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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태국(Thailand)

D+069, 태국 람빵 8-1: 여행 속의 여행, 영화 보기 (20190122)

경계넘기 2021. 6. 19. 11:07

 

 

여행 속의 여행, 영화 보기

 

 

조조영화를 보러 센트럴 플라자(Central Plaza)에 가는 길이다.

 

어제 확인해보니 오전 11시쯤 상영하는 영화가 있었다. 조조영화라고 해서 한국처럼 할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선선할 때 가서 보려는 게다.

 

11시쯤 영화가 시작한다는 것만 알았지 영화관이 있는 센트럴 프라자 쇼핑몰이 11시에 문을 연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괜히 서둘러서 나왔다. 문 앞에서 기다리다 문이 열리자 들어간다. 쇼핑몰이든 백화점이든 외국에서 오픈하자마자 들어가는 것도 처음이다.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막상 표를 끊으려고 하니 할리우드 영화도 태국어로 더빙을 해서 나온단다. 더빙 영화는 당연히 자막이 없다. 할리우드 영화 글래스(Glass)’를 볼 생각이었는데 오후 310분에 하는 한 타임만 영어고 나머지는 태국어 더빙이다. 그나마 영어는 조금 들린다지만 태국어는.

 

 

 

고민 끝에 더빙을 하지 않은, 310분 영화를 보기로 한다. 중간 시간이 많이 비니 1240분에 하는 태국 영화를 하나 더 보기로 한다. 2편을 연속으로 보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도 곧잘 하는 일이니 별 문제는 없다. 오히려 간만에 영화 세계에 푹 빠질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단관도 아니고 멀티플렉스에서 자국 영화는 딱 한 편 상영한다. 그것도 한 타임만.

 

영화관이 자국 영화를 너무 차별하나 싶었는데 영화가 심한가보다. 극장에 들어가니 넓은 상영관에 나 혼자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혼자서 본다. 나마저 들어오지 않았다면 영화 돌릴 필요도 없을 뻔 했다. 영화관만 탓할 수 없어 보인다.

 

영화관의 시설은 나쁘지 않다. 좌석이나 화면, 사운드도 좋다. 소리가 다소 크다 싶을 정도다. 에어컨도 빵빵하다. 멀티플렉스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규격화된, 초국적 산물이니 국가마다 다를 수가 없긴 하다.

 

 

 

인도에서도 그러더만 태국도 같은 상영관에서 좌석마다 가격을 달리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위치에 따라 가격에 차별을 두고 있긴 하지만 이곳은 위치뿐만 아니라 좌석 크기와 간격도 다르다. 한국은 스크린에서 3분의 2 지점이 로얄석인데 반해 인도나 태국은 뒤로 갈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모양이다. 맨 뒷열의 좌석은 커플 좌석으로 가격이 가장 높다.

 

나야 당연히 돈 없는 배낭여행자이니 가장 싼 것으로 했다. 사람이 없다 보니 좋은 좌석에 앉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내 지운다. 귀찮다.

 

 

 

영화 시작 전에 태국왕의 일대기가 나온다.

 

예전에 한국에서도 영화 시작 전에 상영하던 대한뉴스 같은 것인지 알았는데 그냥 왕에 관한 것만 나온다. 이때는 나 혼자라 몰랐는데 다음에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 보니 모든 사람들이 일어선다. 국가(國歌)나 국기도 아니고 영화 볼 때마다 왕에게 경의를 표해야 하니 좀 성가시다. 우리네 박통이나 전통 때가 생각난다. 각자의 문화가 있기 마련이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태국 영화는 많이 졸면서 봤다. 알아들을 수 없어서가 아니다. 절대적으로 재미가 없다. 영화라는 것이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다하더라도 영상만으로도 대충의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럴 수 있을수록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20세기 초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코믹 영화인데 너무 유치하다.

 

오후 330분의 할리우드 영화 글래스도 같은 상영관이다. 그냥 앉아 있어도 될 뻔 했다. 이번에는 나 외에도 2명씩이나 관객이 더 있다. 포스터 상으로 보기에는 스릴러 영화인지 알았더니 판타지 영웅물이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영화 장르 중 하나. 와중에 액션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대화가 중심.

 

많이 기대했는데 지루한 영화 두 편에 진이 빠진다. 영화보고 이렇게 진 빠져 보기도 간만이다. 안전판으로 봤던 할리우드 영화마저 뒤통수를 쳤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재래시장에 들려 저녁거리를 산다.

 

다양한 열대 과일도 사고, 옥수수도 보여서 산다. 밥 사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엔 항상 가던 나의 단골, 스테이크 집에서 치킨 스테이크와 생선가스도 산다. 물론 맥주도 산다. 개인방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행복한 만찬을 즐길 타임이다.

 

영화의 아쉬움을 달래려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맥주와 함께 만찬을 즐기니 부러울 것이 없다. 괜히 목요일에 기차표를 끊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냥 람빵에서 한 달 살기나 해버릴 것을.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