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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7, 에콰도르 바뇨스 11: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게 힘든 연말연시 성수기(20191226)

경계넘기 2020. 1. 4. 07:22

 

세계적으로 2대 여행 성수기가 있다. 78초의 여름 성수기와 연말연시의 겨울 성수기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시기에 긴 휴가와 방학을 가지면서 전 세계가 휴가를 즐기는 여행자로 북적이는 시기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겐 이 시기가 춘궁기와 비슷한 시기이다. 모든 여행 물가가 급속히 오르는 시기다. 항공 등의 교통편은 물론이고 숙박, 음식 등도 사정없이 올라간다.

 

가격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명 여행지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때문에 숙박이나 교통편 등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가 어렵다. 사람이 많다 보니 돈은 돈대로 쓰지만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시기가 이 시기다.

 

 

 

싱글인 나 같은 경우는 이 시기에 절대 움직이질 않는다. 결혼한 사람들에게 휴가를 양보하고 이 시기에 회사나 집에 짱 박힌다.

 

지금처럼 장기 여행을 하는 경우에도 성수기에는 최대한 물가 싸고 조용한 곳에서 이 시기를 보낸다. 이번 여행에서도 78초의 여름 성수기에는 7월 한 달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친구 집에서, 그리고 8월 한 달은 이집트 다합(Dahab)에 짱 박혀서 시간을 보내다 9월 초에야 다시 이동을 시작했었다.

 

 

 

작년 연말연시는 동남아에서 보냈는데 제대로 짱 박히질 못했다. 원래는 중국의 윈난에서 연말연시를 보내고 동남아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중국의 인터넷과 크리스마스 통제 등이 너무 심해서 크리스마스 직전에 베트남으로 넘어 왔었다.

 

문제는 겨울, 특히 연말연시가 동남아 건기 시기기 때문에 가장 성수기라는 것. 덕분에 태국 같은 곳에서는 만실인 숙소가 많아서 같은 곳에서도 2~3일애 한 번씩 숙소를 옮겨 다녀야 했다. 좀 쉬어가려고 했던 태국의 람빵(Lampang)에서도, 여행지가 아닌 이 곳에서도, 열흘 정도 묵는데 3번이나 숙소를 옮겼다.

 

 

 

이번 연말연시도 남미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계속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물가가 그나마 저렴한 에콰도르나 콜롬비아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콜롬비아 메데인(Medellin)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일단 콜롬비아는 아니지만 에콰도르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곳 바뇨스(Baños)에서 저렴하고 괜찮은 호텔을 발견해서 크리스마스 시즌을 포함해서 2주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이동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예 연말까지 연장을 하려 했더니 이번 주 토요일부터 예약이 꽉 찼단다. 역시 연말연시 휴가 기간을 바뇨스가 비껴갈 수 없다. 그나마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이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바뇨스에서 시간을 보낸 이유는 이곳 호텔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일박 10달러의 저렴한 비용에 화장실이 딸린 넓은 방을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에서 보는 전망도 좋기 때문이다. 그냥 방에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 호텔에서 더 이상 연장을 할 수 없으니 이곳 바뇨스에 더 있을 이유가 없다.

 

이동을 해야 하는데 문제가 많다. 연말연시에 이동은 이동인구가 많아서 교통편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토요일에 바뇨스를 떠나서 에콰도르의 수도인 키토(Quito)로 갈 생각이다. 바뇨스에서 키토로의 이동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버스로 3시간 정도의 거리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키토 가는 버스가 거의 시간마다 있기 때문이다. 예약도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키토에서 콜롬비아로 넘어가는 것이다. 국경을 넘는 일이라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키토에서 콜롬비아 메데인으로 직접 넘어가는 국제버스가 없기 때문에 끊어 가야 하는데 연말 연시에 이동인구가 많으면 교통편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경 검문소에도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일단 키토로 가서 그곳에서 새해를 맞이할 것 같은데 그 다음 주 한 주까지도 아무래도 연휴 휴가 기간이라 이동이 수월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복잡하고, 위험한 도시인 키토에서 2주 가까이를 묵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물론 묵고 싶다고 해서 묵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숙소에서 연장이 되지 않으면 숙소를 계속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 자체도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지금 상황은 작년 동남아의 연말연시 상황과 비슷해 보여서 조금 걱정스럽긴 하다. 진작 속도를 내서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에어비앤비(Airbnb)숙소를 잡아 한 달 정도 짱 박혀 있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래저래 연말연시, 78초의 성수기는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겐 힘든 시기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