)(20191224)

경계넘기 2020. 1. 3. 10:02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바뇨스(Baños)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이브(Christmas Eve). 작은 도시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더운 나라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 작년에는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는데 이번에는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다. 다만, 차이가 좀 있다면 베트남에서는 수도인 하노이(Hanoi)에서였다면, 이번은 작은 도시 바뇨스라는 것.

 

큰 도시에서는 화려함이 있는 대신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면, 작은 도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가 마치 이 동네의 주민인 듯한 느낌이 든다.

 

가톨릭의 나라 에콰도르인 만큼 이곳의 주민이라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네 성당을 가야하지 않을까!

 

저녁에 바뇨스 중심에 있는 성당으로 갔다. 크리스마스 이브 미사를 보러 가는 것이다. 역시 크리스마스엔 성당에 가서 예배를 봐야 한다. 이게 몇 년 만의 예배, 아니 미사인지.

 

그런데 이곳의 크리스마스 이브 미사는 좀 색다르다. 먼저 동네의 한 곳에 마굿간을 만들고 아기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동방박사들의 분장을 한 사람들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연출한다. 그리고는 신부의 인도 아래 그곳에서부터 곳곳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거리를 행진한다. 앞에는 악단이 바로 뒤에는 마리아와 동방박사들 그리고 천사 등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그리고 뒤에는 사람들이 그 행렬을 뒤따른다. 물론 앞뒤로는 경찰의 에스코트가 있다.

 

 

 

그 행렬의 마지막 종착점은 성당이다. 행렬은 바로 성당 안으로 들어가고, 찬양을 하면서 그들을 기다리던 신도들은 그 행렬의 도착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의 본 예배를 시작했다.

 

알고 갔던 것은 아니다. 숙소에서 예배 보러 가는 길에 시끄러운 곳이 있어서 가보니 마구간에서 막 아기예수의 탄생을 연출하는 행렬을 볼 수 있었다. 도시가 작으니 볼 수 있는 행운이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곧 마구간 행사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했다. 나 역시 그들을 따라갔다.

 

동네가 작다보니 행렬의 움직임을 보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다. 조금 행렬을 따르다가 먼저 성당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성당은 이미 많은 신자들로 가득해서 앉을 자리는 없었다. 앞으로 가서 음악단이 있는 바로 뒤에 서서 미사를 드릴 준비를 했다. 스페인어의 설교를 들을 수는 없지만 크리스마스 예배는 역시 찬양이 아닌가.

 

성가대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소수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과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연주와 노래는 흥이 있었고 즐거웠다. 기타와 남미의 전통악기가 어우러진 연주 역시 훌륭했다.

 

 

 

조금 있으니 앞서 거리에서 봤던 행렬들이 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성당의 앞쪽에 자리를 잡자 본격적인 미사가 시작되었다.

 

사실 난 기독교 신자. 천주교 예배는 잘 모른다. 미사라고 해야 하는지 예배라고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아닌가. 천주교 신자면 어떻고, 기독교 신자면 어떠하리.

 

조금 있으니 성당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신자들로 가득했다. 그들과 같이 찬양을 드리고 설교를 들었다. 그들과 함께 성수도 맞았다. 처음이다. 성수를 맞은 것은. 신부님이 단상에서 내려 와서 곳곳을 걸어 다니면서 성수를 뿌렸다.

 

남미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아기 예수의 인형을 많이들 가져왔다. 사람들이 그 인형을 높이 들었고, 신부는 그 아기 예수 인형을 향해서 성수를 뿌렸던 것이다.

 

성당에서 찬양과 예배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가장 바람직한 크리스마스 보내기. 성당 즉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 것이 언제 만인지. 언제부터인가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주로 술집이나 클럽에서 보내기 시작했었다.

 

 

 

에콰도르의 작은 도시, 바뇨스에서 난 크리스마스 본연의 의미로 돌아갔다.

 

이래서 작은 도시가 좋다. 나 역시 주민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