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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아르메니아(Armenia)

D+113, 아르메니아 예레반 9: 오페라 하우스를 허락하지 않는 예레반(Yerevan)(20190307)

경계넘기 2020. 8. 3. 10:55

 

 

오페라 하우스를 허락하지 않는 예레반(Yerevan)

 

 

예레반은 확실히 예술의 도시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시내 곳곳에 크고 작은 예술관, 미술관, 박물관이 많다. , 크게 볼 것이 있겠나 싶어 들어가지만 생각보다 그 질과 양에 놀란다. 예술에 문외한인 내가 대충 보더라도 시간이 꽤 걸리는 경우가 많다. 입장료도 비싸지 않다. 1,000드람에서 2,000드람이면 충분하다. 지금 2019년의 환율로 우리 돈 2,500원에서 5,000.

 

 

 

예레반이 자랑하는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이 1,000드람이나 2,000드람에서부터 시작한다면 믿어지는가?

 

해외 오페라는 2,000드람부터 아르메니아 국내 오페라는 1000드람에서부터 시작한다. 1000드람이면 겨우 25백원 돈이다. 우리나라에서 조조 영화조차도 6천 원 정도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얼마나 싼 것인가!

 

 

 

그럼에도 난 오페라 하우스에 계속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예레멘에 온 다음날 예매한 오페라 카르멘(Carmen) 공연은 어이없는, 내 핸드폰의 오작동으로 인해 놓쳐 버리고 말았다. 핸드폰은 자동으로 시차를 맞추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잘도 되던 것이 아르메니아에서는 1시간 늦게 설정되는 바람에 공연 시간에 늦었다.

 

다음날 매표소에 가서 다시 사려하니 예정된 프로그램이 취소되어 37일까지는 공연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가 31일이었으니 내가 37일까지 있을 거라는 보장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찌하다 보니 7일까지 있게 되었다. 표를 사러 패트릭이랑 매표소에 갔다. 그런데 오늘 공연이 매진이란다. 그것도 새로 하는 오페라가 아니라 공연 중인 카르멘인데 말이다. 이건 또 무슨 어이없는 일인지. 내가 처음 카르멘 공연을 샀을 때에도 당일이었다. 몇 달 동안 예레반에 있었던 패트릭도 항상 당일에 표를 사서 들어갔기에 미리 예약을 할 필요는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물론 좋은 자리에 앉겠다면 미리 예매를 해야 하겠지만.

 

전적으로 클래식 공연 때문만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예레반에 있게 된 이유에는 공연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오페라 하우스에는 들어갈 수 없다.

 

오페라 하우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프로그램 시간표를 보니 이번 달에는 목요일과 토요일에만 공연이 있다. 다음 주의 일은 나도 모르는 것이고 내일 모레 하는 토요일 공연은 패트릭이 아르메니아 친구들의 초청을 나와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해둔 터라 갈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예레반에서 클래식 공연은 고사하고 오페라 하우스 문턱도 못 넘어보고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클래식 공연을 경험하기 좋은 나라에서 말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 그곳에서는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인지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함에도 어이없는 이유로 무산되고 끝내는 못 가게 되거나 못 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럴 때마도 다시 오라는 나름의 작별 인사라고 위안을 삼곤 한다. 지금 예레반의 오페라 하우스도 그런 경우일까? 정말 예레반은 나에게 오페라 하우스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일까?

 

내일 일은 내일 가봐야 아는 자유여행가는 궁금해진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