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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말레이시아(Malaysia)

D+082, 쿠알라룸푸르 5: 디지털 고난 2, 생활의 리듬이 깨졌다 (20190204)

경계넘기 2021. 8. 2. 11:30

 

 

디지털 고난 2, 생활의 리듬이 깨졌다

 

 

목이 좀 아프고 콧물이 질질 나온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열대 한복판에서 감기라니.

 

어제, 오늘 에어컨 나오는 실내에만 계속 있었더니 냉방병에 걸린 모양이다. 냉방병이라지만 무더운 여름철 에어컨 끼고 산 적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스트레스로 인해 생활의 리듬이 깨져서일 게다.

 

스트레스의 원흉은 말레이시아의 인터넷 환경이다.

어제부터 내 목을 잡게 만들었던 인터넷 뱅킹이 여전히 안 된다.

 

어제 오전 짧은 외출 이후 내내 호스텔에서 인터넷 뱅킹을 하려고 노트북과 씨름하고 있다. 한국의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막상 들어가더라도 이체를 하려 하면 마지막 순간에 다운이 된다. 아예 안 되면 다른 곳에서라도 시도를 해보겠는데 될 듯 말 듯 안 되니 혈압만 올라온다.

 

인터넷 뱅킹이 안 되면 돈을 찾을 수가 없으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여기에 한 가지 고민이 더 한다.

말레이시아 이후의 여행 계획이 잡히지 않는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훌쩍 떠난 여행인지라 여행하는 매 순간 계획을 짠다. 계획하며 여행하고 여행하며 계획한다. 그럼에도 이번은 더 특별하다. 동남아까지는 대부분 예전에 여행을 했던 곳이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 이후부터는 주로 가보지 않은 곳을 가야 한다. 대략적인 계획은 생각해 두었는데 막상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 오니 여러 가지 고민이 밀려온다.

 

말레이시아 다음 목적지는 인도와 네팔이다.

 

인도의 콜카타(Kolkata)로 들어가서 바라나시(Varanasi)까지 육로도 이동했다가 그곳에서 육로로 네팔에 들어갈 생각이다. 인도에서 콜카타 가는 항공권은 한국에서 이미 사놨다. 동남아 국가들 특히 베트남 들어갈 때 아웃 티켓을 요구할 수도 있어서 미리 한국에서 버릴 각오로 가장 싼 티켓을 사 두었다. 미리 샀더니 쿠알라룸푸르에서 콜카타까지 에어아시아 항공권이 5만원이다. 항공권을 버리지 않고 사용한다고 했을 때 일단 인도까지는 확정이다.

 

인도에 가면 당연히 네팔까지 가는 것이긴 한데 문제는 슬슬 아시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에도 중국과 동남아는 자주 여행을 자주 했었고, 인도도 재작년 5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여행을 했다. 여기에 지금 두 달 반 정도 아시아를 돌고 있으니 싫증이 날 만도 하다. 더욱이 다음 목적지인 인도는 개인적으로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인도와는 궁합이 안 맞는다고 할까? 솔직히 가기 싫다.

 

이미 싫증난 아시아에서 굳이 시간과 돈을 더 쓸 필요가 있을까?

 

기존의 계획이 흔들리고 그렇다고 새로운 계획이 잡히는 것도 아니니 계속 정보만 탐색하는 일과가 되고 있다. 무언가가 잡혀야 움직일 터인데 머리만 복잡하다.

 

실내에서 컴퓨터만 붙잡고 씨름하면서 갑자기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생체 리듬이 깨진 모양이다. 쉬엄쉬엄 여행했다고는 하지만 여행이 지속되면서 피로도 누적되었을 터이다. 이런 상태에서 생활 리듬이 잠시 깨지니 바로 감기로 나타났을 것이다. 그나마 심한 건 아니니 다행이다.

 

배낭여행 하면서 감기 걸려 보긴 또 처음이다. 숱한 여행 속에서도 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어느 때부터는 감기약도 챙기질 않는다. 덥고 찌는 말레이시아에서 일사병이라 아니라 냉방병이니 팔자가 편해서 걸렸다며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여행에도 분명 생활의 리듬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녁은 나가서 먹어야겠다. 감기 걸렸다고 실내에만 있으면 더 심해질 뿐이다. 적당한 걷기가 필요하다.

 

그나저나 인터넷 뱅킹은 언제 되려나?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