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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30, 중국 다리 5: 옛 흔적을 찾아 다리 고성(大理古城) 산책(20181214)

경계넘기 2021. 1. 15. 08:15

 

옛 흔적을 찾아 다리 고성(大理古城) 산책

 

창산(蒼山)을 올라가려 했으나 창산 위로 먹구름이 가득이다. 제주도의 한라산 같이 맑은 날씨에도 창산 봉우리 주위에는 구름이 많이 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특히나 먹구름이다.

 

비가 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구름이 짙게 낀 창산은 시야도 좋지 않고 춥기도 할 것 같아서 접는다. 창산은 맑은 날 올라가야 다리와 얼하이 호수(洱海湖)의 모습을 유감없이 볼 수 있다.

 

오후에 고성(古城) 산책을 나선다.

 

다리 고성은 두터운 성으로 둘러싸인 옛 마을이다. 다리는 10세기경에 세워진 다리국(大理國)의 수도였다고 한다. 당시 쌓은 성이 지금의 다리성(大理城)이다. 하지만 많은 유적지가 그렇듯 지금의 다리 고성 역시 붕괴되었다가 1980년대에 복원되었다 한다.

 

윈난성(雲南省)에는 대표적인 두 개의 고성이 있어서 많이 비교된다. 하나는 리장(丽江)이고 다른 하나가 이곳 다리다.

 

볼거리로 치면 단연 리장 고성이 압도적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장 고성은 독특한 나시족의 삶과 문화가 배어 있는 옛 도시다. 고성 안 빽빽이 들어선 수천 채의 전통가옥들은 독특한 멋을 뽐내고 해가 지면 고성 안 건물에 빨간 등이 켜지면서 고성의 밤은 화려해진다.

 

하지만 너무 상업화된 고성은 낮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에 치이고, 저녁에는 술집, 무도장, 레스토랑, 카페 등의 흥청망청 유흥지로 변한다. 저녁 고성을 수놓는 빨간 등이 주점의 네온사인으로 느껴질 정도. 그래서 처음에는 그 독특한 풍경에 놀라지만 이내 정신없어진다. 인파와 소음 그리고 물가에 치이면서 오래 있을 곳이 못 된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는다.

 

반면에 다리 고성은 리장에 비하면 볼거리가 많이 떨어진다. 리장이 범상하다면 다리는 평범하다고 할까. 리장을 보고 다리에 오게 되면 처음에는 많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지내다 보면 그래서 편하고 정감 어린 곳이라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된다.

 

리장이 금세 식상해지는 곳이라면 다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가는 곳이다.

 

하루, 이틀 빨래나 하고 떠나자고 생각했던 다리에서 이틀이 삼일이 되고, 삼일이 일주일이 된다. 다리가 중국 배낭여행의 성지가 된 이유다. 내가 윈난성에 들어오면서 리장에는 가지 않고 다리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그 다리를 리장처럼 만들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개발되어 화려한 다리가 아니라 옛 모습의 다리를 찾아다닌다. 다행히도 이 골목 저 골목 걷다보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다리의 옛 모습을 만난다. 때론 과거와 현재가 잘 조화된 공간을 만난기도 한다. 그럴 때면 기분이 좋다.

 

일단 다리 고성의 구조를 보자.

 

 

 

고성은 사각형의 두터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동서남북의 문으로 드나든다. 남문과 북문을 연결하는 푸싱루(複興路)가 가장 큰 메인 도로다. 특히 남문 쪽이 가장 번화한데 이곳에 많은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남문에는 특별히 남문루(南門樓) 안으로 오화루(五華樓)라는 누각이 있다. 북문은 삼탑문(三塔門)으로 부른다.

 

 

남문
오화루(五華樓)
푸싱루(複興路)
푸싱루(複興路)
북문

 

창산을 마주하는 서문은 특별히 창산문(蒼山門)이라 부르고, 얼하이 호수(洱海湖)를 바라보는 동문은 그래서 얼하이문(洱海門)이라고 부른다. 서문과 동문은 하나의 길로 연결되지 않는다.

 

 

얼하이문(洱海門)
얼하이문(洱海門)

 

얼하이문과 연결되는 동서길이 런민루(人民路)인데 이 길에 카페, 주점, 라이브 바, 레스토랑 등이 많다. 중고등학교도 이 거리에 있다. 오후 하교 시간과 저녁에 시끄러워지는 길이다.

 

 

 

원래 런민루에서 한 블록 북쪽에 있는 양런제(洋人街)에 여행자를 위한 레스토랑이나 카페, 주점이 많았다. 양런제는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서양인 거리다. 예전 서양의 배낭여행자들이 다리에 많이 묵으면서 만들어진 여행자 거리다. 아쉽게도 지금 한창 공사 중인 곳 중의 하나가 이곳이다.

 

 

 

서문 즉, 창산문에서 연결되는 길이 위얼루(玉洱路). 내가 걸어 다니기 좋아하는 곳이 런민루,  양런제, 위얼루의 이 세 거리와 그 사이사이의 골목길들이다. 이들 골목길들로 들어서면 개발되기 이전의 다리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거리들을 걷다 보면 상업화가 되긴 했지만 독특한 개성을 지닌 상점이나 식당 등도 눈에 보인다.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시켰거나 낡음과 새로움을 잘 버무린 곳도 있다. 그리고 곳곳에 피어 있는 꽃들이 다소 칙칙할 수 있는 고성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다리 고성이 리장 고성에 비해 맘에 드는 이유는 리장 고성 안이 완전히 유원지와 된 반면에 다리의 고성은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이다. 고성 안에는 여전히 재래시장도 있고, 중고등학교도 있다. 하교 시간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로 고성 안 골목길이 시끌시끌해진다.

 

 

 

걷다 보면 유교 사원도 보이고, 무술을 연마하는 곳도 있다.

 

 

 

런민루에 성당도 있다. 이름은 천주교회당(天主敎會堂). 겉모습은 이곳 소수민족인 바이족(白族)의 전통양식이라고 하는데 참 독특하다. 북문 가까이 푸싱루에는 기독교 교회당도 있다.

 

 

 

아직까지는 거리의 노점들도 소박하다.

 

 

 

고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려 풍화설월(風花雪月) 맥주를 산다. 다리를 상징하는 풍화설월. 샤관(下關)의 바람, 샹관(上關)의 꽃, 창산(蒼山)의 눈 그리고 얼하이(洱海)에 비취는 달을 의미한다.

 

바람, , 눈 그리고 달이 참 잘 어울리는 동네다.

변함없이 쭉 그랬으면 싶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