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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말레이시아(Malaysia)

D+080, 쿠알라룸푸르 3: 차이나타운과 리틀인디아 그리고 중앙시장 (20190202)

경계넘기 2021. 7. 30. 15:57

 

 

차이나타운(Chinatown)과 리틀인디아(Little India) 그리고 중앙시장(Central Market)

 

 

말레이시아는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 중의 하나다.

 

말레이 반도를 따라 길게 나 있는 말라카 해협(Strait of Malacca)은 자체가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크게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말레이 반도는 동쪽으로는 남중국해, 서쪽으로는 인도양의 벵골 만과 접해 있으며 말라카 해협은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통로다. 덕분에 말레이 반도 역시 다양한 문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말레이 민족이 말레이 반도에 국가를 시작할 무렵인 2~3세기부터 인도와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점차 서아시아의 이슬람 문화도 유입되었다. 16세기 이후로는 유럽의 대항해 시대를 맞아 서양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에 이어 19세기 말에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기도 했다. 덕분에 말레이 반도에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유럽인들은 급속히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말레이 반도에는 중국과 인도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다수 민족인 말레이인이 전 인구의 67%를 차지하고, 여기에 중국계가 25%, 인도계가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헌법 상으로는 이슬람 국가지만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기 때문에 종교도 다채롭다. 인구의 61%가 이슬람교가 전 인구의 61%, 불교가 20%, 기독교가 6%, 힌두교가 1.3%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에도 이런 다문화의 모습이 잘 살아 있다.

대표적인 곳은 역시 차이나타운(Chinatown)과 리틀인디아(Little India).

 

어제 말레이시아의 화려한 중심가를 산책했으니 오늘은 차이나타운과 리틀인디아를 둘러볼 생각이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차이나타운은 많이 봤지만 말레이시아처럼 차이나타운과 리틀인디아가 같이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런데 왜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거주지를 리틀인디아라고 부를까? 본국을 큰 인디아로, 여기를 작은 인디아로 지칭하는 것 같기는 한데 차이나타운이 옆에 있다 보니 마치 차이나타운과 비교해서 낮춰 부른다는 인상을 먼저 갖게 된다. 차이나가 형님(big brother), 인디아가 아우님(little brother). 개인적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면 싶다.

 

페낭에서도 그렇고 쿠알라룸푸르도 그렇고 차이나타운과 리틀인디아는 거의 이웃하고 있다. 한 곳을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곳도 둘러볼 수 있다. 아마도 옛 구시가지가 무척 좁았기 때문이리라. 덕분에 뚜벅이 여행자는 감사하지만.

 

 

차이나타운(Chinatown)

 

 

 

오늘도 선선한 오전에 길을 나선다.

 

숙소에서 한 40여 분 걸었나. 그것도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찬찬히 구경하면서 걸었으니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차이나타운에 가까워지고 있나 보다. 한자 간판들이 많이 보인다.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역사 깃든 건물들도 보인다.

 

 

 

차이나타운의 중심은 역시 페탈링 거리 시장(Petaling Street Market)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선선해서 걷기는 좋으나 오전의 차이나타운 시장은 한가하다. 오후에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그제야 머리를 스친다.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꽤 넓은 시장에 다양한 가게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오전임에도 먹거리들도 많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오후와 저녁에는 불야성을 이룰 듯하다. 한국의 안내 글에는 페탈링 야시장이라고 많이들 쓰는데 그만큼 야간에 더 활발한 시장인가 보다.

 

 

 

한 낡은 건물 안으로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기에 따라 들어가 보니 재래식 시장이다. 일반의 재래시장처럼 고기, 생선, 야채, 과일 등을 판다. 다른 곳들과는 달리 이곳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제야 시장답다.

 

 

 

재래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나오는데 입구 쪽에 닭집이 눈에 들어온다.

 

어렸을 때 재래식 시장에서 보았던, 가게에서 직접 닭을 도축하던 닭집이다. 살아있는 닭들이 닭장 안에 있고 손님들이 그 속에서 닭을 고르면 주인은 그 닭을 잡아서 목에 칼집을 낸다. 칼집을 낸 닭은 커다란 통에 넣어서 잠시 피를 뺀 다음 닭털을 뽑기 위해서 탈수기 같은 곳에 넣고 돌린다. 예전에 재래시장에서 봤던 모습이다.

 

어릴 적에는 닭고기 먹고 싶은 욕심에 팔려 보지 못했는데, 지금 가게 안 닭장의 닭들을 보니 살려는 저항이 전혀 없다. 보통 사람이 닭을 잡으려하면 좁은 닭장이라도 피하려하고, 잡히더라도 벗어나려고 몸을 흔들고 울어대지 않나! 그런데 닭장의 닭들은 미동도 없고, 주인이 자신을 잡아 칼로 목을 찌를 때까지 푸드덕거리는 날개 짓이나 울음조차도 없다. 심지어 닭장 문이 열려 있는데도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삶의 희망이나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다.

 

자신의 눈앞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면서 이미 분노와 공포를 넘어 넋이 나간 상태, 삶의 의지가 모두 말살된 상태다. 극도의 공포가 지속되면서 나타난 자포자기의 모습이 이럴까. 되도록 빨리 죽는 것이 조금이라도 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듯하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은 사실로 보인다.

정신을 놓는 순간 육체는 공허해진다.

 

인간이 정말 잔인하긴 잔인해 보인다. 도살하는 장소와 살아있는 닭들의 장소만이라도 구분을 해두었으면 싶은데. 죽기 직전까지라도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게 해주면 안 될까?

 

육식을 좋아하는 여행자의 발걸음이 잠시 무거워진다.

 

 

 

페탈링 시장 옆 거리에 인상적인 건물 두 개가 살짝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있다.

 

하나는 관우를 모시는 도교 사원인 관제묘(關帝廟, Guan Di Temple)이고, 다른 하나는 힌두교 사원인 스리 마리아만 사원(Kuil Sri Maha Mariamman)이다. 페낭에서도 한 거리에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더니만 이곳도 그렇다.

 

먼저 관제묘에 들어가 본다. 사당 가운데에 딱 봐도 알만한 관우의 상이 있다. 향을 피워 그를 그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1887년에 세워진 사원이라고 한다.

 

 

 

1873년에 세워졌다는 스리 마리아만 사원은 역시나 문 위로 솟아 있는 탑의 문양이 기이하면서도 신비롭다. 들어가지는 않고 외관만 보기로 한다. 들어가기가 다소 복잡하기도 하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바로 인도에 들어갈 예정인지라 굳이 이곳에서 들어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중국인과 인도인을 상징하는 두 종교 건물이 이렇게 한 거리에 마주보고 있다는 사실은 이주민인 이들이 그만큼 가깝게 이웃하며 살아오고 있음을 의미하리라. 하지만 페낭이나 이곳이나 이곳에서는 소수 민족인 이 두 민족이 그렇게 친해보이지는 않다는 느낌이 나만의 생각일까?

 

 

리틀인디아(Little India)

 

 

 

차이나타운을 벗어나 리틀인디아로 발걸음을 옮긴다.

 

리틀인디아는 차이나타운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나온다. 차이나타운과 리틀인디아의 경계를 이루는 곳에는 중국식 가게와 인도식 가게들이 섞여 있다. 리틀인디아에 가까워질수록 인도 가게들이 많아진다.

 

 

 

리틀인디아에 들어서니 야시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도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하거나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긴 골목길이 온통 노란색 천막으로 가득 차 있다. 매대들이 깔끔한 것을 보니 최근에 조성된 모양이다. 먹거리들도 많다.

 

 

 

잘란 마스지드 인디아(Jalan Masjid India) 거리에 들어서니 곳곳에 쇼핑센터들이 보이고 그 안에 인도 상점들이 보인다. 인도 간판들도 보이고. 대체로 귀금속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리틀인디아에 힌두 사원은 보이지 않고 이슬람 사원만 보인다. 차이나타운에도 힌두 사원이 있는데 정작 리틀인디아에는 보이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니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히잡을 둘러쓴 무슬림들이 주로 보인다. 시장의 파는 물건들도 이슬람 관련 물건들이 많이 보이고, 인도 상점들도 생각만큼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나중에 확인해보고야 알았다.

이곳은 리틀인디아가 아니었다.

 

이름이 잘란 마스지드 인디아라 당연히 리틀인디아라고 생각했는데 리틀인디아는 따로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곳도 리틀인디아는 맞다. 다만 이곳은 인도 이슬람 공동체라고 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곳으로 이슬람 리틀인디아가 되겠다. 그래서 힌두 사원이 아니라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가 있었던 게다.

 

힌두 리틀인디아, 즉 정통 리틀인디아는 차이나타운의 남서쪽 브릭필드(Brickfields)에 있다. 이곳의 인도 공동체가 훨씬 더 크다고 한다. 둘 다 차이나타운에서 비슷한 거리에 있다.

 

 

 

정보 부족을 제대로 통감한다.

 

말레이시아부터는 처음 가보는 나라인지라 그때그때 정보를 찾으면서 다니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생긴다. 브릭필드의 리틀인디아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는 했는데 쿠알라룸푸르를 떠나기 전에 가볼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중앙 시장(Central Market)

 

 

 

차이나타운의 페탈링 거리 시장 북단에 중앙시장(Central Market)이 있다.

 

하얀색과 파랑색이 어울린 고풍스런 시장 건물 입구에 ‘Since 1888’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100년이 훌쩍 넘은 시장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꽤 넓은 2층의 시장이다. 새로 리뉴얼을 했는데 깔끔하다.

 

 

 

차이나타운과 리틀인디아 사이에 있는 시장이기는 하지만 두 나라보다는 말레이인 시장으로 보인다. 의류 등의 일반 상품들도 팔지만 악세사리, 공예품 등의 말레이시아 전통 상품들을 많이 판다.

 

 

 

건물 한쪽에는 그림 등의 예술품을 파는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곳도 있다. 작업실도 겸하는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들의 모습도 눈에 자주 띤다. 말레이시아 기념품을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들려서 쇼핑도 하고 물건을 사면 될 듯싶다. 잘 진열된 가게들을 보면 가격대가 꽤 있어 보인다.

 

 

 

더운 쿠알라룸푸르에서 시원하게 전통 상품들을 쇼핑할 수 있는 곳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