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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베트남(vietnam)

D+039, 베트남 하노이 1-1: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국경 넘기(20181223)

경계넘기 2021. 3. 15. 08:52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국경 넘기

 

연착되었으면 싶을 때는 여지없이 정시에 도착한다.

 

어제 저녁 윈난성(雲南省)의 성도 쿤밍(昆明)에서 베트남과의 국경 도시 허커우(河口)로 가는 밤기차를 탔다. 중국 윈난성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길은 중국 쪽 국경 도시 허커우에서 베트남 쪽 국경 도시 라오까이(Lao Cai)로 넘어가는 것이다. 두 국경 도시 허커우와 라오까이는 홍강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무심히 보면 가운데로 강이 흐르는 하나의 도시 같다.

 

 

 

새벽에 떨어지는 것이니 좀 늦게 떨어졌으면 싶었건만 기차는 정확히 새벽 65분에 허커우에 도착했다. 미리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내릴 준비는 하고 있었다.

 

아직 창밖은 컴컴하다. 해가 뜨려면 아직 멀어 보인다. 더욱이 이 시각은 베이징 시각이고, 이곳 허커우는 베이징에서도 한참 서쪽이다. 적어도 1시간 이상의 시차는 있다.

 

최대한 천천히 기차에서 내린다. 그래봐야 기차에는 승객도 많지 않고, 역도 크지 않다. 역 주변에서 개길 것을 생각하고 역을 나서는데 웬걸 버스가 역 앞에 서 있다. 그러고 보니 플랫폼을 걸어 나올 때 보니 역 안에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 시각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나 보다. 출발하려는 기차가 있다면 당연히 그 사람들을 위한 버스도 다니겠지.

 

 

 

작은 도시라 한 대 있는 버스가 국경까지 간다. 얼른 올라타서 자리를 잡는다. 빈 좌석이 많아 승객을 좀 기다리겠지 하는 순간 버스가 문을 닫고 출발한다. 왜 이리 급하게 출발하나 했더니 그새 들어오는 버스가 있다.

 

이른 새벽이라 차가 막히지 않으니 15분 만에 종점인 국경에 도착한다. 국경 검문소에 가니 입구는 굳게 닫혀 있다. 아직 사방은 컴컴하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8시에 문을 연단다. 지금이 6시 반이니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 날씨가 춥지 않아서 다행이다.

 

 

 

동이 서서히 뜬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가득이다. 떠나기 전 쿤밍의 하늘은 기분 좋게 맑았는데, 베트남과 맞닿아 있는 이곳은 어찌 이리 비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인지 모르겠다. 지금 동남아는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다.

 

국경 문이 열릴 시각이 되니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한다.

 

슬슬 고개를 돌리며 환전하는 아주머니들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같이 기다리던 중국분이 이곳에도 환전상이 오니까 여기서 환전하면 된다고 했다. 곧 올 거라 했는데 문이 열릴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환전상은 보이질 않는다.

 

오늘은 일요일. 환전 때문에 일요일에 국경 넘는 것을 주저했다. 은행이 열려야 환전을 하든 돈을 찾든 할 수 있다. 올 여름에 베트남을 한 달 동안 종주한 터라 이번 여행에서는 아예 베트남에 올 생각이 없었다. 덕분에 집에 있는 베트남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 베트남 돈은 정말 땡전 한 푼 없다. 남아 있는 4백 위안 중국 돈의 환전을 365일 쉬는 날 없이 불철주야 일하시는 환전상에 기댈 뿐이다.

 

8시 정각에 국경 검문소의 문이 열린다. 중국인 몇 분이 빠르게 들어간다.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서 나도 들어가기로 한다. 베트남 국경 쪽에도 환전상은 있을 것이다.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아니 여기서 하는 편이 그나마 편할 것 같아서였을 뿐이다.

 

 

 

외국인 중에는 첫 번째. 이른 아침의 국경 검문소는 한가하다. 특히 외국인 창구에는 나 외에는 사람이 아예 없다. 아직 제대로 일할 채비도 안 갖추어진 모양새다. 그래도 나름대로 까다롭게 본다고 본다. 그것도 잠시 이내 출국 도장이 내 여권에 꽉 찍혔다. 이제 중국과는 안녕이다.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중국 검문소를 나와서 바로 다리를 넘는다. 이 다리를 넘으면 베트남 국경 검문소가 나온다. 이번 여행 첫 국경 돌파니 기념으로 사진 몇 장을 찍는다. 다리를 넘다 보니 예전에 베트남 사파(Sapa)에서 박하(Bac Ha) 갔다 오다가 이곳에 들렸던 장소가 보인다. 이 다리까지 왔었다. 그때 이 국경을 무척이나 넘고 싶었는데 그때의 소망이 지금 이루어진다.

 

 

중국측에서 바라본 모습
베트남측에서 바라본 모습

 

다리를 넘어서 베트남 검문소 건물에 막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곳에서 나온 한 중국인이 환전할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환율을 물으니 백 위안에 33만 동을 부른다. 백 위안에 30만 동까지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33만 동을 부르니 쾌재라도 부를 기분이다. 얼른 4백 위안을 주고 돈을 받았다. 혹시 가짜 돈이 아닐까도 싶었지만 준 화폐 단위가 10만 동 짜리다. 설마 50, 100만 동 지폐도 아니고 10만 동 지폐 가지고 가짜를 만들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 나름 밑장 치기를 했다. 10만 동 짜리는 13장이라 어쩔 수 없었을 터이니 2만동은 2천 동짜리 지폐로 두 장을 줬다. 10만 동 지폐만 일일이 확인하느라 제대로 보질 못했다. 하지만 환율을 이 정도 쳐줬는데 그 정도야 뭐 팁이다.

 

 

 

베트남 검문소에 들어서니 그곳은 아직도 어수선하다. 아직 제대로 업무 준비도 안 된 모양새다. 도장 받고 짐 검사 하는 곳에 섰는데 검사원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다른 직원을 쳐다보니 그냥 가랜다. 그렇게 허무하게 입국 심사도 끝난다.

 

육로 입국에서는 리턴 티켓도 확인 안 한다. 괜히 겁먹고 인도 행 비행기 티켓을 샀나 싶다. 중국도 베트남도 리턴 티켓 요구는 없다.

 

베트남 검문소를 나선다. 이제는 완연한 베트남이다. 이번 여행 두 번째 국가.

 

아무리 자주 넘어도 국경을 넘을 때는 항상 긴장감이 든다. 생각 못한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긴장감이 한 번에 사라진다. 밤새 달려온 피곤함보다는 상쾌함이 감돈다.

 

같은 사회주의지만 베트남의 공기가 더 싱그럽고, 자유롭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