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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31, 중국 다리 6: 우연히 만난 바이족(白族)의 7일장(20181215)

경계넘기 2021. 1. 15. 11:19

 

우연히 만난 바이족(白族)7일장

 

7일장을 발견한다. 정확히 5일장인지 7일장인지는 모른다. 다만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상설 시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이곳을 둘러볼 때에는 분명히 장이 없었다.

 

다리(大理)는 중국의 소수민족인 바이족(白族) 자치구이기도 하다. 윈난성에는 소수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중 이곳 다리에는 2백만 인구의 바이족 중 80%가 살고 있다고 한다. 7일장은 바로 이들 바이족의 장이었다.

 

창산(蒼山)에 가려고 바이족의 축제가 열리는 거리인 삼월가(三月街)에 들어서는데 비탈진 거리 초입 양편으로 이런저런 곡물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곡식을 비닐주머니에 담아 저울로 재고 이런저런 흥정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장이 섰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주말이라 농민들이 곡식을 팔러 나왔게니 생각했다.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생뚱맞게 비둘기를 파는 상인들이 있다. 비둘기도 많이 기르나 보다. 새장에 갇혀 있지도 않는데 비둘기는 날라 갈 생각도 않는다. 아저씨들이 비둘기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보이면서 서로들 흥정을 한다. 대체 비둘기는 사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비둘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동물농장이다. 강아지와 고양이, 닭과 토끼에 다양한 새들까지 팔고 있다. 새끼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귀엽다.

 

 

 

뒤를 이어서 나온 것이 강냉이. 세상에나. 한국과 맛도 같지만 강냉이 튀기는 기계도 똑 같다. 얼른 강냉이 한 봉지를 산다. 나중에 맥주 안주로 먹으려고.

 

 

 

거리는 이미 사람들과 자동차, 경운기로 북적거린다.

 

 

 

그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웬걸 거리 뒤 공터에 본격적인 장이 서 있다. 우리네 시골 장터다

 

 

 

없는 것이 없다. 야채, 과일은 물론이고 두부, 꿀에 옷과 전자제품, 숯까지. 가짜 약도 파는 것 같고.

 

 

 

특히나 빨갛게 말린 고추와 고춧가루를 사고파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판즈화(攀枝花)에서 다리로 넘어오면서 휴게실에서 먹은 그 고춧가루로 무친 오이무침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닌 모양이다. 바이족들도 우리처럼 고춧가루를 양념으로 많이 사용하나 보다. 한족과는 다른 모습이다.

 

 

 

파는 사람들, 사는 사람들, 흥정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 등등 넓은 장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시골 장터는 꾸며지지 않은, 날 것 같은 삶의 모습이 가득해서 좋다.

 

여행자는 이런 곳에서 진짜 여행을 한다.   

 

 

 

장터에는 역시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골목 한쪽 끝에서 만둣국을 파는 곳을 발견한다. 그 자리에서 만두를 빚어서 바로 끊여서 주고 있다.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의 만둣국과 똑 같은 모습에 입에 침이 고여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정말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만둣국 한 그릇을 받아든다. 앉을 의자는 없다. 많이들 대충 철퍼덕 앉아서 먹는다.

 

넓은 그릇을 만두로 가득 채운 만둣국은 가격도 착하게 8위안이다. 국물을 살짝 맛보니 약간 짠 것 외에는 전혀 부담감이 없다. 구수하고 담백하다. 만두를 하나 건져 먹으니 정말 우리네 만두와 똑같다. 만두피 얇은 것까지. 정신없이 흡입한다. 한 그릇 더 먹고 싶었지만 다시 한참을 기다려서 먹을 자신이 없다.

 

 

 

시골 장 구경은 역시 재미있다. 더욱이 소수민족 바이족의 장이라서 많은 바이족 분들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도 곳곳에 보인다. 특히 여성분들이 등에 맨 망태가 인상적이다.

 

옷만 좀 다를 뿐 그 모습은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과 같았다. 한족 보다 더 정감이 갔다.

 

 

 

! 바이족도 흰색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얀 민족, 즉 바이족(白族)이라고 부르는 것이란다. 흰옷을 좋아해서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불리는 우리와도 통한다. 그러고 보니 바이족은 흰옷을 입지는 않지만 전통 가옥의 벽면은 모두 하얗다.

 

 

 

창산을 가려던 길이었는데 장 구경하느라 시간도 많이 지체했지만 오늘도 어느새 창산 주변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잘 되었다 싶다.

 

창산 가는 것은 다음으로 접고 다리대학 근처의 한 카페에 들어간다. 예전에 다리대학에 올 때 봐두었던 카페다. 아메리카 커피 한 잔이 18위안. 비싼 것은 아니지만 다리의 물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싼 곳도 아니다.

 

그런데 이 카페, 마치 한국의 카페 같다. 분위기도 그렇고 카페 앞으로 보이는 풍경도 중국 특색이 전혀 없는 평범한 가로수 길이다. 따뜻한 물도 먼저 가져다준다. 레몬 맛이 약간 나는, 우리네 카페에서 주는 그런 물. 혹 한국인이 하는 카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낌이 많이 한국적이다.

 

중간에 따듯한 레몬향 물을 더 부어 준다. 친절하다. 주말이라 그런가.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지금 카페엔 빈자리가 없다. 나 같이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도, 대화를 하는 사람도, 아이들과 같이 온 가족들도 있다. 동네의 유명한 카페인가 보다.

 

 

 

숙소의 저녁 시간에 맞추어서 카페를 나선다. 오늘 숙소의 저녁 메뉴는 보쌈이었다.

 

중국에서의 보쌈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삼겹살을 삶았다. 상추도 있고, 고추와 마늘도 얇게 잘라서 내어 준다. 연변 김치도 있다. 강된장 맛이 나는 것도 있다. 처음에는 된장으로 만든 줄 알았는데 계란으로 만든 일종의 계란찜이란다. 그런데 딱 강된장 맛이다. 사장 어머님이 한국인의 입맛을 잘 아시나 보다. 역시 동북 음식이 우리네 음식과 많이 비슷하다.

 

중국 친구들도 쌈 잘 싸먹는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