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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태국(Thailand)

D+067, 태국 람빵 6-2: 람빵의 일요 야시장(20190120)

경계넘기 2021. 6. 17. 20:54

 

 

람빵(Lampang)의 일요 야시장(sunday night market)

 

 

그림자가 길게 늘어질 무렵 숙소를 나선다.

일요 야시장(sunday night market)을 보기 위해서다.

 

람빵(Lampang)의 일요 야시장은 구시가지의 전통거리 Kad Kong Ta에 선다. 백여 년 역사의 서양, 중국, 버마(미얀마), 태국 풍의 건물들이 혼재해 들어서 있는 거리 말이다. 아무래도 전통의 거리다 보니 람빵에서 가장 큰 야시장이 아닐까싶다. 예전에 람빵에 왔을 때는 시간이 맞지 않아 야시장를 보지 못했다.

 

한참을 걸어 전통거리 초입에 들어서니 벌써 야시장은 사람들로 미어지고 있다. 전통거리뿐만 아니라 주변 골목길에도 좌판이 이어져 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야시장과 시간이 어린 주변 건물들이 잘 어울린다.

 

 

 

이번 여행 중에 내가 동남아에서 본 야시장들-루앙프라방, 치앙라이, 치앙마이-은 모두 관광객들을 위한 시장이었다. 파는 사람은 현지인들이지만 사는 사람들은 대개 외국인 여행객들이다. 반면에 지금 람빵의 야시장은 현지인의,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을 위한 야시장이다. 그래서 규모도 아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본래 태국의 야시장들이 이렇게 규모가 큰가 보다.

 

무엇보다도 현지인들의 야시장이라 가격도 무지무지하게 착하다.

 

조용한 구시가지인줄 알았더니만 야시장은 람빵 시민들로 넘쳐난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채운다. 길을 헤쳐 나가기가 어렵다. 이 도시에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싶다. 야시장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여행객들을 위한 야시장에 식상했는데 이곳은 그런 식상함이 없어서 좋다. 마치 북적이는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파는 상품들도 참 다양하다.

일반 생활용품부터 액세서리, 전통악기에 이르기까지.

 

 

 

추억이 깃든 옛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파는 사람들도 많다. 벼룩시장 같지만 벼룩시장은 아닌. 책, 카세트테이프, 아날로그 텔레비전, 성냥갑 등 이런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 옛 추억에 잠기곤 한다.

 

하긴 요즘은 이게 대세다.

디지털의 날카로움에 지쳐 아날로그의 부드러운 감성을 쫓는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거리 공연도 있다.

공연을 하면서 모금을 한다.

 

 

 

역시 야시장하면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지.

 

먹거리는 이곳 야시장이 더 풍성해 보인다. 이런저런 먹음직스런 먹거리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국수, 다양한 꼬치구이, 쏘시지, 아이스크림 여기에 초밥까지. 처음 보는, 맛이 무척이나 궁금한 먹거리들도 많이 눈에 보인다

 

 

 

도넛 파는 곳들이 많다.

 

던킨도너츠 같은 알록달록 다양한 도넛들을 판다. 맛이 어떨까 먹고 싶은데 이미 쏘시지, 꼬치구이, 아이스크림 등 쉼 없이 먹어댄 내 배는 너무 부르다.

 

 

 

솔직히 다른 음식 하나를 위해 배 한쪽 구석을 남겨두었다.

 

한 블로그에 의하면 이곳 야시장에 떡볶이를 파는 곳이 있다고 한다. 겸사겸사 그곳을 찾아다니는데 영 눈에 띄질 않는다. 숙소에 가려면 다시 돌아가야 해서 야시장을 되짚어 갈 때는 더욱 눈에 불을 켜고 보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그세 없어졌나 싶어 포기하고 시장을 빠져나오려고 샛길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그 끝자락에 떡볶이 파는 곳이 있다.

 

젊은 부부가 파는 좌판이다. 한글로 큼직하니 '오-마이떡'이라 쓰여 있다. 저걸 사람들이 읽을 수 있으려나. 그러고 보니 길에서 한국 아이돌의 사진을 파는 곳들을 본 생각이 난다. 여기도 한류군.

 

떡볶이 외에도 어묵과 닭꼬치 등을 팔고 있다. 떡볶이를 먹으려고 다른 먹거리를 참았는데 떡볶이가 벌써 매진이란다. 이제 겨우 7시가 조금 넘었는데. 더 안 만드냐고 물으니 가스가 나가서 더 이상 만들 수가 없단다. 어떻게 대화가 됐냐고? 젊은 여사장이 한국어를 아주 잘 한다. 손님들이 자꾸 와서 어디서 한국어를 배웠는지 등은 묻지 못했다. 그래도 장사가 잘 되는 모습에 내 기분도 좋다. 장사가 잘 되었으면 싶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태권도 도복을 입은 현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떡볶이를 알아보고 먹으로 왔다가 다 팔렸다는 말에 돌아간다. 태권도와 떡볶이. 생각해보니 나름 잘 어울린다. 한국의 거리에서도 태권도 도복입고 떡볶이 먹는 아이들을 많이 본 것 같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으니 돌아갈 시간이다.

가야할 길이 머니 서둘러야 한다.

 

올 때도 1시간 가까이를 걸어왔던 터라 돌아가는 더 힘이 든다. 북적이던 야시장을 빠져나오자 구시가지의 도심이 너무 적막하다. 이제 겨우 저녁 7시가 조금 넘었는데. 한국이면 영락없이 새벽 무렵의 길 풍경이다. 여자 혼자라면 무척 겁이 날 법한 그런 길이다.

 

태국의 가로등은 형광등이 많다. 허여스름한 형광등빛이 은근히 더 음침하고 스산한 느낌을 준다. 누가 구시가지지 아니랄까봐.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