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터키(Turky, 튀르키예)

D+165, 터키 차나칼레 1: 아! 다르다넬스 해협(Dardanelles)(20190428)

경계넘기 2020. 8. 28. 11:39

 

 

아! 다르다넬스 해협(Dardanelles)

 

 

셀축(Selcuk)에서 차나칼레(Canakkale)로 간다.

 

일반적으로 이곳을 가려는 여행자는 대부분 트로이(Troy) 유적지를 목적으로 한다. 셀축에 오는 여행자의 대부분이 에페스 유적지 때문인 것과 같다. 이곳 셀축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차나칼레를 거쳐서 이곳에 온 중국인 여행자도 내가 차나칼레에 간다고 하니 바로 트로이 유적을 보러 가냐고 묻는다. 그러나 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셀축에서 터키 최대의 고대 도시 유적인 에페스(Efes)를 봤기 때문에 흔적만 겨우 남아있다는 트로이에는 별 흥미가 없다. 아예 갈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무얼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역사적,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다르다넬스(Dardanelles) 해협을 보려는 것이다. 다르다넬스 해협은 에게해(Aegean Sea)와 마르마라해(Sea of Marmara)를 연결하는 가늘고 긴 해협이다. 길이는 61km이고 폭은 가장 좁은 곳이 1,2km, 가장 넓은 곳이 6.4km라고 한다. 이스탄불 사이를 가르면서 흑해(Black Sea)와 마르마라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Bosporus) 해협과 함께 다르다넬스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가른다. 차나칼레 도시가 있는 곳이 아시아고, 바로 맞은편 터키 명 겔리볼루(Gelibolu), 유럽 명 갈리폴리(Gallipoli) 반도는 유럽 땅이다.

 

둘째는 제1차 세계대전 중 겔리볼루 반도에서 있었던, 역사상 최악의 전투들 중 하나라 일컫는 겔리볼루(or 갈리폴리) 전투를 답사하기 위해서다. 겔리볼루 전투는 1차 세계대전 중인 1915년 겔리볼루 반도에서 영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의 협상군과 당시 독일과 함께 동맹국에 속했던 터키군, 정확히는 오스만 제국군이 맞붙은 전투다. 전투는 양쪽 각각 25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터키의 승리로 끝났다. 1년도 지속되지 않은 전투에서 양국 합쳐 50만 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참혹한 전투다.

 

셋째는 그리스 문명의 중심지인 에게해를 보기 위함이다. 이번 여행에서 그간 책으로만 봤던 여러 바다들을 가봤다. 카스피해(Caspian Sea)에서 흑해(Black Sea), 그리고 지중해Mediterranean Sea)까지. 당연히 고대 유럽사의 무대였던 에게해도 봐야 하는데 막상 에게해를 보러 에게해 연안의 도시를 굳이 가고 싶지는 않다. 다소 억지스럽긴 하지만 다르다넬스 해협이 에게해와 마르마라해를 연결하는 것이니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그리고 차나칼레 가는 길이 에게 해안가를 달리는 길이니 버스 안에서도 에게해를 볼 수 있다.

 

 

셀축(Selcuk)에서 차나칼레(Canakkale)로

 

 

갈아타야 하긴 하지만 버스 편이 많은 길이다 보니 주말이어도 마음은 편하다.

 

그래도 목적지에는 되도록 일찍 도착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으니 조금 서둘러 본다. 9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터미널에 가서 이즈미르(Izmir) 가는 미니버스에 탑승했다. 910분에 탑승한 버스는 30분 후인 940분에 출발한다. 버스비는 15리라. 기차도 있지만 지난번 데니즐리(Denizli)에서 셀축 올 때 타보니 중간에서 타면 꼼짝 없이 서서 가야 한다. 어차피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터미널로 바로 가는 버스가 낫다.

 

버스는 50분을 달려 1030분에 이즈미르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파묵칼레(Pamukkale) 버스 회사로 가서 버스표를 산다. 11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자리는 딱 한자리. 이번 터키 여행에서는 딱 한 자리 남은 표를 자주 산다. 그래도 바로 연결되니 시간 낭비하지 않아서 좋다. 버스비는 73리라.

 

정확히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45분에 차나칼레 터미널에 도착한다.

 

5시간 걸렸다. 버스가 달리는 중간 곳곳에서 푸른 에게해를 볼 수 있었다. 창가 자리였으면 더 좋았을 터이지만 딱 한 자리 남은 좌석이 창가일리는 없다. 그나마 이번에는 맨 뒷자리는 아니다. 여행기들에 의하면 버스들이 페리 선착장이 있는 시 중심에 내려준다고 하던데 내 버스는 차나칼레 터미널에 내려준다. 터미널은 시 외곽에 있다. 어떻게 시내로 들어갈까를 고민하며 버스에서 내리는데 바로 앞에 파묵칼레 세르비스(Servis)가 있다. 말로만 듣던 버스 회사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다. 지금까지의 여정에서는 운영하는 곳이 한 곳도 없어서 없어졌나 했더니 이곳에서 만난다. 버스는 만석이라 서서 갔지만 어차피 시내까지 멀지는 않다.

 

시내 중심가에 내려서 어디를 숙소로 할까 고민을 한다.

 

숙소 예약은 하지 않았다. 차나칼레에는 도미토리가 있는 호스텔이 딱 하나 있다. 가격은 싼데 평이 좋질 않아서 고민이 되었다. 셀축에서 같은 도미토리 방에 묵었던 중국인 여행객이 자신이 차나칼레에서 묵었던 호텔을 소개해 주었다. 130리라 정도 하는데 방이 좋았다고 한다. 호스텔과 호텔에서 갈등을 하다가 호텔로 마음을 정하고 구글맵으로 위치를 확인하는데 글쎄 호스텔이 바로 길 건너에 있다. 호텔은 500여 미터를 더 가야한다. 일단 호스텔로 가보기로 한다. 방이 영 아니면 호텔로 가는 것으로.

 

도미토리 방이 나쁘지 않다. 방은 3층이고 창문이 넓어서 빛이 환히 들어온다. 평가대로 시설은 무척 낡았지만 환하고 넓고 깔끔하다. 더욱이 내가 간 시각에 16인실 도미토리 방에 사람이 나밖에 없다. 들어온다 하더라도 16개의 침대가 다 찰리는 없고 몇 명 들어와 봐야 공간이 넓으니 답답할 이유가 없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도미 방에서 좀 쉬다가 일몰이 질 무렵 바닷가로 나선다.

 

숙소에서 바로 길만 건너면 다르다넬스 해협이다. 좁은 해협이라더니 바로 앞에 겔리볼루, 즉 갈리폴리 반도가 보인다. 한강에서 반대편 보는 정도로 좁다. 이게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폭은 한강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

 

 

 

이 좁은 바다를 둘러싸고 참 많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좁은 해협이긴 하지만 다르다넬스 해협과 보스포루스 해볍을 사이로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고, 흑해와 지중해가 만나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만남은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아시아 세력과 아시아로 진출하려는 유럽 세력의 갈등과 충돌을 의미한다. 아울러 흑해와 지중해의 만남은 보다 큰 바다로 나가려는, 러시아로 대표되는 흑해 주변의 국가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국가들과의 경쟁과 충돌을 의미한다. 이 해협이 갖는 지정학적 숙명이다.

 

책이나 TV로만 봤던 역사적 현장을 지금 내 발로 딛고 서 있다.

 

차나칼레 시내 해안은 바다를 따라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다. 가운데 겔리볼루 반도로 가는 페리 선착장이 있다. 내일 여기서 페리를 타고 해협을 건널 예정이다.

 

 

 

아까 체크인을 하면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았다.

 

원래 계획은 차나칼레에 있다가 바로 겔리볼루로 넘어가려고 했다. 겔리볼루 전투가 일어났던 격전지가 겔리볼루 반도에 있는 겔리볼루 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크인하면서 직원에게 겔리볼루 시에 가려면 어떻게 가냐고 물었었는데 대뜸 겔리볼루 전투지를 가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런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잘못 알고 온다고 한다. 겔리볼루 전투는 겔리볼루 시가 아니라 겔리볼루 반도 전체에서 있었고, 가장 중요한 상륙작전은 오히려 반도의 해협 쪽 해안이 아니라 반대편인 에게해(Aegean Sea) 해안에서 있었다고 말해 준다. 아울러 전투지와 기념관을 가려면 겔리볼루 시가 아니라 이곳에서 페리를 타고 가야한다고 말해 준다.

 

직원은 겔리볼루 전투 투어도 있다며 안내해주는데 반나절 투어에 가격이 40유로다.

 

너무 비싸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너무 짧다. 어쨌든 직원의 말이 없었다면 엉뚱한 곳에 갈 뻔 했다. 역시 여행은 물어야 한다. 아는 길도 확인차 한 번 더 물어보고. 직접 걸어서 다닐 생각이다. 일단 페리를 타고 반도로 넘어가면 그쪽에서 전투가 일어난 곳으로 가는 로컬 버스가 있다고 하니 그걸 이용하기로 한다. 직원 말로는 자주 없어서 이용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일단 있으니 가보기로 한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9시 넘어 들어왔는데 여전히 나 혼자다.

 

이 시간 이후로 올 여행객은 거의 없으니 16인 도미에서 혼자 자는 것이다. 겔리볼루 전투에 관한 자료도 읽고, 그것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도 찾아서 본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