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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에콰도르(Ecuador) 19

D+403, 에콰도르 바뇨스 7: 남미 대륙의 인종 구성 스펙트럼(20191222)

남미는 대체로 인종 구성이 비슷한 줄 알았다. 한 나라의 인종 구성은 복잡하더라도 남미라는 곳이 비슷한 역사의 전철을 밟은 곳이기에 나라마다 인구 구성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살던 곳에 유럽인들, 특히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남부 유럽인들이 이주하면서 원주민, 유럽인(남부) 그리고 그들 사이의 혼혈이 크게 남미의 인종을 구성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플랜테이션 작업을 위해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데려온 흑인 그리고 그들과의 혼혈 정도. 하지만 직접 남미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나라마다 인종 구성이 무척 다르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 다름에 약간의 방향성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인종 구성을 보면 아르헨티나가 압도적으로 백인 위주의 나라였고, 브..

D+402, 에콰도르 바뇨스 6: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날엔 여전히 죄책감이(20191221)

여행의 최고봉이 ‘멍 때리기’라고 하던가. 그게 사실이라면 한국 사람들은 가장 여행 수준이 낮은 사람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여행 중에 무언가를 안하고 시간을 보내면 무언가에 불안하다 못해 마치 죄를 짓는 듯한 기분마저 드는 사람들이 우리네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틀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나 보다. 오늘도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터라 딱히 야외 일정을 잡을 수도 없고, 이곳에서 4일을 더 연장한 터라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그저 침대에서 밖의 비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오늘 따라 이놈의 숙소는 와이파이마저 하루 종일 불통이다. 정말 할 것이 없는 하루. 강제 멍 때리기에 들어가지만 무언가 불안하고 불편하다. 어차피 터지지도 않는..

D+401, 에콰도르 바뇨스 5: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은 바뇨스(Baños)(20191220)

숙소를 옮긴 어제부터 계속 비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오더니 오후 늦게야 멎기 시작했다. 여전히 짙은 먹구름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바뇨스의 좁은 하늘을 덥고 있기 때문에 언제 다시 내릴지 모른다. 답답한 도미토리 방이 아니라 좋은 풍광을 가진 넓은 방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실의 좁은 도미토리 방에서 비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으려면 짜증이 많이 났었을 것이다. 가격은 겨우 2배인데 삶의 질이 확 달라진다. 비가 잠시 멎은 사이를 노려 먹을거리를 사러 나왔다. 중앙시장 쪽으로 걸어 내려가는데 중심거리에 각기 크리스마스 분장을 한 어린이들의 긴 퍼레이드가 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 탄생에 얽인 사람들-동방박사들, 마리아 등-뿐만 아니라 천사, 산타 복장 등을 한 행렬이었다. 쿠엥카에서 받던..

D+400, 에콰도르 바뇨스 4: 비 오는 날, 바뇨스(Baños)의 전망 좋은 숙소(20191219)

글을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오늘이 이번 여행의 4백 일째가 되는 날이라는 사실을. 1년 넘은 지가 엊그제 갖은데 벌써 400일이라니. 언제까지 가야지, 그리고 어디까지 가야지 따위의 목표 없이 그냥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여행하는 사람, 특히 장기여행자는 날짜와 요일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일기처럼 글을 쓰면서야 알게 되었다. 오전에 숙소를 옮겼다. 지금 있는 도미토리 숙소가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는데 한 방에 손님들을 몰아넣는다. 그러다 보니 숙소에 손님이 없어서 공용공간은 한적하더라도 방은 항상 만실로 북적댄다. 침실 공간도 그리 넓지 않고. 원래 바뇨스에서 가려던 숙소도 이곳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숙소의 가격대가 높지 않는 동네라 개인실을 ..

D+399, 에콰도르 바뇨스 3: 걸어서 ‘세상의 끝 그네’ 가는 길(20191218)

바뇨스(Baños)의 랜드마크는 좀 생뚱맞다. 바뇨스라는 말이 온천을 뜻하는 말로 바뇨스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랜드마크를 꼽으라 하면 대부분 주저 없이 ‘세상의 끝 그네’을 꼽을 것이다. ‘세상의 끝 그네’는 높은 언덕 끝에 있는 그네다. 마치 세상의 끝처럼 보이는 높은 절벽 위에서 그네를 타는 느낌이 난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이 붙은 곳이다. 사진을 찍으면 마치 하늘을 나는 듯이 보이는 멋진 포토 존이다. 산 위에 그네 하나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었으니 무척이나 가성비가 좋다. 하지만 그 그네가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그네 아래로 펼쳐지는 경치가 있어야 하니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받혀주어야 한다. 바뇨스에 왔으니 이곳은 반드시 가주어야 할 것 같다. 그네도 그네지만 ..

D+398, 에콰도르 바뇨스 2: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관광 마을 바뇨스(Baños)(20191217)

스페인어로 바뇨스(Baños)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장실. 하지만 온천이라는 의미도 있다. 덕분에 쿠엥카(Cuenca) 터미널에서 바뇨스 가는 버스표를 사면서 좀 당황스런 일도 있었다. 쿠엥카 근처에도 온천이 있었던 것. 그래서 바뇨스 가는 버스를 알려 달라고 하니 쿠엥카 근처의 온천 가는 버스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건 호스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쿠엥카에서 바뇨스에 바로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으니 물론 있다면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시내버스를 알려주는 것 같아서 지도를 보여주면서 알려주니 자기는 쿠엥카 근교에 있는 온천을 알려달라는 것인 줄 알았단다. 그래서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살 때에도 지도를 보여주면서 확인을 했었다. 이곳이 바뇨스인 이유는 바로 온천이 유..

D+397, 에콰도르 바뇨스 1: 쿠엥카(Cuenca)에서 바뇨스(Banos) 가는 길(20191216)

숙소와 터미널이 가까우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편하다. 버스표를 사러 가기도, 버스를 타러 가기도. 간만에 낮에 버스를 탄다. 대충 7~8시간 걸린다고 하니 낮 버스가 있다. 오전에 출발하면 해지기 전에 충분히 도착하니 말이다. 페루에서 쿠엥카로 오는 길에 탄 2번의 버스는 모두 밤 버스였다. 낮에 운행하는 버스가 아예 없었다. 그러다 보니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번에는 낮 버스이니 제대로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버스는 아침 8시 45분을 조금 넘겨서 출발했다. 버스에 탄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웬걸 이놈의 버스는 그냥 중간 도시들을 들리는 수준이 아니라 길 가다가 손만 들면 바로 세운다. 완행도 이런 완행이 없다. 허울은 멀쩡한 버스가 운행은 한국의 시골버스보다 더 하다. 하지만 그..

D+396, 에콰도르 쿠엥카 2: 산책하기 좋은 도시, 쿠엥카(Cuenca)(20191215)

일기예보를 보면 오늘부터 쿠엥카가 계속 비였는데 아침 하늘이 좋다. 두꺼운 구름이 떠 있기는 하지만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는 아니다. 햇살만 창창하다. 어제 봐두었던 박물관과 유적지를 향해 숙소를 나섰다. 박물관 이름은 Museo Pumapungo. 중심가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쿠엥카는 걷기 좋은 도시다. 구도심 여기저기 옛 식민지 시대의 스페인식 건물들이 있고, 곳곳에 성당도 있다. 박물관 가는 길에도 성당이 있다. 하얀색 건물의 성당. 이름은 lgesia de Todos Santos. 그냥 산토스 성당이라고 하자. 하얀색 건물이 보기 좋은데, 멀리서도 스페인식 주황색 지붕들 사이로 하얀색 건물이 돋보인다. 그 성당 아래로는 제법 규모 있는 하천이 흐른다. 멀리서 내려다봐도 물이 깨끗하다는..

D+395, 에콰도르 쿠엥카 1: 페루(Peru)에서 에콰도르(Ecuador) 쿠엥카(Cuenca)로(20191214)

새벽 3시. 드디어 국경에 도착했다. 어제 오후 5시, 페루의 북부 도시 치클라요(Chiclayo)에서 출발한 버스가 이제야 에콰도르 국경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곧 이번 여행의 33번째 국가에 들어선다. 버스는 직행한 것이 아니라 페루 해안의 도시들을 거쳐서 돌아왔다. 길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승객을 받기 위해서 해안의 주요 도시들을 거친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치클라요에서 거의 텅텅 비어서 출발했던 버스는 몇 개의 도시들을 거치면서 만석으로 국경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짐칸마저 찼는지 나중에 탄 승객들은 자신의 모든 짐을 들고 타야 했다. 새벽의 국경 통과가 좋은 점은 한산하다는 것. 역시나 국경에는 우리 버스 밖에는 없다. 페루와 에콰도르 출입국관리소도 편리하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