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西安)의 낮과 밤, 중심가 산책 기차 안에서 눈을 떠 창밖을 내다본다. 산시성(陝西省)의 황량함이 눈에 들어온다. 그나마 황량함을 자욱한 안개가 많이 가려준다. 자욱한 안개에 가린 목적지를 갈 때 마다 기억나는 소설, 김승옥 ‘무진기행(霧津紀行)’의 한 장면 같다. 가까운 앞만 보이고 조금만 고개들 들어 멀리 보면 안개에 뒤덮인 산야는 흐릿한 실루엣만 보여준다. 기차가 하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얀 블랙홀을 통과하면 3천 년 전 시안(西安)이 나왔으면 싶다. 어제 저녁 8시 10분쯤에 출발한 기차는 정확히 아침 9시 55분에 시안역에 도착한다. 중국 기차도 지연이 거의 없는 정상국가의 열차가 되었다. 옆 침대의 친구가 코를 골아댄 것 빼고는 열차 안에서 편하게 잤다. 일반 기차는 시안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