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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칠레(Chile) 9

D+357, 칠레 산티아고 5: 본의 아니게 산티아고(Santiago)가 내 남미여행의 중간 기착지가 되었다(20191106)

원래 내 남미여행의 중간 기착지는 이곳 산티아고에서 가장 가까운 아르헨티나의 도시, 멘도사(Mendoza)였다. 물가 저렴하고, 날씨 좋고, 특히 와인이 좋은 곳. 그랬는데, 산티아고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쩌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는, 작금의 정치적 상황이 나를 급하게 이곳으로 불렀다. 같이 여행하던 친구도 산티아고로 간다고 하고. 산티아고에 오긴 왔지만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역사적 현장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한 곳에 오래 머물 수도 없었고, 개인적으로 대도시의 번잡함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현재 남미에서 칠레의 물가가 가장 비싸기도 했다. 그랬는데, 같이 여행하던 친구도 먼저 보내고 이틀을 연장하더니만 오늘 이틀을 또 연장했다. 산티아고가 좋다기보다는 무언가 지금 내 여행을 ..

D+356, 칠레 산티아고 4: 산티아고(Santiago) 중심가(centro) 산책(20191105)

내가 묵고 있는 호스텔은 산티아고의 중심가(centro) 중에서도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에 있다. 아르마스 광장은 정사각형 형태의 작은 광장, 아니 공원에 가깝다. 광장의 3분의 2 정도에 나무들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광장 가운데 분수가 있고 유럽풍의 커다란 건물들이 4면으로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산티아고의 중심가는 이 광장을 중심으로 퍼져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산티아고의 중심부를 거닐어보고 싶다면 이 광장을 기점으로 움직인다면 크게 길을 잃지 않으면서도 중심부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광장의 북쪽으로 세 개의 예쁜 건물들이 이어져 있다. 건물들을 마주 보고 가운데가 역사박물관(Museo Historico Nacional), 역사박물관의 왼쪽이 우체국, 오른..

D+355, 칠레 산티아고 3: 시위 현장 그리고 지진(20191104)

시위도 할로윈 축제와 연이은 주말을 즐겼나 보다. 주말 내내 바케다노 광장(Plaza Baquedano)을 제외하면 시위도 거의 없었다. 내 숙소가 있는 산티아고의 중심 아르마스 광장(Palaza de Armas)은 다양한 거리 공연으로 주말 내내 시끄러웠지 시위의 ‘시’자도 보기 어려웠다. 칠레의 시위가 잦아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무지한 착각이었다. 오전 11시쯤. 환전을 하러 아르메스 광장 주변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거리거리마다 플랭카드를 들고, 때론 북치고 냄비를 두드리는 시위대를 만날 수 있었다. 작은 시위대도 있었고 제법 긴 시위대도 있었지만 큰 규모의 시위대는 아니었다. 환전을 하고 마트를 들려오는데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대성당 뒤편 길로 많은 시위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D+354, 칠레 산티아고 2: 산티아고(Santiago)의 격렬했던 시위 흔적들(20191103)

어제의 산티아고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평온하고 활기찬 도시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정작 산티아고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결렬하고 참혹했던 시위의 흔적들과 잔해들이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러가니 한국인 여행객 한 명이 더 와 있었다. 지금 나와 같이 여행하는 친구와 엘 찰텐(El Chaltén)에서 잠시 피츠로이(Fitz roy) 산행을 같이 했던 친구란다. 서로 연락이 되어서 오늘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다들 산티아고가 걱정이 되어서 서로들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던 것. 무료 시티투어가 이곳에도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다. 센트로에서 조금 벗어난 광장 같은 곳이었는데 그곳에 가니 격렬했던 시위의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거리 곳곳에 시위대들이 던졌을 것으로 보이는 돌들이..

D+353, 칠레 산티아고 1: 잔뜩 긴장한 여행객, 평온하고 활기찬 산티아고(Santiago)(20191102)

정상 간 국제회의인 APEC 취소 사태까지 부른 칠레 시위의 중심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다소 긴장되는 길이다. 단순한 여행자라면 당연히 가지 말아야 하는 곳이지만 연구자로서의 욕심은 나를 그곳으로 이끌고 있다. 지금 산티아고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는 단순한 반정부 시위가 아니라 어쩌면 한때 세계를 지배하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주도하던 좌파정권이 시장에 대한 개입을 배제하려는 신자유주의 우파정권으로의 교체가 있었던 남미국가들에서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서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이미 칠레 시위는 며칠 전에 끝난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좌파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데 세계의 많..

D+339,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3: 토레스 델 파인(Torres del Paine) 트래킹(20191019)

아침 7시에 트레스 델 파인에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일찍 일어나서 조용히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터미널까지의 거리가 걸어서 2~3분 거리라 너무 좋다. 7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8시 45분에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아직은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입장료까지 어제 터미널에서 미리 사둔 터라 그나마 줄도 설 필요가 없었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본격적인 트래킹 코스가 시작되는 곳까지 다시 셔틀 버스를 타야 한다. 한 7km의 거리라고 하는데 트래킹 코스도 편도 10km인지라 걸어서 갈 수가 없다. 셔틀의 왕복비용은 6,000 페소다. 달랑 15분 달리는 비용으로는 과하다 싶지만 칠레에 싼 게 없으니 그러려니 한다. 본격적인 트래킹이 시작하는 곳에서 시각을 보니 오전 9시 10분이다. 여기..

D+338,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2: 한국여행객들과의 저녁 파티(20191018)

토레스 델 파인 국립공원(Torres del Paine National Park)의 트래킹 코스는 3~4일 일정의 W자형 트래킹 코스와 국립공원을 한 바퀴 일주하는 8~10일 일정의 트래킹 코스가 유명하다. 당연히 이 트래킹을 하기 위해서는 산장을 예약하거나 텐트 등의 캠핑 장비를 가지고 가야 한다. 문제는 국립공원 내의 산장을 예약하는 것도 힘들 뿐만 아니라 가격도 무지 비싸다는 것. 비수기 산장의 도미토리 침대 하나가 50달러란다. 마찬가지로 텐트 등의 장비를 이고지고 트래킹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돈도 돈이지만 완전한 프리스타일의 여행자인 나에게 몇 달 전에 숙소를 예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난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이 토레스 델 파인..

D+337,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1: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로, 수상한 칠레의 물가(20191017)

빈대 덕에 다시 잠을 설쳤다. 이번 숙소는 나름 깔끔했는데. 만실인 내 방에서 빈대 물린 것은 나뿐인 것으로 보인다. 참, 잘도 물린다. 아침에 숙소 근처에 있는 터미널로 가서 버스표를 샀다. 아침 9시 버스다. 어제 잠시 들려서 시간을 확인하니 버스는 많아서 굳이 예약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체크아웃을 하는데 작은 해프닝이 생겼다. 이곳은 24시간 직원이 있는 곳임에도 아무리 벨을 누르고 불러 봐도 직원이 오질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나올 수도 없었다. 어제 칠레 돈이 없어서 방값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스 시간은 다가오고 직원은 올 생각을 안 하고. 그냥 갈까, 돈을 놓고 갈까, 아니면 그냥 갔다가 나중에 계좌이체로 등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무렵 우수아이아에..

D+336, 칠레 푼타 아레나스: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Ushuaia)에서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로(20191016)

이번 여행의 30번째 국가인 칠레로 떠나는 날이다. 아르헨티나의 남단 도시 우수아이아에서 칠레의 남단 도시 푼타 아레나스로 간다. 나에게 푼타 아레나스는 그냥 거쳐 가는 도시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목적지는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이지만 우수아이아에서 이 도시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 일종에 끊어가는 셈이다. 푼타 아레나스로 가는 버스는 아침 7시에 출발한다. 일찍 떠나는 버스라 늦잠을 잘까봐 살짝 걱정을 했지만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이른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버스인데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이라 천천히 나가도 되련만 1시간 일찍 숙소에서 떠났다. 이곳은 따로 터미널도 없어서 밖에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 기다렸다. 버스에 탑승해서 기다리는데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