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트빌리시 12

D+131, 조지아 카즈베기 4: 카즈베기(Kazbegi) 설국(雪國)의 하얀 사막(white desert)(20190325)

카즈베기(Kazbegi) 설국(雪國)의 하얀 사막(white desert) 이른 아침부터 숙소에 같이 있는 한 조지아 가이드가 수심이 가득하다. 여행객을 이끌고 우리 숙소에 있는 친구인데 오늘 트빌리시에 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어제의 폭설로 길이 통제되고 있다고 한다. 제설이 되어서 길이 뚫릴 수 있을지도 문제지만 자신의 차에 월동 장비가 전혀 없다는 것도 걱정이란다. 스노우타이어도 아니고, 체인도 없단다. 길이 뚫린다고 하더라도 빙판길을 걱정해야 한다. 그의 일행들은 어제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폭설로 발이 묶여 버렸다. 오늘은 내려가야 여행객들의 일정에 그나마 큰 차질이 없는데 눈과 차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가이드가 내게 이번 주 일기예보를 보여준다. 이곳에 내일부터 다시 눈이 내리는데 현재 예..

D+130, 조지아 카즈베기 3: 눈 내리는 카즈베기(Kazbegi)(20190324)

눈 내리는 카즈베기(Kazbegi) 아침부터 눈이다. 싸락눈임에도 제법 쌓인 것을 보니 저녁 내내 내렸나 보다. 일행이 깨기 전이라 샤워를 하고 잠시 글을 쓰고 있다. 방바닥에서 자고 있던 고양이가 어느새 내 침대를 차지하고 있다. 숙소에서 키우는 고양이인데 언제 우리 방에 들어왔는지는 모른다. 설국(雪國)이 따로 없다. 문득 창밖을 보니 싸락눈이 어느새 굵직한 함박눈으로 변해 있다. 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굵어지더니만 어느새 펑펑 쏟아지기 시작한다. 금세 쌓인 눈의 두께가 밤새 내린 싸락눈의 두께를 우습게 덮어 버린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조지아 시골마을이 눈에 덮이니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그림이나 TV에서 보던 크리스마스 풍경. 이번 여행은 작년 11월 중순에 시작했다. 중국..

D+129, 조지아 카즈베기 2: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Gergeti Tsminda Sameba Church)에 올라가다(20190323)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Gergeti Tsminda Sameba Church)에 올라가다 숙소 창문에서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Gergeti Tsminda Sameba Church)'이 바로 보인다. 5,047m 카즈벡산(Mt Kazbek)이 솟아 있고 그 앞 작은 산 정상 위에 성당이 서 있다. 주변의 높은 설산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제법 경사가 있는 산이다. 택시를 많이들 타고 간다고 하는데 걸어서 올라가기로 한다. 겨울이라 눈이 덮여 있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2시간이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거리로 보인다. 길도 잘 나 있다고 하니 트레킹 겸 올라간다. 다리를 넘어 맞은편 마을로 들어가니 숙소가 있는 마을보다 더 시골스럽다. 소들도 많고 돌로 지은 이곳의 전통가옥들로 많다. ..

D+105, 아르메니아 예레반 1: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 거쳐 아르메니아로(20190227)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에서 조지아(Georgia) 거쳐 아르메니아(Armenia)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서 야간 국제열차를 타고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로 가는 길이다. 문 달린 2등 칸, 4인실 객실에 단 두 명뿐이라 편하게 가나 했더니만 옆자리 친구의 코고는 소리에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객실이 좁은 방이라 울려서 더욱 시끄럽다. 쉬지 않고 코를 골아 대는 이 친구 점점 나의 인내심을 바닥으로 몰고 간다. 새벽 4시쯤 일어나 화장실 가는 길에 아예 세면까지 해버렸다. 국제열차 객실 안에서 출입국 심사를 모두 받는다 아침 7시에 역무원들이 문을 두드리면서 사람들을 깨우고 다닌다. 국경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금 있다가 영어를 하시는 분이 오시더니 곧..

D+128, 조지아 카즈베기 1: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Kazbegi)로(20190322)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Kazbegi)로 카즈베기(Kazbegi). 지금까지 4개월간의 여행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다. 마을을 높은 설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산들이 마을에서 멀지도 않다. 바로 내가 서 있는 마을 바로 앞과 뒤에 펼쳐져 있다. 카즈베기 오는 길도 풍광이 좋았다. 오전 열시에 티빌리시 중심의 루스타벨리(Rustaveli) 역에서 카즈베기를 같이 갈 한국인 친구를 만나서 디두베(Didube)(Didube) 역으로 이동, 그곳 버스터미널에서 카즈베기행 버스에 탑승했다. 요금은 10라리. 택시의 유혹이 많았지만 그냥 버스로 직진. 사람이 다 차길 기다린 미니버스는 11시쯤 카즈베기를 향해 출발한다. 시내를 벗어나자 곧 황량한 산들과 그 사이사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확..

D+127 조지아 므츠헤타 1: 므츠헤타(Mtskheta) 츠바리 수도원(Jvari Monastery) 위에 서서(20190321)

므츠헤타(Mtskheta) 츠바리 수도원(Jvari Monastery) 위에 서서 한국인 여행자와 트빌리시 근교의 므츠헤타(Mtskheta)에 가기로 했다. 어제 아르메니아의 예레반(Yerevan)에서 올라온 관계로 조금 늦잠을 자고 싶다고 해서 느지막한 12시에 만나기로. 므츠헤타는 트빌리시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도미토리 방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좋다.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이 맑고 쾌청하다. 이런 날 침대에서 뒹굴기는 쉽지 않다. 12시에 만나기로 했지만 먼저 나가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있기로 한다. 10시 반 숙소를 나서서 만나기로 약속한 루스타벨리(Rustaveli) 역 근처에 있는 커피스타(Coffeesta)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지나다니다가 가끔 ..

D+126, 조지아 트빌리시 6: 한 친구를 예레반으로 보냈더니 다른 친구가 예레반에서 왔다(20190320)

한 친구를 예레반(Yerevan)으로 보냈더니 다른 친구가 예레반에서 왔다 오늘도 길을 나서본다. 뚜렷이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도 나쁘지 않고, 그냥 거리를 걷는다. 트빌리시의 메인 도로인 루스타벨리(Rustaveli) 거리를 걷다가 안경점 하나를 발견한다. 내 선글라스 나사 하나가 빠져서 꽤 오랫동안 사용을 못하고 있다. 수선을 부탁하러 문을 열고 들어간다. 꽤 고급스런 안경점이다.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수선을 부탁하니 마침 기술자가 있다고 확인해 보겠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 말끔히 수리된 내 선글라스를 가지고 나온다. 수선비를 물어보니 그냥 가란다. 코카서스 국가들답다. 거리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간다. 오다가다 인테리어가 예쁜 현지 카페라 들어가 보고 싶었던 카페다...

D+125, 조지아 트빌리시 5: 트빌리시에서 흥미를 잃다(20190319)

트빌리시에서 흥미를 잃다 숙소 호스트가 어제 내 방에 들어와서 한 말이 있다. “트빌리시 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나요?”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넘어 왔습니다. 생각지 않게 아르메니아도 이것저것 볼 게 많더라고요” “그렇죠. 근데...... 조지아는 아르메니아보다 뭐든 훨씬 더 풍부(rich)합니다” 조지아가 문화든 예술든 역사든 아르메니아보다 조금 더 풍부하다는 말은 사실로 보인다. 트빌리시에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많은 면에서, 조지아가 앞섰다기보다는, 호스트의 표현대로 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것 같다. 트빌리시만 하더라도 훨씬 더 사람도 많고, 규모도 크고 다양하다. 그만큼 여행자에게 볼거리도 더 많다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트빌리시에 대해서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

D+124, 조지아 트빌리시 4: 루스타벨리(Rustaveli) 거리의 풍경(20190318)

루스타벨리(Rustaveli) 거리의 풍경 날씨가 흐리고 무척이나 쌀쌀하다. 간간이 비도 내리고. 어제 나가지 않고 숙소에서 개겼는데 오늘도 숙소밖에 나가기가 싫다. 그래도 연 이틀 숙소에 박혀 있을 수는 없다. 이게 도미토리 숙소의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사람을 피곤하게도 만들지만 부지런하게도 만드는 곳. 아침 커피를 하라는 카톡이 숙소의 한국인 여행자분에게서 왔다. 어제 점심, 저녁을 얻어먹었는데 이렇게 오늘 아침 커피까지 얻어마신다. 이분은 커피 내리는 도구도 가지고 다니셔서 직접 커피를 내려 드신다. 덕분에 나도 내린 커피를 마신다. 커피와 함께 간단한 빵과 샐러드도 만들어 놓았다. 물론 내 것까지. 덕분에 어제, 오늘 감사히 먹는다. 오늘도 아침을 먹으면서 수다 삼매경에 빠신다. 이 여성분의..

D+123, 조지아 트빌리시 3: 도미토리 숙소의 조건(20190317)

도미토리 숙소의 조건 숙소를 옮긴다. 지금 있는 숙소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시설이나 직원 친절도, 그리고 위치 등은 바꾼 숙소보다 훨씬 좋다. 아니, 압도적으로 좋다. 다만 두 가지 점에서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하나는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용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공용공간의 협소다. 2주 가까이 지냈던 아르메니아 예레반의 숙소도 가격이 싼 숙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널찍한 공용공간과 도미토리 방이 좋았다. 답답하지도 않고 숙소에서 무언가 다른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반면에 트빌리시의 첫 숙소는 너무 좁은 방과 공용공간 때문에 숙소에서는 잠 자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기가 어려웠다. 답답하기도 하고, 마치 시설 좋은 닭장 같다고나 할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