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 ‘무진기행’이 있다. 무진(霧津)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안개로 유명한 한 도시에서의 여행을 그린 소설. 안개 속의 도시인 무진은 여기서 현실 또는 세속과 떨어진 이상 또는 허무를 상징한다. 지금 바뇨스가 딱 그 소설 속의 도시 같다. 내가 그 소설의 주인공이고. 며칠 계속 비가 내리더니만 오늘 아침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이 모두 안개, 아니 구름에 잠겼다. 딱 마을만 남겨두고 온통 하얀색이다. 구름에 갇힌 기분이 이럴까? 차라리 구름 속에 들어가 있다면 안개가 자욱하다고 표현할 터인데, 이건 내가 있는 마을만 남겨두고 구름이 둘러싸고 있으니 그게 신기하다. 마치 구름이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마을을 숨겨주고 있는 듯하다. 마추픽추가 이러했을까? 이렇게 구름이 마을을 둘러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