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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칠레(Chile)

D+338,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2: 한국여행객들과의 저녁 파티(20191018)

경계넘기 2019. 11. 8. 09:35

토레스 델 파인 국립공원(Torres del Paine National Park)의 트래킹 코스는 3~4일 일정의 W자형 트래킹 코스와 국립공원을 한 바퀴 일주하는 8~10일 일정의 트래킹 코스가 유명하다. 당연히 이 트래킹을 하기 위해서는 산장을 예약하거나 텐트 등의 캠핑 장비를 가지고 가야 한다.

 

문제는 국립공원 내의 산장을 예약하는 것도 힘들 뿐만 아니라 가격도 무지 비싸다는 것. 비수기 산장의 도미토리 침대 하나가 50달러란다. 마찬가지로 텐트 등의 장비를 이고지고 트래킹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돈도 돈이지만 완전한 프리스타일의 여행자인 나에게 몇 달 전에 숙소를 예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난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이 토레스 델 파인 국립공원의 상징인 바위로 된 세 개의 봉우리, 즉 삼봉(三峰)을 보러 가는 1일 트래킹. 왕복 20km라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다고 한다.

 

원래는 여행사 투어를 통해 가려고 어제 호스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뭐 하러 비싼 돈 들여가며 투어를 하냐면서 개별적으로 가는 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주 훌륭한 직원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1일 투어라는 것이 삼봉까지 트래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차 타고 국립공원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호스텔 직원이 아니었으면 돈은 돈대로 내고 열 받을 뻔 했다.

 

다만,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해서 내일 트래킹을 하기로 하다 보니 오늘 딱히 할 일이 없다. 토레스 델 파인에 가는 것을 제외하면 푸에르토 나탈레스 자체는 볼거리도 할거리도 없다. 그렇다고 물가가 싼 것도 아니어서 정말이지 할 것이 없다.

 

오전에 일찍 호숫가와 마을을 구경했다. 호숫가 초입에서부터 큰 강아지 2마리가 계속 나를 쫓아다녔다. 마치 내가 이 두 강아지의 주인인 마냥. 마을을 산책하는데 비가 내렸다. 마트나 들렸다가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에 있는데 한국인 여행객이 들어왔다. W트래킹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 한다. 샤워를 하고 나오더니만 이제야 살 것 같단다. 저녁에 트래킹하다 만난 다른 한국인 여행객과 함께 우리 숙소에서 고기나 구워먹으며 저녁을 하자고 한다. 당연히 OK.

 

다른 한국인 여행객은 다른 숙소에 있다고 한다. 일단 마트에서 만나 장을 보고 우리 숙소로 와서 저녁을 먹었다. 비싼 칠레의 맥주와 고기를 좀 샀다. 요리는 건대 축산학과 대학원 석사를 마친 우리 숙소의 친구가 했다.

 

2명 다 반시계 방향으로 여행하는 친구들이라 나와 같은 일정을 가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대신 내가 가야할 곳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맥주를 많이 마셔서 내일 일찍 트래킹 가는 것이 살짝 걱정되기는 하지만 모처럼 한국인들과 함께 한 즐거운 모임이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