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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이야기 16: 노가다는 출근이 반이다(20221021)

경계넘기 2022. 11. 12. 16:02

 

 

노가다는 출근이 반이다.

 

 

노가다는 출근이 반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일단 출근만 하면 어찌되었든 하루가 간다!

 

아침마다 머릿속은 전쟁이다. 오늘 하루만 제칠까? 날씨가 쌀쌀해지다보니 더해진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죽기보다 싫다. 하지만 오늘 하루 제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쉬면 더 쉬고 싶고, 그러다 보면 다시 못 나갈 것 같다.

 

노가다에서 출근이 반이라고 하는 이유가 무얼까?

 

어느 직장이든 출근하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일 터다. 그럼에도 특별히 노가다에서 출근이 반이라고 하는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몸으로 직접 겪어 보니 알 것 같다.

 

첫째는 육체노동이 주된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몸이 고되다. 유도원의 경우에도 하루 종일 걷고 서 있어야 하니 많이 피곤하다. 내 경우는 조금 특별하긴 하지만 출근하면 출퇴근 포함 하루에 2만보 이상을 걷는다. 많을 때는 3만보 가까이도 걷는다. 풀 방진복을 입고도 2만보 이상을 걷는다.

 

여기에 연장과 야간, 주말 근무까지 더해지면 피곤이 풀릴 시간이 없다. 피로가 쌓일수록 출근길이 천근만근이다. 나 역시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가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체로 만근이다 보니 피곤이 많이 쌓였다. 장소를 불문하고 점심 자투리 시간에 머리만 대면 바로 잠이 들 정도다.

 

둘째는 출근 시간이 다른 일에 비해 이르다. 보통 7시나 7시 반까지 출근이니 늦어도 1시간 전에는 집이나 숙소를 나선다. 자가용을 끌고 출근하는 경우 주차장에 차를 대기 위해서는 두어 시간 일찍 출근해야 한다. 새벽 5, 6시에 출근해서 주차장에 주차하고 차에서 눈을 조금 부쳤다가 나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자가용의 역설이라고 할까 오히려 버스나 자전거 등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이 짧다.

 

셋째는 개인 시간, 즉 생활에 여유가 없다보니 더 피곤하다. 연장이나 야간을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연장을 하지 않는 날에도 집에 오면 꼼짝하기가 싫다. 숙소와 현장만을 왔다갔다하다보니 생활에 낙이 없다. 차 한 잔, 커피 한 잔 편하게 마실 여유가 일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 것인지 요즘에야 느낀다.

 

 

 

아침에 출근 고민을 아예 차단하는 것이 상책이다.

 

할까 말까 고민 자체를 안 해야 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할까 말까를 고민한다면 그냥 하라고. 출근 할까 말까를 고민한다면 그냥 출근 해버린다. 출근 못할 일이 있다면 고민 자체가 의미 없다. 하지만 그게 쉽다면 매일 아침이 전쟁이겠는가!

 

그냥 오늘 하루만 버틴다는 생각으로 다닌다.

 

월요일 하루를 버티면 이번 주만, 한 주를 버티면 이번 달만 버티자고 생각한다. 첫 입사 날이었다. 입사 동기가 나포함 세 명이었는데 한 분이 노가다 경력이 많은 팀장이었다. 사무실 직원이 작업 조끼 치수를 묻기에 여름에는 입는 옷이 얇으니 원래 입던 L 치수를 입고, 겨울에는 좀 큰 치수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더니 그 분이  이 사람아, 노가다 인생 올 여름도 장담할 수 없는데 뭔 겨울 걱정을 해요라며 허허 웃었다. 그 분 말이 딱 맞다. 6개월이다 1년이다 그런 다짐이나 생각이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그저 하루하루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나와 약속했던 5개월이 갔다. 세 명의 동기 중 그 분과 내가 지금까지 남아서 일하고 있다.

 

여기에 업체의 늦은 월급날이 의외로 도움이 되었다.

 

월급날이 20일이다. 보통 노가다의 경우 10일이거나 늦어도 15일인데 이 놈의 회사는 20일이다. 근데 이게 버티는데 도움이 된다. 달의 첫 주를 버티고 나면 월급날까지만 버티자고 생각한다. 일하다 월급을 받자는 심산. 막상 20일이 되어서 월급을 받으면 이 달도 며칠 안 남았으니 아예 채워버리자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한 달을 채운다. 이런 생각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6개월째 거의 만근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