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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아르메니아(Armenia)

D+115, 아르메니아 예레반 11-2: Hrazdan 강의 풍경과 아르메니아 발레 공연(20100309)

경계넘기 2020. 8. 4. 10:56

 

 

Hrazdan 강의 풍경과 아르메니아 발레 공연

 

 

오전에 모스크와 미술관을 둘러보고 숙소에 돌아와 약속을 기다리는데 오후 2시쯤 들어온 패트릭이, 오기로 한 친구 중 한 명이 아파서 약속을 최소했다고 한다. 식사 약속이라 지금까지 배고픔을 참고 있었는데. 하지만 실망감보다는 저녁에 오페라 하우스에서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 패트릭에게는 미안하지만.

 

패트릭과 바로 오페라 하우스로 갔다. 발레 공연은 아르메니아 자체 작품으로 그들의 전통문화를 발레로 만든 것이다. 티켓은 지난번 오페라 보다 더 싸서 가장 싼 티켓이 1,000드람이다. 지난번은 2,000드람이었다. 1,000드람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500. 우리나라 조조 영화의 반값으로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아르메니아의 대표 오페라 하우스에서.

 

난 정식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없으니 이곳 예레반에서 첫 경험을 하는 셈이다. 싼 티켓으로 사려고 하니 패트릭이 발레는 좀 가까운 곳에서 봐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산 자리가 중앙이다. 거의 로얄석. 그곳의 가격은 5,000드람. 12,500.

 

 

 

 

Hrazdan 강의 풍경
(Hrazdan River)

 

 

패트릭이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공원에 가자고 한다.

 

중심가에 있는, 공사하다 만듯한 터널 하나를 지나니 전형 다른 모습이 나온다. 녹음 속의 강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분명 빌딩에 둘러싸인가 중심가에서 터널 하나만 지나 왔는데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강 옆으로 어린이를 위한 철도역과 철로가 있다.

진짜처럼 제대로 만들어서 훌륭한 산책길도 되었다.

 

 


예레반 시내를 관통하는
Hrazdan 강이다.

 

일반적 강의 규모는 아니고 제법 큰 계곡에 가깝다. 계곡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Hrazdan 강이 깊은 협곡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레반은 그 협곡 위 산등성이를 따라 형성되어 있는 도시다. 깊은 협곡을 끼고 흐리기 때문에 도심의 웬만한 곳에서는 강이 보이질 않는다.

 

강을 건너면 바로 급경사의 산이 나온다. 이것도 산이라기보다는 구릉에 가깝긴 하지만 제법 급한 경사 길을 15분 남짓 걸어 올라가야 한다. 그곳에 올라가서 보니 이제야 예레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Hrazdan 강이 얼마나 깊은 계곡이고 예레반이 어떻게 그 계곡의 능선을 따라 형성되었는지. 패트릭이 아니었으면 시 중심 바로 옆에 이런 곳이 있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패트릭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 와서 산책을 한다고.

 

 

 

 

아르메니아 발레 공연

 

 

숙소에서 좀 쉬다가 시간에 맞추어 오페라 하우스에 간다.

 

사람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드디어 나도 오페라하우스에 들어간다. 오페라 하우스는 생각보다 꽤 크다. 사람들도 거의 가득 찼다. 우리 자리는 가운데 좌석으로 앞에서 3번째다.

 

 

 

발레는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싹 달아났다.

 

발레가 이렇게 재미있는 공연인줄이야 미처 생각지 못했다. 공연도 재미있었지만 아르메니아 전통의상과 전통무용으로 이루어진 발레 공연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특히 아르메니아 전통 색깔과 디자인으로 뒤덮인 무대는 마치 마르티로스 사리얀(Martiros Sarian)의 풍경화를 배경으로 한 것처럼 보였다. 아울러 아르메니아 전통음악까지 배경음악으로 깔리니 발레 공연을 통해서 아르메니아 전통문화를 종합적으로 보는 것 같았다.

 

전에 여기서 발레 공연을 보고 조금 실망을 했었던 패트릭도 이번 공연에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나보고 행운아라고까지 한다. 한국에도 소개를 시켜주고 싶을 정도다. 발레의 문외한인 나도 이렇게 쉽게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네 발레 공연도 우리의 전통 무용과 음악을 접목시켜서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휴식 시간에 아르메니아 전통 브랜디를 마셨다. 잔으로 파는데 주문하고 보니 가격이 좀 세다. 한 잔에 4,000드람. 공연이 5.000드람이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 늦게 시켰더니 마시려고 하니 시작한다는 음악이 흐른다. 독한 브랜디라 단숨에 마시기도 좀 그렇고 했는데 패트릭이 키핑을 부탁하니 해 준다.

 

 

 

공연이 끝나고 무용수들이 무대인사할 때 패트릭과 함께 일어나서 열광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좋은 공연이라 그 마음을 그대로 전한 것. 공연이 완전히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뒷줄에 계신 한 아르메니아 노신사분이 나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신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반갑다고 악수를 청하신다. 앞에 앉은 외국인들이 자국의 발레 공연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내니 보기 좋으셨나 보다.

 

공연은 2시간 정도 한 것 같다.

두 번의 휴식 시간 포함해서 2시간 30분 공연.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뿌듯하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매일 공연이 있다면 좋을 텐데. 이번 달에는 일주일에 두 편 정도만 공연을 한다. 다음 주 공연은 목요일과 토요일. 이걸 보려면 일주일을 더 예레반에 머물러야 한다. 보고는 싶은데...

 

공연의 여운은 계속 남는다. 페트릭과 나는 숙소에 와서도 계속 공연 이야기를 했다. 하다하다 패트릭은 숙소 스텝을 붙잡고 공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여운과 감동을 글을 표현하자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욱이 발레 공연엔 문외한이라 설명할 길도 없다.

 

다만 이곳에 오면 캐스케이드(Cascade)나 공화국 광장만 보지 말고 꼭 오페라 하우스 옆에 있는 티켓 박스에서 공연 티켓을 끊어 보길 바란다. 아울러 예레반 시내 곳곳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도 가보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정말이지 오늘은 예레반의 문화예술에 푹 빠진 날이다. 오전에는 미술에, 오후에는 자연에, 저녁에는 무용과 음악에.

 

예레반, 작지만 참 알찬 도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