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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아르메니아(Armenia)

D+115, 아르메니아 예레반 11-1: 예레반의 미술관 산책(20190309)

경계넘기 2020. 8. 4. 10:29

 

 

예레반(Yerevan)의 미술관 산책

 

 

예레반(Yerevan)은 참 흥미로운 도시다.

 

이 작은 도시 곳곳에 박물관과 갤러리 들이 산재해 있다. 질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물론 오페라 하우스도 있고. 아르메니아의 인구는 고작 3백만에, 영토는 한국의 경상남북도를 합한 정도의 면적. 그런 작은 나라의 수도에 다채롭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공간이 존재한다.

 

오후 늦게 아르메니아 처자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오전에는 시내의 갤러리를 구경하기로 한다. 예레반 중심가 남쪽에 있는 예레반 현대예술박물관(Modern Art Museum of Yerevan)이 그곳이다. 지난번 아르메니아 국립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rmenia)와 마르티로스 사리얀 박물관(Martiros Sarian Museum)을 보고 나서 예레반 예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호기심이 부적 높아졌다.

 

10시 반쯤 도착했는데 11시 개관이다.

예레반은 대체로 업무가 늦게 시작하는 것 같다. 특히, 박물관 등은 대체로 11시 개관이다.

 

조금 내려가면 블루 모스크(Blue Mosque)가 있다.

 

지나가다 보기만 했지 아직까지 제대로 들어가 보질 못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웃나라 터키와 아제르바이잔과 앙숙인 아르메니아에, 그것도 수도 예레반에 모스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아스러울지 모르지만, 오랜 세월 페르시아, 오스만 제국 등 이슬람 제국들의 지배를 받아왔으니 원래는 성당만큼이나 모스크도 많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오히려 소비에트 연방에 들어가면서 대부분의 모스크가 폐쇄되었다고 한다.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 1765년부터 모스크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의 모스크는 1990년대 말에 이란의 기금 지원으로 재건축된 것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는 그나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 나니 조용하다. 아르메니아의 일반 성당처럼 이곳에도 입장료는 없다. 직사각형의 넓은 정원과 그것을 둘러싸고 건물이 있다.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맞은편에 돔을 가진 모스크가 보인다. 모스크의 외벽은 타일로 예쁘게 치장되어 있다. 모스크의 지붕은 블루 빛 바탕에 문양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름이 블루 모스크인가 보다. 아침 햇살이 모스크의 블루타일에 반사되어 멋과 운치를 준다.

 

하지만 그 이상은 기대할 수가 없다. 모스크가 공사 중이라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주변 건물들도 딱히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없다. 기독교 국가가 갖는 한계일까? 이란에서 후원하고 지원한 모스크라 그나마 이렇게 문을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스크를 보고 나오니 얼추 11시가 다 되었다.

 

현대예술박물관은 좀 예상외다. 아파트 1층이 박물관으로 되어 있다. 그 옆에 단독 박물관 건물도 있는데 그것은 한 달에 한 번 15일에만 공개한다고 한다. 주로 보관 장소로만 활용되는 모양이다. 그러니 박물관 치고는 좀 없어 보인다. 입장료 500드람에 카메라 촬영권이 500드람이다. 참 저렴하다.

 

 

 

예상외로 역사도 있고, 의미도 있는 예술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1972년에 개관되었다고 한다. 거의 5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박물관이 소비에트 연방 최초의 현대예술박물관이라는 점이다. 당시 소비에트는 현대예술(modern art)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박물관도 일체의 정부 지원은 없었고, 예술인들의 후원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아파트 1층에 박물관이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은 아니다.

 

박물관은 1층 단층이지만 예상보다는 넓었다.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나름 재미있고, 독창적인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절대 면적이 넓은 것은 아니어서 1시간 조금 넘으니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마시고 버린 티백으로 만든 작품

 

오후 약속에는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길 건너에 있는 갤러리로 갔다. 여기도 입장료는 500드람. 촬영권은 따로 없다.

 

그곳은 Eduard Issabekian란 화가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갤러리다. 갤러리 이름 자체가 Eduard Issabekian Gallery. 내가 이곳을 들어가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외부에 걸려 있는 걸개의 그림이 아르메니아 국립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rmenia)에서 봤던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작품만 전시하는 갤러리에다 국립 갤러리에 전시되는 화가라면 아르메니아를 대표하는 화가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으리라.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그의 장르적 다양성을 충분히 보여 준다. 아울러 조국 아르메니아에 대한 사랑 역시 그의 그림들 곳곳에 녹아있다.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라 그런지 아르메니아 예술가 치고 조국애가 없는 예술가는 거의 없는 듯하다.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에는 주로 초상화를 전시하고, 2층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개인 갤러리라 그런지 그의 생애 사진들도 많이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갤러리 안의 관리는 좀 엉성하다. 건물 곳곳에 물이 샌 흔적도 있고. 작품도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다.

 

예술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여행할 때면 종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곤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둘러본다 하지만 미술관 하나를 보고 나오면 항상 머리가 지끈지끈해진다. 오전에 나와서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벌써 모스크 한 곳과 두 곳의 갤러리를 관람했다니 포만감과 함께 피곤함도 밀려온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