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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이야기 19: 공수는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20221118)

경계넘기 2022. 12. 15. 05:19

 

 

공수는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다음주부터 연장이 사라진다!

 

11월도 중반에 들어서니 슬슬 작업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몰려서 제대로 그걸 느낄 수 없다지만 점심시간에 식당의 줄을 보면서 확연히 느낀다. M15 공정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달 들어 토요일에 작업이 없어서 주말 이틀을 온전히 쉴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주부터는 주중에도 아예 연장이 없어진단다. 노가다 은어로 맨대가리만 쳐야 한다.

 

일할 의욕이 좀 사라진다.

 

지난달은 일요일과 국경일 빼고는 모두 일을 했다. 주중에는 모두 연장이었고 토요일도 모두 일했다. 만근을 한 덕분에 공수는 최고를 찍었지만 솔직히 힘이 많이 들었다. 머리만 대면 10초만에 바로 잠이 들 정도. 쉬지 않고 일한 6개월간 피곤이 누적된 상태에서 일은 더 많아지니 그런 모양이다. 이번 달 들어 주말 이틀을 쉬니 살 것 같다. 하지만 주중에도 연장이 사라진다는 말을 들으니 온몸에 힘이 빠지고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 매일 맨대가리라니 이런 상황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공수일까?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공수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덕트나 트레이에 전기선을 까는 포설이라는 일은 기본적으로 덕트와 트레이가 갖춰져야 하는데 이 작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공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좀 투덜대고 있었더니 같이 일하던 10년 이상의 경험 많은 작업자들이 이런 말들을 했다.

 

고덕(삼성 반도체 공사 현장) 같은 곳은 연장에 야간도 많다던데......”

어차피 1년 평균 내보면 비슷해요

?”

연장에 야간, 주말까지 일하면 40공수, 50공수 찍을 수 있죠. 하지만 그렇게 2~3달 이상은 못해요. 보통 그렇게 일하면 한, 두 달은 쉬게 마련이에요 안 그러면 몸 상하고. 평균 내보면 비슷해요. 월급은 비슷한데 공수 쫓아다니면 골병만 들고, 오래 못해요.”

하긴 저도 벌써 피곤한데

그럼요. 진이 빠지면서 한방에 가요. 자신의 의지하고 상관없어요. 나도 예전에 그렇게 일한 적이 있었어요. 석 달 정도 지나서였나, 어느 날 출근하려고 일어나다가 갑자기 고꾸라졌어요. 몸이 말을 듣지 않더라고. 일주일을 꼼짝 못하고 시체처럼 누워 있었죠. 그러고도 정상 컨디션을 찾는데 두어 달 이상 걸린 것 같아요. 그 이후론 절대 무리 안 해요.”

다른 작업자가 거든다.

젊은 친구들이 두어 달 그렇게 짧게 뛰고 가는 경우는 많죠. 나라도 짧게 뛴다면 공수 많은 곳에 가겠지만 이 일을 직업으로 1년이고 2년이고 꾸준히 할 생각이라면 절대 그렇게 못 해요. 솔직히 야간 하루만 뛰어도 며칠은 지장이 가

 

그럼 어느 정도가 적당한 공수일까요?”

보통 30공수 안팎

주중에 연장 풀(full)로 하고 주말 이틀은 쉬어주고

 

또 다른 작업자가,

아니야. 금요일은 연장 없이 정상 근무만. 그래야 집에 가기도 좋고.”

그러네요. 금요일에 연장이 없어야 숙소에서 좀 씻고 바로 집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저녁을 가족과 좀 편안히 보내고 일요일에 쉬엄쉬엄 다시 이곳으로 오겠네요

토요일까지 일하면 집에도 못가. 일요일 하루 쉬는데 어떻게 움직이나. 금요일 연장하면 집이 좀 먼 사람들은 다음날 토요일에 가야 하는데 그럼 하루밖에 집에서 쉬지 못하니 많이 피곤해요. 가족에게도 미안하고.”

그렇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풀 연장에 금요일 맨대가리. 주말 이틀 쉬고. 5. 이게 최고야. 이 정도 되면 1년이고 2년이고 꾸준히 다닐 수 있지.”

 

공수 올릴 생각을 말고 기술을 빨리 쌓아서 단가를 올려. 경험과 인맥 쌓이면 팀장으로 나가고. 그게 노가다 판에서 돈을 버는 정석이야.”

공수를 올리는 것은 육체를 갈아서 돈을 버는 일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의 말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6개월 가까이 되니 나도 많이 지친다. 대부분은 만근을 했던 터라 피곤이 누적된 모양이다. 지금은 연장에 야간, 주말까지 하면서 40~50 공수를 한다는 사람을 봐도 별 감흥이 없다. 지금 나보고 그렇게 하라면 추노한다!

 

노가다에서 돈을 벌려면 기술을 쌓아서 단가를 올리고, 이후 팀장으로 가는 길이 최선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육체를 갈아서 돈을 벌 생각 말고.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