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오늘이 이번 여행의 4백 일째가 되는 날이라는 사실을. 1년 넘은 지가 엊그제 갖은데 벌써 400일이라니. 언제까지 가야지, 그리고 어디까지 가야지 따위의 목표 없이 그냥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여행하는 사람, 특히 장기여행자는 날짜와 요일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일기처럼 글을 쓰면서야 알게 되었다. 오전에 숙소를 옮겼다. 지금 있는 도미토리 숙소가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는데 한 방에 손님들을 몰아넣는다. 그러다 보니 숙소에 손님이 없어서 공용공간은 한적하더라도 방은 항상 만실로 북적댄다. 침실 공간도 그리 넓지 않고. 원래 바뇨스에서 가려던 숙소도 이곳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숙소의 가격대가 높지 않는 동네라 개인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