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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태국(Thailand)

D+066, 태국 람빵 5-2: 왕강(Wang River)의 미니 정글 트레킹

경계넘기 2021. 6. 15. 17:37

 

 

왕강(Wang River)의 미니 정글 트레킹

 

 

숙소 바로 옆으로 왕강(Wang River)이 흐른다.

 

아침시장을 구경하고 왕강을 걷는다. 지난번 시가지에 있던 숙소도 왕강 옆이어서 강변을 자주 걸었다. 하지만 시가지의 왕강은 강변을 콘크리트로 사방 공사를 해서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았다. 이곳에서의 왕강은 비교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람빵판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숙소 사진에 철교가 나온다.

 

지도에도 숙소 뒤편으로 철교가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일단 이 철교를 찾아가보기로 한다. 철교를 시작점으로 해서 강변을 걸어볼 참이다.

 

숙소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길 하나를 건너 건물 하나를 돌아 들어가니 바로 앞에 고풍스런 철교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영락없이 영화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에 나오는 철교 같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콰이강의 다리를 둘러싼 연합군과 일본군의 전투를 그렸다.

 

 

 

철교 옆 안내문을 보니 이 철교도 2차 대전 무렵에 만들었다 한다. 전형적인 20세기 초반의 철교 모습이다. 수풀이 무성한 강 위에 걸려 있는 철교가 제대로 영화의 운치를 살려 준다.

 

 

 

철교 위로 올라서 본다.

 

철교 위의 철로가 단선이다. 철교는 퇴역이 아니라 현역. 여전히 이 다리로 기차가 다닌다. 20세기 초반에 만든 철도가 아직까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태국의 교통 인프라가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국에서는 여행객들이 열차보다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철도 노선도 많지 않을뿐더러 열차가 버스보다 느리고 많이 정체되기 때문이라는데 철로를 보니 그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단선이란 철로가 하나라는 것. 하나의 철로를 상행선과 하행선의 열차가 모두 이용한다. 단선에서 마주 오는 열차가 서로 비켜가기 위해서는 한 열차가 보조 철로로 빠졌다가 반대 방향의 열차가 지나간 다음에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가다 서다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엄청 잡아먹힐 수밖에 없고, 열차가 제 속도를 내기도 힘들다. 철로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양방향 다 막혀 버린다.

 

람빵을 지나가는 철도는 북부선(Northern Line). 방콕(Bangkok)에서 치앙마이(Chiang Mai)를 연결하는 철도다. 남부선(Southern Line)은 방콕에서 남쪽의 말레이시아 국경까지 연결된다. 방콕을 중심으로 남북을 연결하는 북부선과 남부선이 태국의 주 철도선이다. 우리로 치면 경부선에 해당한다. 20세기 초반 만들어진, 국가의 동맥과 같은 이 남북선이 아직까지 단선이다.

 

1979년에 시작한 개혁개방을 통해서 겨우 경제개발을 추진한 중국이 그 넓은 땅덩어리의 그물망 같은 철도를 복선화하고 지금은 고속철도화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태국의 교통 인프라가 얼마나 정체되어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미니 밀림 트레킹

 

 

철교 밑으로 본격적으로 강변길을 걷는다.

 

시가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시가지의 모습과는 달리 강변의 자연이 제대로 살아 있다. 포장된 강변길도 걷기 좋을뿐더러 강도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시가지에서 볼 때는 왕강이 약간 죽은 하천 같았는데 여기서 보니 짙은 녹음에 둘러싸인 싱싱한 강이다.

 

강가의 집 그리고 강변의 말이 목가적인 풍경도 연출한다. 

 

 

 

햇살이 뜨겁게 올라오기 시작하지만 오전의 선선한 아침 기운이 여전히 강을 따라 흘러와서 산책하기 딱 좋다.

 

조금 걸어가니 포장된 길이 사라지고 붉은 흙길이 나온다. 짙은 수풀에 싸인 길이 열대 우림 속으로 나를 이끈다. 덩굴이 거미줄 같이 드리워진 나무들에서는 마치 원숭이들 뛰어놀고 있을 것 같다. 도시에서 즐기는 열대우림이다.

 

이제부터 산책은 밀림 트레킹으로 바뀐다.

 

 

 

수풀도 더욱 무성해지면서 마치 정글 속의 강 같다.

앵글의 폭만 좁힌다면 이곳에서 콰이강의 다리나 플래툰 같은 영화를 찍어도 무방해 보인다.

 

 

 

슬쩍 무섭다는 생각이 들 무렵 다시 도시의 문명 길로 들어선다.

 

왕강에 이런 모습이 숨어 있을 줄이야.

 

아침시장과 왕강 트레킹.

숙소가 외진 곳에 있어서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산책하고 자연을 만끽하기가 더 좋다.

 

주요 볼거리가 시가지에 있으니 처음 랑빵을 온 사람이라면 지금 숙소의 위치가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내 경우처럼 이미 시가지를 다 둘러본 후라면 시가지 주변 마을과 자연의 강변길을 둘러보기에 이곳이 더 나아 보인다. 조용하게 시간 보내기에 나름 좋은 위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