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아제르바이잔(Azerbaijan)

D+100, 아제르바이잔 바쿠 10: 바쿠(Baku)에서의 일상(20190222)

경계넘기 2019. 12. 23. 11:00

 

 

바쿠(Baku)에서의 일상

 

 

이번 여행을 시작한 지 백일 째 되는 날.

 

백일 상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턴데 아침부터 같은 방에 있는 스리랑카 친구들이 너무 시끄럽다. 전화에, 대화에 망할 놈의 녀석들은 넓은 공용 공간도 있는데 꼭 방에서 이런다. 거실이나 부엌 등의 공용공간에서는 오히려 조용조용 행동한다. 도미토리 숙소에서는 개념 없는 친구 한, 두 명 있으면 여러 사람 불편해진다.

 

화창한 날이다. 바쿠에서는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이렇게 화창한 날은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스리랑카 친구들에 대한 생각은 싹 사라진다.

 

 

 

바쿠에서 대충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봤다.

 

흔히들 말하는 의무방어전이 모두 끝난 셈. 이제는 그저 내가 가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면 된다. 날씨가 좋으니 가볍게 올드시티도 걷고 해안가도 걸어본다.

 

햇살이 반짝이는 카스피해도 아름답다. 확실히 바다는 햇살을 받아야 아름답다.

 

 

 

가볍게 산책을 하고 해안가 근처에 있는 Gloria Jean’s 카페에 들어간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쓴다. 카페의 커다란 창문으로는 공원이 보인다. 좋다. 이게 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상이다.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망중한을 느끼거나.

 

 

 

바쿠에서는 이 카페를 자주 왔다.

 

프랜차이즈 카페라서 숙소 근처에도 있고, 이곳에도 있다. 바쿠에 와서 가장 먼저 들어갔던 카페이기도 하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경치 좋은 곳에 카페가 있어서 더욱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산책을 하고 좋아하는 카페에 와서 글을 좀 쓰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간다.

일상이라 해서 시간이 지루하고 늦게 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빠르다.

 

이런 일상을 오래 느껴보고 싶은데 일상을 느낄 만 하면 떠날 때가 되어 버린다. 일상을 느낀다는 것은 익숙해졌다는 것이고 익숙해졌다는 것은 곧 떠날 때가 되었다는 의미로 여행자에게 다가온다. 아쉽지만 그게 여행자의 숙명이다.

 

요즘 또 하나의 일상이 있다.

와인과 함께 하는 되네르(doner)이다.

 

되네르(doner)는 케밥의 일종이다. 지난번 한 번 먹어보고 그 맛과 가격에 반해서 요즘 매일 되네르로 저녁을 해결한다. 숙소에 들어가면서 근처의 가게에서 되네르 2개 사들고 가서 와인과 함께 저녁을 한다.

 

 

 

가격도 싸고 맛있고, 배도 부르고. 되네르에 고기도 많이 들어가서 영양에도 문제가 없고. 그리고 가끔은 도시락 라면도 입가심으로 하나 먹으면 더 없이 행복해진다. 여기에 와인까지.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