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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조지아(Georgia)

D+135, 조지아 바투미 4: 한없는 게으름(20190329)

경계넘기 2020. 8. 7. 15:31

 

 

한없는 게으름

 

 

날씨도 구질구질하고, 숙소에서 게으름을 피운다.

 

도미토리가 아니라 개인방이 생기면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할 것 같지만 오히려 한없이 게을러 진다. 도미토리에서 못했던 게으름을 이곳에서 다 하는 것이다. 늦잠, 낮잠도 자고 방에서 이어폰 없이 음악도 영화도 드라마도 원 없이 본다.

 

 

 

방에서 멍 때린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훌쩍 지나간다.

 

밀린 기록들도 정리하고, 앞으로 일정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고 해야 하는데 만사가 귀찮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그냥 이렇게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한동안 지내고 싶은 생각뿐이다.

 

이게 꼭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쩌면 도미토리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가졌던 긴장을 풀려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이런 게으름이 여행의 중요한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게으름 때문이 아니겠는가!

 

오후에는 날씨가 좀 나아져서 해변도 산책해 본다. 몽돌해변을 왔다 갔다. 흐린 날임에도 바다를 바라보면 눈이 부시다.

 

 

 

한동안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지냈으면 싶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무언가 불편하다. 아직도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나 보다. 멍 때리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여전히 죄책감 같은 것이 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