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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97, 아제르바이잔 바쿠 7: 변화무쌍한 바쿠(Baku)의 날씨(20190219)

경계넘기 2019. 11. 18. 11:25

 

 

변화무쌍한 바쿠(Baku)의 날씨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다.

이번 겨울에 보는 첫눈이다. 아제르바이잔 바쿠(Baku)에서 눈을 보다니 참 신기하다.

 

아제르바이잔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쿠에 와서 계속 흐린 날만 보다가 어제 처음으로 맑은 하늘을 봤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낮에는 덥다는 느낌마저 들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비도 아니고 눈이다. 어제 저녁부터 다시 비가 내리는 것 같더니만 아침에는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어제는 맑은 하늘을 보고 싶어서 서둘러 나갔다면 오늘은 눈을 맞으러 서둘러 나간다. 눈은 진눈깨비에 가깝다. 바람이 거세서 눈이 옆으로 날린다. 저녁에 비가 와서 길이 젖어있는지라 눈은 쌓이지 않고 있다.

 

찜해 두었던 카페로 바로 간다.

올드시티(old city) 성벽이 바로 보이는 곳이다.

넓은 길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커피 한 잔을 시킨다. 

 

따듯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성벽 위로 나부끼는 눈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이런 느낌 참 좋다. 

 

 

 

바람도 많이 불고 추운 날씨지만 창밖이 훤히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따듯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무척이나 포근한 느낌이 든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거리에서 눈을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운 나라에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눈을 보고 있으니 무척이나 신기하다. 나에겐 올해 첫눈이기도 해서 더욱 애틋하다. 

 

눈이 내리는 바쿠의 거리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아제르바이잔 국립역사박물관

 

 

 

눈도 오고 쌀쌀하고 하니 오늘은 아제르바이잔 국립역사박물관을 가려고 한다. 새로운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의 박물관 하나 정도는 가주어야 한다.

 

근데 국립역사박물관이라는 것이 입구도 찾기가 어렵다. 겨우 찾긴 했지만 입구 앞에서도 이곳이 정말 박물관인가 싶어서 한참을 기웃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박물관이 맞긴 맞는 것 같다. 입장료는 10마나트. 비싸다. 1층 전시관은 공사 중이라 개관이 안 되고 2층 전시관만 개장하고 있다.

 

 

 

박물관의 전체적인 인상은 작고, 전시물도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느낌이다.

 

관람객도 너무 없어서 직원이 관람객들보다 많다. 아니 관람객이라고 해봐야 나와 한 쌍의 커플뿐이다. 직원들은 서로들 모여서 잡담하느라 정신이 없다. 박물관인지 카페인지.

 

박물관은 전시물보다는 주로 글로 채워져 있어서 조금 지루하다. 글을 찬찬히 읽어야 하겠지만 영어로 쓰여 있어서 바로바로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전시물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면 보는 재미가 있을 터인데.

 

 

 

전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이웃 국가 아르메니아(Armenia)에 의한 아제르바이잔인에 대한 학살을 다루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악감정은 단순히 1990년대 초반에 있었던 영토를 둘러싼 전쟁 때문만이 아니라 그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이곳은 아제르바이잔의 박물관이니 분명히 아제르바이잔의 입장에서 말하는 역사일 것이고, 아르메니아의 박물관에 간다면 또 다른 역사적 입장이 있지 않을까?

 

저녁에 숙소에 가자마자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제르바이잔 학살보다는 아르메니아 학살에 대한 기록들이 많았다. 터키, 즉 오스만 제국에 의해 자행된 학살에 의해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100만이 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죽었다는 내용이다.

 

역시 역사는 객관적이어야 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은 형제의 나라와 같다. 같은 쿠르드 민족에 같은 이슬람 국가다. 그러니 터키에 의한 학살은 곧 아제르바이잔에 의한 학살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희생자의 숫자만을 본다면 아르메니아인들이 더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사항이다.

 

복잡한 역사의 속에서 누가 희생자고 누가 가해자인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어떻게 관계를 복원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관계는 서로의 상처만을 강조하면서 여전히 서로를 증오하고 있다.

 

관계의 복원이란 요원해 보인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에서 이웃 국가인 아르메니아를 바로 갈 수 없다. 두 나라가 앙숙이라 국경을 개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를 가려면 조지아(Georgia)를 거쳐서 들어가야만 한다.

 

남 탓할 입장은 아니다. 우리는 같은 민족임에도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고 지금까지 내왕은커녕 편지조차 할 수 없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관계 정도는 아닐지라도 우리와 일본의 관계도 과히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후 4시쯤 박물관을 나온다. 여전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다. 짙은 먹구름 속에 어둠마저 빨리 드리우는 듯하다. 바람도 거칠게 불고. 이제는 눈이 내린다는 즐거움보다는 칙칙함이 더 강하다. 그만 내릴 때가 되었다.

 

저녁에는 눈이 비로 바뀌었다. 지겹게도 비가 내린다. 겨울이 아제르바이잔의 우기인가 보다. 바쿠에 도착한 날과 그 다음날만 빼고 매일 비가 내린다. 어제도 이른 아침에는 비가 내렸고 저녁에도 비가 내렸다. 그래도 오후에는 비가 멈추곤 하더니만 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지금까지 그치지 않고 있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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