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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33, 중국 다리 8: 세계 여행 한 달(20181217)

경계넘기 2021. 1. 16. 11:16

 

세계 여행 한 달

 

달력을 보다 새삼 놀란다.

이번 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지난 1115일에 한국을 출발했으니 한 달이 넘고도 3일이 지났다.

 

한 달이면 적지 않은 시간인데 언제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 두 달의 여행이었다면 틈틈이 날짜의 흐름을 체크할 터인데 기약 없는 여행인지라 이동할 때가 아니면 달력조차 잘 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의 이유는 아닌 듯하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굳이 달력을 보지 않아도 몇 가지 현상으로 날짜의 흐름을 인지한다.

 

하나는 우리 음식에 대한 향수. 음식을 특별히 가리는 편이 아님에도 현지 음식이 조금씩 물리기 시작하면서 한국 음식이 슬슬 생각나기 시작하는 시기가 있다. 보통 여행을 시작한 3, 4주 때다. 이럴 때 한국 음식을 좀 먹어주면 한 동안 그 향수는 사라진다.

 

다른 하나는 역시 피곤함. 이것도 여행을 시작한지 한 3, 4주 정도 지나면 슬슬 피곤함이 누적되면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면 도미토리가 아니라 개인 방을 잡아서 모든 일정을 전폐하고 3~4일 정도 방에서 뒹굴면서 게으름을 피우곤 한다. 일명 멍 때리기. 그러면 다시 한 동안 힘차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는 그런 징후마저 나오지 않았다. 달력 보고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약 없는 긴 여행이라 여행의 초입 또는 시작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또 중국이나 앞으로 갈 동남아 등지는 이미 다녀온 추억의 여정이라 본격적인 여행이 아니라는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특별한 개인적 사정이고 객관적으로 한 달 동안 적지 않은 거리를 이동했다.

 

중국 동북부 산둥성(山東省) 해안의 칭다오(靑島)에서 시작해서 베이징(北京), 시안(西安), 청두(成都)를 거쳐 이곳 동남부 윈난성(雲南省)의 고원 지대인 다리(大理)에 이르기까지 중국 대륙을 반 시계 방향으로 관통했다.

 

모두 육로로 달렸다. 구글 지도를 통해 확인해보니 칭다오에서 다리까지 모두 3,459km를 이동했다. 지도에서는 최단거리가 나왔는데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다보면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아래의 지도와는 조금 차이가 난다.

 

 

 

구간

교통편

거리(km)

시간(h)

1

칭다오 - 베이징

고속열차

729

5

2

베이징 - 시안

일반열차(침대)

1.076

16

3

시안 - 청두

고속열차

743

4

4

청두 - 다리

일반열차, 버스

911

21.5

 

작은 반도의 나라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거리를 이동했다. 이동 거리를 이렇게 정리해 보니 뿌듯하다. 지난 한 달 동안 한 게 별로 없어 보였는데 이렇게 열심히 달려왔다.

 

아직도 갈 길이 많지만 크게만 보였던 세계여행도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가다보면 언제가 그 끝이 나오리라 싶다.

 

그저 현실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다리에서의 삼겹살 파티

 

숙소에서 오늘 저녁은 삼겹살이다. 한국인이 3명이나 있다고 특별히 한국식이란다.

 

차려진 상을 보니 제법 한국적이다. 상추도 있고, 고추장 비슷한 것도 있다. 중국 친구들도 한국식 바비큐를 좋아하는지 오늘따라 숙소에서 저녁 먹는 사람이 많다.

 

 

 

지난번 보쌈을 먹을 때는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중국 친구들이 쌈을 제법 좋아한다. 중국 친구들 말이 한국 음식 먹는 것이 많이 익숙하다고 한다. 이유는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때문이란다. 한국의 소주도 잘 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기에 소주가 빠질 수 없었을 터이니 말이다.

 

예전에 일본에 살던 재일동포 후배가 한국에 가면 포장마차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난데 없이 포장마차에 가보고 싶다는 말도 뜬금없지만 포장마차를 아는 것도 신기해서 물어보니 드라마에서 하도 봐서 그렇단다. 그래서 서울 가면 꼭 포장마차 가서 소주를 마실 거라고 다짐을 했단다.

 

그 친구가 서울에 온다고 해서 포장마차를 데려가려 하니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막상 포장마차가 서울 어디에 있는지 찾느라 애를 먹었다. 몰랐는데 요즘 거리에서 많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실내 포장마차를 데려갈 수도 없고.

 

한류를 통해서 우리의 생활문화까지도 세계 속에 파고든다.

 

그러고 보면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가보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은 꼭 화려하고 현대화된 한국의 모습이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한국 서민들의 애환이 실려 있는 포장마차와 한 잔의 소주가 더 보고 싶고 맛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건 정말 한국에만 있는 것이니까. 너무 현대화되고 화려한 것만 쫓다보면 정말 우리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의 다리처럼.

 

중국 친구들이 하도 열심히 먹어대는 바람에 몇 점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같이 구운 소시지로 겨우 배를 채운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우리 것을 좋아해주니 말이다.

 

창산 아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구워 먹은 삼겹살은 아마 평생 잊히지 않을지 모른다. 게걸스럽게 먹던 중국인 친구들의 모습과 함께. 그거면 됐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