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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아르메니아(Armenia)

D+116, 아르메니아 예레반 12: 세반 호수(Sevan Lake) 그리고 언덕 위의 두 성당(20190310)

경계넘기 2020. 8. 4. 12:43

 

 

세반 호수(Sevan Lake) 그리고 언덕 위의 두 성당

 

 

화창한 날이니 세반 호수(Sevan Lake)를 갈 생각이다.

 

아르메니아에 와서 처음 혼자 가는 근교 여행이다. 지난번 귬리(Gyumri)는 대만 처자들과 그리고 다른 근교들은 슬로바키아 친구인 패트릭과 함께 했다. 같이 가는 것도 혼자 가는 것도 각기 장단점이 있어서 각기 그때의 즐거움을 즐긴다. 혼자 갈 때는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있어 좋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며 경치 좋은 곳에서 하염없이 멍 때리기도 하고.

 

세반 가는 길은 패트릭을 위시해서 다녀온 호스텔 친구들이 많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블로그에서도 확인을 해 두었고.

 

숙소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259번 버스를 탄다. 미니버스인 마슐레카(marshruthk)가 아니라 대형버스다. 버스로 북부 버스 터미널(Northern Bus Terminal)까지는 한 40분 정도 걸린다. 모든 트롤리버스는 50드람, 모든 일반 버스는 100드람으로 들었는데 200드람이란다. 기사 앞에도 뭐라고 쓰여 있는데 200이라는 숫자도 보인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바로 버스 터미널. 황폐해진 건물 앞에 마슐레카 몇 대가 서있다. 세반나반크(Sevanavank)를 말하니 Sevan이라고 쓰여 있는 마슐레카를 가르키며 타라고 한다.

 

 

 

블로그에 의하면 이곳에서 출발하는 마슐레카는 사람이 다 차야 출발한다고 한다. 그런데 차 안에는 한 시간 간격의 시간표가 붙어 있고, 실제 사람이 거의 없는 데도 12시 조금 넘으니 차는 출발했다. 버스 번호는 317.

 

오후 1시에 세반나뱅크 안의 주차장에 내렸다. 세반나뱅크는 호수 안으로 쑥 들어온 반도 같은 곳으로 호수를 보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한다. 원래 버스는 세반 호수 근처의 작은 도시인 세반까지만 간다. 세반시까지는 600드람인데 이곳 세반나뱅크까지 가달라고 하면 요금 1000드람을 받는다. 듣기로는 세반나뱅크로 들어가는 대로변 입구에 세워준다고들 하던데 반도 안으로 쑥 들어와서 성당 올라가는 그 바로 밑에 내려준다.

 

햇빛이 반사된 호수는 투명하고 맑다. 모래사장도 있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더니만 작은 해수욕장 같다.

 

 

 

해발 1900미터에 있는 호수는 무척이나 춥다.

 

한참 밑에 있는 예레반은 봄이 왔는데 이곳은 여전히 겨울이다. 오는 길도 마찬가지이지만 호수를 둘러싼 산들은 여전히 하얀 눈에 파묻혀 있다. 성당을 보기 위해 언덕을 올라간다. 유명 관광지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제법 있다. 탁 트인 언덕이라 조금만 올라가도 바람이 세차다. 다녀온 호스텔 친구들이 하나 같이 춥다고 말을 해주어서 두꺼운 옷을 가져갔는데 그것을 꺼내 입는다. 모자도 쓰고, 장갑도 쓰고, 영락없이 한겨울이다. 아르메니아에서는 겨울과 봄을 사정없이 왔다갔다하고 있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곳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언덕 정상 부근에 두 개의 성당 건물이 나온다. Surp AstvatsatsinSurp Arakelots가 그것이다. 874년에 처음 세워졌다고 하는데 이후로 붕괴와 재건이 반복된 듯하다. 복잡한 역사는 생략한다.

 

 

 

성당에서 보는 세반 호수의 풍경은 말 그대로 훌륭하다.

두 개의 고전적인 성당이 운치를 더욱 높여 준다. 많은 화가들과 사진가들의 이곳에 오는 이유다.

 

 

 

성당을 지나서 반도 끝 쪽으로 간다.

 

그쪽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주 좋다. 성당과 호수가 한눈에 담긴다. 전망 좋은 곳에 걸터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음악도 듣는다. 호수를 바라보다가, 호수에 성당을 담고, 그러다 호수와 성당에 눈 덮인 산들을 담기도 한다. 바람이 불고 춥긴 했지만, 따뜻한 커피와 음악 그리고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있으니 추운 기운은 어느덧 잊어버린다. 홀로 여행의 즐거움이다.

 

 

 

시계를 보니 한참이 지났다.

처음 왔을 때는 사진 몇 방 찍으면 끝나겠구나 싶었는데 이곳에서만 2시간 가까이 멍을 때리고 있다.

 

 

 

언덕을 내려오니 세반의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길이 좀 요원하다.

 

5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걸어서도 갈 수 있고, 또 세반나뱅크를 나가서 대로로 나가면 다른 도시에서 예레반으로 가는 버스를 잡을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걷는 것도, 도로에 서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달갑지가 않다.

 

그냥 택시를 탄다. 요금은 1000드람. 비싼 요금은 아니다. 택시 타는 것을 꺼리는 배낭여행자의 자존심을 좀 꺾는다. 추위에 한두 시간 떨다보면 감기몸살 걸리기 딱 쉽다. 여행자에게 돈보다도 중요한 것이 건강 아닌가.

 

세반은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로 보인다. 기사가 예레반 가는 버스 바로 뒤에 내려준다. 버스 터미널이라고 해봐야 예레반 가는 버스 하나가 서 있고 그 뒤로 작은 사무실 하나 있다. 걸어서 왔다면 터미널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뻔 했다.

 

 

 

예레반에서 세반 오는 버스비는 600드람인데 세반에서 예레반 가는 버스비는 500드람이다. 여기서도 버스는 시간표대로 오후 4시 조금 넘어서 바로 출발한다. 혹시나 해서 5분 정도 기다리는 것 같다.

 

감사한 것은 갈 때는 북부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했는데 올 때는 시내 중심에 내려주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걸어서 숙소에 올 수 있었다. 덕분에 피곤한 몸에 시간도 벌고 돈도 벌었다.

 

봄이나 가을, 여름에 오면 더 좋을지 모르겠지만 겨울의 세반 호수도 나쁘지 않다. 겨울의 세반 호수는 하얀 설산 가운데 파란 호수가 담겨 있다. 또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설산을 품고 있기도 하고. 하여간 예쁘다.

 

바다가 없는 아르메니아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곳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