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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23

캅카스(코카서스)의 비극 3: 역사의 아이러니 아라랏산(Mt. Ararat) 그리고 ‘아르메니아 문제(Armenian Question)’

언덕 중턱의 코르비랍(Khor Virap) 수도원 뒤편, 작은 언덕 정상의 바위에 걸터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아라랏산(Mt. Ararat)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정상부엔 여전히 눈으로 덮인 아라랏산의 두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아라랏산과 나 사이에는 평평한 대지만이 있어 가릴 것이 없다. 걸어도 반나절이면 닿을 것 같다. 아르메니아(Armenia)의 수도 예레반(Yerevan)에서 남쪽으로 30km 남짓 내려오면 코르비랍 수도원이 있다. 코르비랍 수도원은 수도원 자체도 좋지만 아르메니아에서 아라랏산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아라랏산(Mt. Ararat). 구약성경 창세기의 노아와 방주 이야기에서 대홍수 끝에 노아의 방주가 닿았다는 바로 그 산이다..

캅카스(코카서스)의 비극 2: 나치 유대인 학살의 교본, 아르메니아 대학살(Armenian Genocide)

나치 유대인 학살의 교본, 아르메니아 대학살(Armenian Genocide)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의 수도 바쿠(Baku)에서 1988년에서 1994년에 있었던 아르메니아(Armenia)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Nagorno-Karabakh War)을 처음 알았고, 호잘리(Khojaly) 대학살과 같은 가슴 아픈 전쟁의 상흔들을 접했다. 역사는 어느 정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쓰게 마련. 아제르바이잔도 전쟁의 한쪽 당사자다. 다른 한쪽의 당사자인 아르메니아가 전하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를 거쳐 아르메니아로 넘어왔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바로 올 수 없었다. 전쟁이 남긴 앙금으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서로 국경을 봉..

D+141, 조지아 바투미 10: 코카서스(Caucasus)의 와인 이야기(20190404)

코카서스(Caucasus, 캅카스)의 와인 이야기 흐리고 비도 내린다.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비가 내리는 바람에 다시 들어온다. 엘리베이터 요금만 날렸다. 이 레지던스 건물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요금을 낸다. 체크인할 때 방 카드와 엘리베이터 카드를 따로 주길래 그냥 방과 엘리베이터 카드를 따로 사용하나보다고만 생각했다. 호텔 등에서는 보안을 위해서 엘리베이터에 방 카드를 대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은 보안을 위해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요금을 내기 위해서 사용한다. 카드에 돈을 충전하고 한번 사용할 때마다 0.2라리씩 나간다. 우리 돈으로는 백 원 조금 안 되는 돈이다. 어느 날 내 카드로 아무리 찍어도 작동이 안 되었다. 가끔 내 카드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으..

D+120, 아르메니아 예레반 15: 오페라와 함께한 예레반(Yerevan)의 마지막 밤(20190314)

오페라와 함께한 예레반(Yerevan)의 마지막 밤 오늘은 예레반(Yerevan)을 정리한다. 내일 보름 가까이 있었던 예레반을 떠나니 정리할 게 많다. 우선 킬리키아(Kilikia) 버스 터미널에 가서 내일 조지아 트빌리시(Tbilisi) 갈 버스를 예약하러 간다. 11시쯤 호스텔을 나섰는데 상쾌한 기분이 든다. 어제와 같은 그런 일상의 기분이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킬리키아 버스 터미널에 가는 길은 이제 훤하다. 걸어서 한 30분 거리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갈까 생각했는데 그냥 커피 한 잔 사들고 음악이나 들으며 걷기로 한다. 킬리키아 버스 터미널이 예레반의 센트럴 터미널에 해당한다. 하지만 많이 허접하다. 삼각형의 외형이 그럴 듯해 보이는 건물인데 막상 들어가면 썰렁하다. 오히려 밖이 더 부..

D+119, 아르메니아 예레반 14: 예레반(Yerevan)의 어느 일상(20190313)

예레반(Yerevan)의 어느 일상 한 며칠 근교와 시내를 빡세게 돌아다녔다니 힘들다.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더 이상 돌아다니고 싶은 곳이 없다. 오늘 하루는 그냥 쉬기로 한다. 한 곳에 좀 오래 있으면 그냥 일상을 즐기고 싶어진다. 여행에서 일상이란 어디 새로운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주변을 즐기는 것이다.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그렇게 여행지의 어느 곳을 나의 일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한 달 살기 같은 것이 낯선 곳에서 나의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조식이 나오는 숙소에서는 오전 내내 늘어지게 자기가 쉽지 않다. 아침을 포기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조식을 먹겠다면 아침을 먹고 다시 잠을 자야 한다. 하지만 막상 아침을 먹으려고 움직이다 보면 잠은 어느새..

D+118, 아르메니아 예레반 13: 코르비랍(Khor Virap) 수도원에서 바라본 아라랏산(Mt. Ararat)(20190312)

코르비랍(Khor Virap) 수도원에서 바라본 아라랏산(Mt. Ararat) 예레반(Yerevan)에서는 어느 곳이든 아라랏산(Mt. Ararat)을 볼 수 있다. 예레반의 랜드마크인 캐스케이드(Cascade)에서도 물론인데, 캐스케이드와 예레반을 설계한 알렉산더 타마니안(Alexander Tamanyan)가 시 중심에서 아라랏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그만큼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아라랏산은 우리네 백두산만큼이나 의미가 깊은, 성스러운 산이다. 아라랏산은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노아의 방주가 닿았다는 바로 그 산이다. 성경 상에서는 지구상 가장 높은 산인 셈이다. 서기 300년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아르메니아이고 보니 아라랏산은 성산(聖山)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역사의 아이러니..

D+117, 아르메니아 예레반 12: 예레반(Yerevan) 도심 트레킹(20190311)

예레반(Yerevan) 도심 트레킹 한 가지 고민이 아침을 깨운다. 여행 일정에 관한 고민이다. 예레반에서 클래식 공연을 더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슬슬 움직여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은 코카서스 3국과 터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유럽은 되도록 빨리 돌파할 생각이었기에 예레반에 더 있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 슬로바키아 친구 패트릭이 틈틈이 동유럽의 가볼만한 곳들을 이야기해준 바람에 유럽의 가볼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루트도 옆에서 지가 짜준다. 동유럽에서 가볼 곳이 많아지니 상대적으로 이곳의 일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곳이 많다. 아제르바이잔 바쿠가 좋아서 열흘이 넘게 있었는데 예레반은 바쿠보다 더 오래 있다. ..

D+116, 아르메니아 예레반 12: 세반 호수(Sevan Lake) 그리고 언덕 위의 두 성당(20190310)

세반 호수(Sevan Lake) 그리고 언덕 위의 두 성당 화창한 날이니 세반 호수(Sevan Lake)를 갈 생각이다. 아르메니아에 와서 처음 혼자 가는 근교 여행이다. 지난번 귬리(Gyumri)는 대만 처자들과 그리고 다른 근교들은 슬로바키아 친구인 패트릭과 함께 했다. 같이 가는 것도 혼자 가는 것도 각기 장단점이 있어서 각기 그때의 즐거움을 즐긴다. 혼자 갈 때는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있어 좋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며 경치 좋은 곳에서 하염없이 멍 때리기도 하고. 세반 가는 길은 패트릭을 위시해서 다녀온 호스텔 친구들이 많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블로그에서도 확인을 해 두었고. 숙소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259번 버스를 탄다. 미..

D+115, 아르메니아 예레반 11-2: Hrazdan 강의 풍경과 아르메니아 발레 공연(20100309)

Hrazdan 강의 풍경과 아르메니아 발레 공연 오전에 모스크와 미술관을 둘러보고 숙소에 돌아와 약속을 기다리는데 오후 2시쯤 들어온 패트릭이, 오기로 한 친구 중 한 명이 아파서 약속을 최소했다고 한다. 식사 약속이라 지금까지 배고픔을 참고 있었는데. 하지만 실망감보다는 저녁에 오페라 하우스에서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 패트릭에게는 미안하지만. 패트릭과 바로 오페라 하우스로 갔다. 발레 공연은 아르메니아 자체 작품으로 그들의 전통문화를 발레로 만든 것이다. 티켓은 지난번 오페라 보다 더 싸서 가장 싼 티켓이 1,000드람이다. 지난번은 2,000드람이었다. 1,000드람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500원. 우리나라 조조 영화의 반값으로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아르메니아의..

D+115, 아르메니아 예레반 11-1: 예레반의 미술관 산책(20190309)

예레반(Yerevan)의 미술관 산책 예레반(Yerevan)은 참 흥미로운 도시다. 이 작은 도시 곳곳에 박물관과 갤러리 들이 산재해 있다. 질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물론 오페라 하우스도 있고. 아르메니아의 인구는 고작 3백만에, 영토는 한국의 경상남북도를 합한 정도의 면적. 그런 작은 나라의 수도에 다채롭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공간이 존재한다. 오후 늦게 아르메니아 처자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오전에는 시내의 갤러리를 구경하기로 한다. 예레반 중심가 남쪽에 있는 예레반 현대예술박물관(Modern Art Museum of Yerevan)이 그곳이다. 지난번 아르메니아 국립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rmenia)와 마르티로스 사리얀 박물관(Martiros Sarian Museum)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