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살아보기(국내) 20

노가다 이야기 13: 드디어 무더운 여름을 넘겼다! (20220925)

무더운 여름을 넘겼다!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 온 것 같다. 아침저녁 날씨가 선선하다. 하이닉스에 출근하는 자전거길이 선선하다 못해 제법 찬기가 든다. 드디어 무더운 여름을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무더운 7월과 8월은 만근까지 했다. 노가다를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점이 덥고 습한 여름을 과연 넘길 수 있을까였다. 여름을 무척 싫어한다. 그것도 습한 한국의 여름은 더욱.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름에는 습진 등의 피부 트러블도 많이 생긴다. 습하지만 않다면 더운 날씨는 그럭저럭 버틴다. 비록 햇볕 아래에서는 뜨겁지만 그늘만 들어가도 시원해지기 때문이다. 노가다를 시작할 때 가장 고민했던 것 중 하나도 여름이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시작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버텨보기로 했다..

노가다 이야기 12: 노가다(건설 노동)에서의 안전이란? (20220707)

노가다(건설 노동)에서의 안전 이야기 한국에 배낭여행이 확산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여성 여행가가 있다. 한비야가 그녀다. 그녀가 쓴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배낭여행이 급속히 늘었다. 한비야가 여성이라 그런지 여자 배낭여행자들도 무척이나 많이 늘었다. 나 역시 그녀의 책을 읽었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무척이나 불편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을 하나 꼽는다면 남미에서 히치하이킹을 했다는 대목이다. 먼저 이야기하지만 이거 진짜 위험하다. 남성도 위험하지만 특히 여성 혼자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다를 알겠지만 삼성전자가 새벽에 조깅을 하는 여성을 배경으로 영국에서 광고를 냈다가 영국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

노가다 이야기 11: 노가다(건설 노동)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20220530)

노가다(건설 노동)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여행, 특히 배낭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배낭여행 할 때 꼭 챙겨할 것,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게 뭐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신발과 배낭. 그 외 나머지 것들은 대세에 지장 없는 것들이니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알아서 준비하라고 한다. 신발과 배낭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를 고른다면? 그건 당연히 신발! 발이 불편하거나 다치면 여행은 바로 지옥이 된다. 반면에 발만 편하면 여행 중에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다. 산이든, 들이든, 빗길이든, 눈길이든, 돌길이든 거칠 것이 없다. 비싼 신발을 사라는 말이 아니다.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해야할 여행 장비가 신발이란 말이다. 자신의 발에 잘 ..

노가다 이야기 10: 작업복에도 패션이 있다 (20220527)

작업복에도 패션이 있다! 노가다라고 하면 막노동을 연상했다. 더러운 작업복을 입고 무식하게 힘만 쓰는 그런 일들. 그런 사람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이 멋있다. 그들이 입는 작업복도. 작업복에도 패션이 있다.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안전 용구들이 있다. 마치 군대에서 군복에 헬멧, 방탄조끼, 탄띠, 고무링, 전투화를 착용하듯이 건설일도 안전모, 조끼, 안전벨트, 각반, 안전화를 착용한다. 여기에 각각의 공정에 맞는 작업 도구들을 안전벨트에 착용한다. 마치 군인들이 소총, 수류탄 등의 개인화기를 착용하는 것처럼. 이게 멋있다. 이런 안정 장비들과 작업 도구들을 지급하고 착용한다는 사실에서 예전 드라마에서 보는 막노동꾼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뭔가 전문가다운 냄새가 풍긴다. 막 자대에 배치 받은 어설픈 이등병이 전..

노가다 이야기 9: 유도원은 편할 줄 알았는데...... (20220524-2)

유도원은 편할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서 있으려니 다리가 너무 아프다. 유도원은 개꿀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 팀은 7시 10분쯤 아침 조회격인 TBM을 체조와 함께 시작한다. 이때부터 점심시간인 오전 11시까지 한시도 앉지 못하고 계속 서 있어야 한다. 가끔 TL(Table Lift)이라는 장비를 유도할 때 조금 걷는 것 빼고는 작업 현장에서 지나 다니는 사람들을 통제하면서 계속 서 있는 게 일이다. 점심시간이 시작한다고 해서 좋은 일은 아니다. 더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서 있느라 힘든 다리를 이끌고 식당까지 왕복 50분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식사는 대충 15분 정도에 마치지만 식당을 나온 사람들에게 앉아 쉴 만한 곳은 없다. 식당 건물 주변의 그늘진 ..

노가다 이야기 8: SK하이닉스 M15 건설 현장으로 (20220524-1)

SK하이닉스 M15 건설 현장으로 새벽 5시 45분에 집을 나선다. 6시 30분까지 업체 사무실 앞에서 내가 일을 할 팀의 팀장을 만나기로 했다. 그 시간에 맞추려 넉넉히 길을 나선다. 여름의 초입 5월 말의 해는 길어서 이 시간에도 날은 훤하다. 하지만 길은 한산하다. 3일째 자전거로 가는 길이지만 힘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경사진 고개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유도원으로 첫 출근이라 안전모에 조끼, 메가폰, 신호봉까지 들고 가자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아예 안전모에 조끼, 안전벨트까지 매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빨간색 안전모 그리고 등짝에 유도원이라는 큼지막한 팻말이 붙은 빨간색 조끼는 여간 우스워 보이는 게 아니라 집에서부터 입고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차에서..

노가다 이야기 7: 노가다(건설 노동)의 분야, 공종(工種) (20220523-3)

노가다(건설 노동)의 분야, 공종(工種) 노가다(건설 노동)에도 당연히 여러 분야가 있다. 이를 공종(工種)이라고 한다. 건설 노동(노가다)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들 중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 노가다처럼 일본어에서 나온 용어들도 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용어들 중에서도 사전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종도 그렇고 지난 번 글을 쓴 공수제라는 용어도 그렇다. 이들 용어도 일본어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노가다 일을 잡기 전에 노가다 일의 종류, 즉 공종을 알아봤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 비교적 안전하고 덜 힘든 일을 찾으려는 노력에서였다. 힘든 일을 기피해서라기보다 내 체력에 맞는 일부터 점진적으로 해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괜히 돈 많이 준다고 덥석 시작했다가 골병들거나 중간에 그만둘 수..

노가다 이야기 6: 노가다(건설 노동)의 꽃, 공수제 (20220523-2)

노가다(건설 노동)의 꽃, 공수제 오전에 신규자 안전교육을 받으면 근로계약서를 쓴다. 이제야 진짜 일을 하게 되는 거다. 근로계약서에 나오는 포괄 임금제는 익숙하지가 않다. 건설 일용직은 주로 포괄 임금제를 사용한다. 기본급,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연차수당이 모두 포함된 임금이라는데 대충 일당에 모든 게 다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다. 월 단위 계약인 일용직 건설 노동은 퇴직금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일당의 금액. 내가 받을 일당은 14만 원. 근로계약서에서 확인한 것은 이 금액이다. 다른 조건은 뭐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 나만 쓰는 근로계약서도 아니고. 주간 8시간 근무에 14만 원이니 시급으로 따지면 1.75만 원이다. 꽤 좋다. 2002년 올해 최저임금이 9,160원이니 최저 임금의 거의 두 배에 이..

노가다 이야기 5: 노가다(건설 노동) 첫날, 교육만 받았는데 일당을 준다! (20220523-1)

노가다(건설 노동) 첫날, 교육만 받았는데 일당을 준다! 노가다 첫날이지만 사실 교육 받는 날이다. 하이닉스에서 일을 하려면 신규자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안전교육을 받지 않으면 하이닉스에서 일을 할 수 없다. 이건 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다. 교육과 함께 신체검사도 받는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그저 혈압을 잰다. 혈압이 높으면 일을 할 수 없다. 병원에서 확인서를 떼 오거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새벽 6시까지 하이닉스 근처 업체 사무실로 오란다. 새벽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간다. 어제 답사했던 길이지만 역시 고개가 있어서 힘이 든다. 길도 지랄 같고. 노가다는 교육도 이른 아침에 하나보다. 하이닉스 근처 컨테이너 사무실에 가서 간단한 서류를 써서 제출한다. 일종의 입사 서류다..

노가다 이야기 4: SK하이닉스 출근길 답사 & 하이닉스 이야기 (20220522)

SK하이닉스 출근길 답사 & 하이닉스 이야기 청주에서의 온전한 첫날. 일요일이다. 중고 자전거를 사러 간다. 당장 내일 월요일부터 하이닉스에 가야하니 자전거가 필요하다. 이른 아침이라 택시 외에는 마땅한 대중교통 편이 없다. 그저께 방을 구하러 청주에 왔다가 들렸던 삼천리 자전거포에 간다. 사장님이 대번 나를 알아보신다. 덕분에 방을 잘 구했다고 인사를 드린다. 사장님이 깨끗하게 손을 본 중고 자전거를 13만원에 산다. 자전거를 묶을 체인과 앞, 뒤 자전거 라이트를 서비스로 주신다. 이제는 내일 갈 SK하이닉스를 자전거로 답사해본다. 내가 일할 곳은 SK하이닉스 M15 공장이다. 지금 한창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천에 이어 청주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M15 옆에는 이미 M11, 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