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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태국(Thailand)

D+067, 태국 람빵 6-1: 태국에서 기차표 사기 (20190120)

경계넘기 2021. 6. 16. 15:58

 

 

태국에서 기차표 사기

 

 

기차표를 예매해야 할 것 같다.

기차 예매 사이트를 들어가니 가려고 하는 날의 표가 거의 매진 직전이다.

 

태국 람빵(Lampang)에서 바로 말레이시아로 넘어가기로 했다.

 

람빵에서 말레이시아를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한 방콕을 거쳐야 한다. 람빵에서 방콕을 갈 때 주로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태국에서는 버스가 더 빠르고, 차편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기차를 이용할 생각이다. 태국 기차를 타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방콕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갈 때 기차를 이용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기차가 가격도 더 저렴하지만 국경 넘기가 훨씬 용이하다.

 

이 기차가 국제 열차는 아니다. 하지만 갈아타기만 귀찮을 뿐 거의 국제 열차와 다름없다. 방콕에서 출발한 기차는 태국의 최남단 국경 도시인 파당 베사르(Padang Besar)까지만 간다. 흥미로운 사실이 독일 통일 전의 베를린처럼 파당 베사르가 태국 영토와 말레이시아 영토로 나뉘어 있단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파당 베사르 역이다. 방콕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착하는 역이 파당 베사르 역인데 이 역 안에서 국경 수속을 한다. 역 안에 출입국 사무소가 있어서 출국과 입국 수속을 하고, 바로 그 역에서 말레이시아 열차로 갈아탈 수 있다. 그러니 기차로 가면 국경 넘기가 쉬울 수밖에.

 

람빵에서도 기차를 타면 방콕역에 떨어져서 바로 말레이시아 행 기차에 타면 되니 이동이 훨씬 용이하다. 버스로 이동하면 더운 날 무거운 배낭 지고 다시 기차역으로 가야하는 불편이 크다. 게다가 방콕의 교통이 좀 막히나.

 

 

 

아침부터 서둘러 기차역으로 간다.

그나마 숙소에서 기차역은 가까워서 좋다.

 

며칠 전에도 람빵 기차역에 왔었다. 미리 방콕과 말레이시아 행 기차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중국이나 베트남 역과는 달리 태국의 기차역은 정말 한가했다. 창구라고는 한 개 열려있는데 그나마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역 안에서 기차 시간표와 가격 안내문이 붙어 있어서 쉽게 확인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표가 있냐는 것인데 역무원 아저씨도 영어가 거의 안 되시는 분이시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기차 일정표를 주시면서 방콕 가는 기차편과 시간에 형광펜으로 칠해주시며 최선을 다해 알려주셨다. 태국 기차 예매 사이트는 나중에 알아낸 것이다.

 

 

 

오늘도 기차역은 한산하다. 꽤나 열차편이 없나 보다.

 

창구로 직행해서 다음 주 목요일 방콕행 야간 기차표를 달라하니 딱 한 장 남아있단다. 역무원도 재미있다는 듯이 모니터를 돌려서 한 장 남은 기차표를 보여 준다.

 

한 장 남아 있으니 따지고 자시고 할 이유도 없다. 남은 한 장은 침대칸으로 스페셜 익스프레스(Special Express). 한 마디로 가장 비싼 표!

 

 

 

태국 기차 예매 사이트를 보면 태국의 열차는 대략 세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일반 기차와 일반 기차보다 조금 더 비싼 익스프레스(Express) 그리고 가장 비싼 스페셜 익스프레스(Special Express)가 그것이다. 가격 차이는 꽤 큰데 도착 시각은 별반 차이가 없다. 비싼 열차일수록 정차역이 줄기는 하지만 절대 기차역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익스프레스와 스페셜 익스프레스는 정차역마저도 별반 차이가 없다.

 

같은 열차라도 객실과 좌석에 따라 또 가격 차이가 난다. 객실은 선풍기 객실과 에어컨 객실로 나뉘고, 좌석은 일반 좌석과 침대 좌석으로 나뉜다. 침대 좌석은 다시 아래 칸과 위 칸으로 나뉘어 아래 칸이 위 칸보다 100밧 정도 비싸다. 내가 산 표는 스페셜 익스프레스(Special Express) 선풍기 객실에 있는 위 칸 침대 좌석이다. 가격은 734.

 

전에 야간 기차를 탈 것인가 낮 기차를 탈 것인가를 가지고 잠시 고민을 했는데 야간 기차를 타기로 했다. 낮 기차는 일반 좌석이라 불편도 하지만 방콕에 저녁에 도착하기 때문에 1박이 필요하다. 사실 람빵 아래로는 대부분 평야지대라 풍경도 밋밋하다. 그리고 방콕은 북적대고 번잡하기만 해서 그다지 묵고 싶지가 않다. 방콕에서 묵을 바에야 람빵에서 더 묵는 게 훨씬 낫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창구에서 방콕 가는 표를 사면서 방콕에서 파당 베사르 가는 열차도 예매하려 하니 그것은 방콕에 가서 사야한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열차표 예매가 가능한 태국인데 오히려 역에서는 예매가 안 된다고 하니 이상하다.

 

기차역에서 예매가 안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되긴 하지만 회원 가입하고 어쩌고 하는 것이 너무 귀찮을뿐더러 무엇보다도 이국의 사이트에 내 개인정보를 남기고 싶지가 않다.

 

일단 오늘은 방콕 가는 기차표를 예매한 것으로 만족한다.

기차표를 샀으니 이제 곧 다시 이동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