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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태국(Thailand)

D+065, 태국 람빵 4-2: 태국과 인도, 술값도 비싼데 사는 것도 까탈스럽다 (20190118)

경계넘기 2021. 6. 11. 17:08

 

 

태국과 인도, 술값도 비싼데 사는 것도 까탈스럽다

 

 

오후 4시 반쯤 저녁을 먹으러 숙소를 나선다.

아직까지 아무 것도 먹질 못했다.

 

새로 옮긴 호스텔은 시가지에서 멀기도 하지만 주변에 마땅한 식당도 없다. 숙소 직원에 물으니 숙소 근처에 있는 기차역 근방에서 야시장 먹자거리가 열린다고 했다. 그곳을 가려고 여태 숙소 카페에서 개기다 나오는 길이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지금쯤은 장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까. 조금 일찍 가서 한가할 때 식사를 할 생각이다. 해가 있어야 모기도 덜 달려들 터이고.

 

기차역 옆 먹자거리가 거의 영업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나보다 더 성질 급하신 분들도 계신다. 일단 나도 배가 고파서 눈에 보이는 국수집에 들어가서 국수 하나를 말아 먹는다.

 

뭘 더 먹을까 하고 둘러 다니는데 다양한 안주거리를 보니 맥주가 당긴다. 아무리 찾아봐도 먹자거리에선 맥주 파는 곳이 없다. 급한 허기는 껐으니 먹을거리를 사가지고 숙소 가는 길에 맥주도 사서 숙소에서 먹기로 한다. 치킨 스테이크와 잘라진 과일을 좀 샀다.

 

 

 

야시장에서 숙소 사이에는 가게가 서넛 있다. 구멍가게 수준도 아니고 동네 슈퍼 규모다. 당연히 맥주를 팔겠지 싶었는데 웬걸 아무 곳도 맥주를 팔지 않는다. 첫 가게에서 벤치 먹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 분명 술을 파는 시간이다.

 

태국에서는 주류를 파는 시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11:00~14:00 그리고 17:00~24:00. 이 시간 외에는 절대 술을 팔지 않는데, 편의점에서는 주류를 넣어둔 냉장고의 문을 잠가 둔다. 단속의 손길이 아무래도 약한 동네의 작은 구멍가게에서는 대충 아무 때나 팔기도 한다. 바로 전 숙소 옆에도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그곳이 그랬다.

 

분명 술을 파는 시간임에도 모든 가게들이 맥주를 팔지 않는다. 구멍가게에서도 맥주를 파는데 더 큰 가게에서 맥주를 안 팔다니 너무도 이상하다. 뭐라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근처에는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도 보이질 않는다.

 

왜 안 파는 것일까? 이유가 궁금한데 람빵이 아쉬운 점이 이럴 때다. 영어가 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물어볼 곳이 없다.

 

기껏 맥주에 먹으려고 음식을 싸가지고 왔는데.

꿩 대신 닭이라고 콜라 하나 사가지고 간다.

 

태국은 술값도 비싼데 이렇게 술 사는 것도 까탈스럽다!

 

 

 

 


 

 

인도가 생각난다.

 

여행을 갔든, 출장을 갔든 다녀본 나라들은 대개 정이 드는 편인데 유독 정이 안 가는 나라가 하나 있다. 그곳이 인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술 사먹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인도에서는 주류 판매점(liquor shop or liquor store)에서만 주류를 판다. 문제는 주류 판매점이 많지 않다는 것. 운이 좋아 주류 판매점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술 한 번 먹을 때마다 고생을 해야 한다. 인도에서 여행하다보면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숙소 직원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주류 판매점이 어디에 있느냐다.

 

인도의 최북단 라다크(Ladakh)의 레(Leh)라는 도시에서 한 달 정도 머룰 때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주류 판매점까지는 걸어서 15~20. 맥주 한 병 사러 땡볕에 왕복 30~40분을 걸어야 했는데, 걷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더 큰 문제는 아무리 차가운 맥주를 골라 담아도 가져오는 사이에 냉기가 사라져 항상 미지근한 맥주를 마셔야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도 맥주는 내가 마셔본 그 어느 나라의 맥주들 중에서 가장 맛이 없다. 인도의 대표 맥주가 킹피셔(Kingfisher). 킹피셔 중에서 도수가 낮은 초록색 라벨의 프리미엄(primium)과 도수가 높은 붉은색 라벨 스트롱(strong) 킹피셔가 많이 팔린다. 가난한 뚜벅이 배낭여행자는 주로 붉은색 스트롱 킹피셔를 사는데 이건 정말이지 소맥, 즉 소주에 맥주를 부은 맛이라고 할까. 이걸 미지근하게 마시다보면 갑자기 욕 나올 때가 있다.

 

 

 

 

인도처럼 호불호가 강한 나라가 없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다. 인도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인도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반면에 인도를 다녀와 본 사람들 중에서는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물론 공식적인 자료는 없고,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어째든 이런 결과에는 술 마시기가 지극히 불편하다는 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이슬람 국가들처럼 아예 술을 금지하는 나라 같으면 아예 각오를 한다지만 뻔히 잘 팔면서 이래저래 까다롭게 굴면 짜증이 안날 수가 없다.

 

지금 태국이 그렇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