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건설 노동 6

노가다 이야기 19: 공수는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20221118)

공수는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다음주부터 연장이 사라진다! 11월도 중반에 들어서니 슬슬 작업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몰려서 제대로 그걸 느낄 수 없다지만 점심시간에 식당의 줄을 보면서 확연히 느낀다. M15 공정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달 들어 토요일에 작업이 없어서 주말 이틀을 온전히 쉴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주부터는 주중에도 아예 연장이 없어진단다. 노가다 은어로 ‘맨대가리’만 쳐야 한다. 일할 의욕이 좀 사라진다. 지난달은 일요일과 국경일 빼고는 모두 일을 했다. 주중에는 모두 연장이었고 토요일도 모두 일했다. 만근을 한 덕분에 공수는 최고를 찍었지만 솔직히 힘이 많이 들었다. 머리만 대면 10초만에 바로 잠이 들 정도. 쉬지 않고 일한 6개월간 ..

노가다 이야기 12: 노가다(건설 노동)에서의 안전이란? (20220707)

노가다(건설 노동)에서의 안전 이야기 한국에 배낭여행이 확산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여성 여행가가 있다. 한비야가 그녀다. 그녀가 쓴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배낭여행이 급속히 늘었다. 한비야가 여성이라 그런지 여자 배낭여행자들도 무척이나 많이 늘었다. 나 역시 그녀의 책을 읽었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무척이나 불편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을 하나 꼽는다면 남미에서 히치하이킹을 했다는 대목이다. 먼저 이야기하지만 이거 진짜 위험하다. 남성도 위험하지만 특히 여성 혼자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다를 알겠지만 삼성전자가 새벽에 조깅을 하는 여성을 배경으로 영국에서 광고를 냈다가 영국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

노가다 이야기 11: 노가다(건설 노동)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20220530)

노가다(건설 노동)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여행, 특히 배낭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배낭여행 할 때 꼭 챙겨할 것,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게 뭐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신발과 배낭. 그 외 나머지 것들은 대세에 지장 없는 것들이니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알아서 준비하라고 한다. 신발과 배낭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를 고른다면? 그건 당연히 신발! 발이 불편하거나 다치면 여행은 바로 지옥이 된다. 반면에 발만 편하면 여행 중에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다. 산이든, 들이든, 빗길이든, 눈길이든, 돌길이든 거칠 것이 없다. 비싼 신발을 사라는 말이 아니다.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해야할 여행 장비가 신발이란 말이다. 자신의 발에 잘 ..

노가다 이야기 9: 유도원은 편할 줄 알았는데...... (20220524-2)

유도원은 편할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서 있으려니 다리가 너무 아프다. 유도원은 개꿀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 팀은 7시 10분쯤 아침 조회격인 TBM을 체조와 함께 시작한다. 이때부터 점심시간인 오전 11시까지 한시도 앉지 못하고 계속 서 있어야 한다. 가끔 TL(Table Lift)이라는 장비를 유도할 때 조금 걷는 것 빼고는 작업 현장에서 지나 다니는 사람들을 통제하면서 계속 서 있는 게 일이다. 점심시간이 시작한다고 해서 좋은 일은 아니다. 더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서 있느라 힘든 다리를 이끌고 식당까지 왕복 50분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식사는 대충 15분 정도에 마치지만 식당을 나온 사람들에게 앉아 쉴 만한 곳은 없다. 식당 건물 주변의 그늘진 ..

노가다 이야기 8: SK하이닉스 M15 건설 현장으로 (20220524-1)

SK하이닉스 M15 건설 현장으로 새벽 5시 45분에 집을 나선다. 6시 30분까지 업체 사무실 앞에서 내가 일을 할 팀의 팀장을 만나기로 했다. 그 시간에 맞추려 넉넉히 길을 나선다. 여름의 초입 5월 말의 해는 길어서 이 시간에도 날은 훤하다. 하지만 길은 한산하다. 3일째 자전거로 가는 길이지만 힘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경사진 고개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유도원으로 첫 출근이라 안전모에 조끼, 메가폰, 신호봉까지 들고 가자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아예 안전모에 조끼, 안전벨트까지 매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빨간색 안전모 그리고 등짝에 유도원이라는 큼지막한 팻말이 붙은 빨간색 조끼는 여간 우스워 보이는 게 아니라 집에서부터 입고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차에서..

노가다 이야기 7: 노가다(건설 노동)의 분야, 공종(工種) (20220523-3)

노가다(건설 노동)의 분야, 공종(工種) 노가다(건설 노동)에도 당연히 여러 분야가 있다. 이를 공종(工種)이라고 한다. 건설 노동(노가다)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들 중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 노가다처럼 일본어에서 나온 용어들도 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용어들 중에서도 사전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종도 그렇고 지난 번 글을 쓴 공수제라는 용어도 그렇다. 이들 용어도 일본어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노가다 일을 잡기 전에 노가다 일의 종류, 즉 공종을 알아봤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 비교적 안전하고 덜 힘든 일을 찾으려는 노력에서였다. 힘든 일을 기피해서라기보다 내 체력에 맞는 일부터 점진적으로 해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괜히 돈 많이 준다고 덥석 시작했다가 골병들거나 중간에 그만둘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