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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아제르바이잔(Azerbaijan)

D+096, 아제르바이잔 바쿠 6: 맑은 날의 바쿠 산책, 처음으로 햇살을 봤다(20190218)

경계넘기 2019. 11. 18. 10:40

 

 

맑은 날의 바쿠(Baku) 산책, 처음으로 햇살을 봤다

 

 

창밖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

밖을 내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다.

아제르바이잔에 와서 처음 보는 맑은 날이다.

이런 날 실내에 있을 수는 없지!

 

햇살이 비취는 거리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하다. 마치 어두운 방에 있다가 밝은 빛 속으로 나온 느낌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너무도 밝고 맑다. 바쿠에도 이런 하늘이 있구나 싶었다. 그간 칙칙한 하늘과 거리만을 봤었는데.

 

올드시티로 발길이 간다.

 

아무래도 햇살이 비취는 날에 다시 보고 싶은 곳이 올드시티다. 올드시티의 누런 건물들과 성벽이 파란 하늘과 만나니 그 색과 멋이 더욱 살아난다. 때론 강한 햇살에 의한 짙은 그림자가 올드시티의 신비로움을 더해 주는 것 같다. 흐린 날에는 명암이 밋밋해서 그런 모습을 주지 못했다.

 

 

 

성벽을 따라 걷다가 분수가 아름다웠던 필하모닉 분수 공원(Phiharmonic Fountain Park)으로 내려간다.

 

햇살에 반사된 분수가 더욱 아름답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하얀색 대리석이 햇빛과 만나니 더욱 부티를 뽐낸다. 빛이 이렇게 좋은 것을 여기에 오니 여실히 알겠다.

 

 

 

사람들도 너도나도 간만의 햇살을 즐기는 것 같다. 월요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모두를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입고 나왔을 두터운 외투를 벗어 손에 들고 있다. 성급한 젊은 친구들은 그새 반팔이다.

 

메이든 타워도 맑은 날 보니 더욱 운치가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니 메이드 타워 역시 더욱 돋보인다.

 

 

 

올드시티를 걸으면서 지난번에 사진 찍었던 곳들을 다시 찍는다.

 

흐린 날에 찍은 사진보다는 아무래도 맑은 날에 찍은 사진이 나을 터이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파란 하늘이 바쿠의 아름다운 건물들의 배경이 되어서 좋다.

 

 

 

필하모닉 분수 공원을 지나 메이든 타워를 거쳐서 다시 중심가로 들어간다.

 

거기서 점심으로 먹을 되네르(doner) 파는 곳을 찾았다. 저렴한 되네르로 점심을 해결하려 하는 것인데 이제 하나하나 바쿠에 적응하면서 싸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이제 굳이 비싼 레스토랑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으니 좋다.

 

 

 

작은 되네르 가게를 발견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혼자 가게를 하시는 분인데 잔돈이 없는 모양이다. 내 앞에 있던 손님도 20마나트 지폐를 꺼내니 주인이 난색을 표한다. 그 손님 어딘가로 잔돈을 바꾸러 간다. 나 역시 20마타트 지폐 한 장뿐이다. 주인에게 지폐를 들어 보이니 안 된다는 표정이다. 어디 가서 잔돈을 바꾸나!

 

그곳을 지나 조금 걸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빵집이다. 빵들이 맛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모두 저렴하다. 점심 무렵 현지인들이 이렇게 몰려 있다면 맛집이라고 봐야 한다. 나도 줄을 서서 빵 몇 가지를 산다. 겨우 3마나트. 잔돈도 생겨서 아까 못 산 되네르도 하나 산다.

 

날씨가 좋으니 야외에서 점심을 할 생각이다. 카스피 해의 바닷가 공원으로 갔다. 햇살이 비치는 벤치에 앉아서 되네르와 빵으로 점심을 먹는다. 카스피 해를 바라보며 점심을 하고 있는 것인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간만에 날이 맑으니 바닷가에도 사람들이 많다.

 

젊은 연인들도 많고. 하지만 햇살은 강하다. 햇살이 반가와 햇살 비취는 벤치에 앉았는데 햇살이 너무 강해 고만 해를 등지로 만다. 외투에 딸린 모자도 눌러 쓰고. 고새 변덕이다.

 

 

 

점심을 하고 바닷가 길을 걷는다.

 

카스피 해를 가까이서 본다. 햇살이 비취니 이제야 바다 빛깔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생각처럼 맑은 바다는 아니다. 카스피 해가 원래 그런 것인지 바쿠의 바다가 오염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바닷물이 무척이나 탁하다.

 

 

 

날이 맑으니 눈도 환해진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도 환하다.

멀리 불꽃 타워(Flame Towers)도 더 선명하게 보인다.

 

 

 

바닷가 공원을 걷다보니 괜찮은 쇼핑몰이 보인다.

 

바쿠에서 처음 보는 제법 규모 있는 현대식 쇼핑몰이다. 안에는 극장도 있다. 상영되고 있는 영화들이 아제르바이잔 언어거나 러시아어 영화들이다. 할리우드 영화도 있긴 한데 러시아어로 더빙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언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중에 시간 되면 영화 한 편 보러 와야겠다.

 

 

 

숙소에 가다 들린 마트에서 못 보던 빨간색 도시락 라면을 발견했다. 빨간색이 좀 매운 맛을 뜻하는 것으로 보여서 얼른 2개를 들었다. 집에 와서 먹으니 완전 한국 라면 맛이다. 이전에 먹었던 것이 다소 현지 맛이었다면 이건 제대로 한국 라면 맛이다. 앉은 자리에서 2개를 다 먹어 버렸다.

 

바쿠에 와서 밥다운 밥 한 번 먹지 못하고, 케밥 아니면 빵, 치즈 등으로 식사를 때우다 보니 많이 느끼했었다. 그런 느끼함이 얼큰한 한국식 라면으로 말끔히 사라진 기분이다. 현지 라면에서 생각지도 못한 한국 라면의 맛을 본다.

 

저녁 8시가 넘으니 밖에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큰 걸 보니 제법 빗줄기가 굵은가 보다. 그새 날씨가 변했나 보다. 그래도 하루라도 맑은 하늘 아래의 바쿠를 봤더니 뿌듯하다. 떠날 때까지 맑은 하늘을 못 보나 했는데.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