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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칠레(Chile)

D+336, 칠레 푼타 아레나스: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Ushuaia)에서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로(20191016)

경계넘기 2019. 11. 8. 09:24

이번 여행의 30번째 국가인 칠레로 떠나는 날이다. 아르헨티나의 남단 도시 우수아이아에서 칠레의 남단 도시 푼타 아레나스로 간다.

 

나에게 푼타 아레나스는 그냥 거쳐 가는 도시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목적지는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이지만 우수아이아에서 이 도시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 일종에 끊어가는 셈이다.

 

푼타 아레나스로 가는 버스는 아침 7시에 출발한다. 일찍 떠나는 버스라 늦잠을 잘까봐 살짝 걱정을 했지만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이른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버스인데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이라 천천히 나가도 되련만 1시간 일찍 숙소에서 떠났다. 이곳은 따로 터미널도 없어서 밖에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 기다렸다.

 

버스에 탑승해서 기다리는데 우수아이아도 이렇게 3박만에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남미에서는 일정이 빨라졌다. 지금까지 일주일 이상을 있어 본 남미의 도시가 없다.

 

7시에 정확히 버스가 출발했다. 도시를 벗어나자마자 온 세상이 모두 하얗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에는 눈이 조금도 녹지 않았다. 그냥 겨울이다.

 

그런데 한 30분 정도 달리니 눈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봄이다. 우수아이아에서는 험준한 산들이 이어졌는데 그곳을 지나니 그냥 황량한 평지만 이어진다.

 

1130분 국경에 도착했다. 칠레의 입국심사가 다소 까다로웠다. 그런데 사람에 대한 검사보다는 짐에 대한 검역이 까다로웠다. 모든 짐, 개인 짐뿐만 아니라 짐칸에 실었던 짐들도 모두 내려서 엑스레이 검사를 했다.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이 주 목적이었다.

 

오후 3시에 해협이 나왔다. 다리로 건너는 줄 알았는데 배로 건넌다. 터키 차나칼레 이후 간만이다. 버스가 통째로 배에 실어졌다. 그러고 보니 우수아이아가 있던 곳은 섬이었다.

 

오후 6시에 버스는 푼타 아레나스에 도착했다. 예약한 숙소가 터미널에서 5분 거리라 얼른 체크인을 하고 환전과 장도 볼 겸 도시를 둘러보았다.

 

푼타 아레나스에 대한 인상은 좋았다. 우수아이아와 비슷하리라 생각했는데 우수아이아가 작은 타운 정도의 규모라면 푼타 아레나스는 제법 도시 규모다. 건물들을 보면 역사도 있어 보였다.

 

중심지는 걸어서 두어 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쇼핑몰이며 큰 마트며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길도 큼직큼직하게 잘 나 있었다.

 

쉬어가기 나쁘지 않은 도시로 보였다. 이런 곳을 1박만 하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도시는 그렇다 치고 칠레에 대한 인상은 잘 모르겠다. 인종이 조금 다양해보인다는 것 빼고는 아르헨티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이든 파라과이든 아르헨티나든 칠레든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적어도 나에겐.

 

근데 마트를 가보고 깜짝 놀랐다. 물가가 상상 이상으로 비쌌기 때문이다. 칠레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장난이 아니다. 거의 한국 마트 수준 이상이다.

 

일단 내가 주로 사는 맥주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 비해 거의 30~50%, 소고기는 당연히 배 이상, 그리고 와인마저도 아르헨티나에 비하면 2~3배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마트에서 조차도 만만하게 잡을 만한 것이 없었다.

 

먹거리를 계속 찾다가 그나마 저렴한 것이 컵라면과 스프여서 그것을 사서 저녁을 때우기로 했다.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와서 거의 먹은 게 없으면서도 내린 결단이었다. 그 정도로 칠레의 물가는 비쌌다.

 

마트를 나와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의 가격을 유심히 봤다. 저렴한 로컬 식당으로 보이는 곳에서도 기본 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햄버거나 샌드위치조차도 우리 돈으로 7, 8천 원부터 시작하였다. 아르헨티나에서 그 돈이면 스테이크와 맥주 1리터짜리를 마실 수 있는 돈이었다.

 

식당의 물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트의 물가는 서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물가다. 이런 마트 물가가 한국의 마트 물가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니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지금 한국도 비싸다고 난리인데...

 

숙소에서 사온 컵라면 2개로 저녁을 때웠다. 새로운 나라에 처음 입성한 날임에도 맥주조차 너무 비싸서 사질 못했다. 이런 경우는 정말이지 처음이다.

 

물가만 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나라다. 대체 칠레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지?

칠레 여행이 걱정되는 순간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