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태국(Thailand)

D+066, 태국 람빵 5-1: 람빵의 아침시장에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20190119)

경계넘기 2021. 6. 15. 13:16

 

 

람빵의 아침시장에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8시 넘어 숙소에서 아침을 먹는다.

호스텔에서 조식이 나온다.

 

태국에 들어와 아침이 나오는 호스텔은 처음이다. 베트남과 라오스에서는 대개의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식을 제공하는 반면 태국은 반반인 것 같다. 그나마도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 숙소는 가격이 그만큼 비싸거나 중심지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곳 숙소는 둘 다다. 가격도 비싸지만 위치도 안 좋다. 여기서 볼거리가 있는 구시가지로 가려면 40분 이상 걸어야 한다.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없으면 할 게 없는 곳이다. 주변에 마땅한 식당도 없어서 조식을 주지 않으면 마땅히 해결할 곳이 없다.

 

조식은 간단하다. 토스트에 계란프라이, 커피와 차 그리고 바나나가 전부. 근데 뷔페식이다.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고, 조식 시간도 7시에서 11시까지라 몇 번을 먹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음식도 떨어지면 바로 바로 채워주니 배고픈 여행자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아침시장을 구경하러 간다.

 

숙소 바로 뒤가 아침시장이다. 어제 오후에 잠깐 들려보니 거의 폐장 분위기였다. 전형적인 아침시장이었다. 그러니 지금이 아니면 둘러볼 수가 없다.

 

시장은 생각 외로 컸다. 어제 오후와 달리 장보러 나온 사람들로 시장은 북적대고 활기차다. 여행자를 위한 보여주기 시장이 아니어서 현지인들의 생생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여행자도 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은.

 

 

 

시장은 철길을 따라 들어서 있다.

철길 옆의 시장이라 낭만적이다.

 

 

 

모양새는 상설시장이다. 일정한 건물 없이 거리에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다 시간이 되면 사라지는 여느 아침시장과는 달리 가건물처럼 생겼지만 그래도 엄연히 시장 건물이 있다. 건물 주변으로 좌판도 있지만 건물 안의 상점들이 중심이다. 그럼에도 아침에만 문을 연다니 신기하다.

 

루앙프라방에서의 아침시장은 상설시장에 더해서 주변 골목까지 좌판이 늘어서면서 아침시장을 넓게 형성했다. 오전이 지나면 거리의 좌판은 사라지지만 상설시장의 상점은 저녁까지 영업을 계속했다. 람빵 시가지에 있는 시장들도 하루 종일 장사를 한다. 한낮에는 많이들 쉬긴 하지만 아침, 저녁에는 활기차게 장사를 한다.

 

그에 반해 이곳은 상설시장임에도 오전에만 장사를 한다.

 

 

 

동남아의 시장은 우리와 좀 다른 점이 있다.

 

하나는 낮에 거의 파장이라는 것. 선선한 아침과 저녁에 주로 움직이고 더운 한낮에는 야외 활동을 삼간다. 낮에 문을 연 상점들도 들어가 보면 주무시고 계신 사장님들을 깨워야 하는 일이 흔하다.

 

다른 하나는 아침시장이 더 북적인다는 것. 우리에게 아침시장은 조금 낯선 풍경이다. 한국에서 어머니가 아침에 장을 봤던 기억은 없다. 아침 차리고 출근하거나 등교하기도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주로 다들 저녁에 장을 본다. 동남아에서 저녁시장도 활기차긴 하지만 일반시장이라기보다는 먹거리 위주의 야시장이거나 주말시장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동남아 국가들에서 왜 저녁보다 아침 시장이 활성화되었을까?

아침을 집에서 제대로 만들어 먹으려는 것일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아침시장에 가보면 반찬거리와 밥을 파는 코너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장을 보러 온 사람들 역시 많이들 밥과 반찬거리를 사간다. 아침을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아침을 사러 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파는 반찬들은 정말 다양하다. 일반 반찬에서 젓갈, , 찌개 그리고 내가 가끔 사다먹는 생선구이부터 닭튀김, 구운 고기들까지. 밥도 여러 가지다. 날라 다니는 밥부터 찰밥에 잡곡밥까지. 장에 온 많은 사람들은 밥에 국이나 찌개 그리고 몇 가지 반찬들을 담는다. 국이나 반찬은 대개 비닐봉지에 담는 반면 밥은 바나나 잎에 싸서 준다.

 

그렇게 아침시장에서 밥과 반찬거리를 사서 아침을 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한국 어머니들은 정말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다.

 

맞벌이를 하든, 가사만 보든 아침, 저녁을 집에서 직접 만드시니 말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부부들은 아침을 간단히 하거나 사서 먹기도 하지만 그것도 대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한국 어머니들은 일단 아이가 생기면 되도록 직접 만들어 자식들을 먹이려 한다.

 

우리는 외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다. 어머니들이 외식 비용을 아끼려는 이유도 있지만 보다 큰 이유는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당신들이 직접 만들어 먹여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난 어렸을 때 집에서 햄이나 소시지 등을 거의 먹지 못하고 자랐다. 햄이나 소시지 반찬은 어머니 몸이 불편하시거나 바쁘셔서 식사를 제대로 차리지 못하실 때나 나오는 반찬이었다. 라면조차도 어머니가 계실 때에는 먹을 수 없었다. 어머니 안 계실 때 라면을 먹으려면 밥통의 밥도 없애야 했다. 밥통에 밥이 남아 있으면 라면 먹을 줄 바로 아시니까. 참고로 우리 집도 맞벌이를 하셨다.

 

태국의 한 아침시장에서 고단한 삶을 사셨을 어머니 생각을 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