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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세르비아(Serbia)

D+192,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1-4: 베오그라드 도나우 강의 일몰 (20190525)

경계넘기 2021. 12. 8. 12:33

 

 

베오그라드(Beograd) 도나우(Donau) 강의 일몰

 

 

일몰이 질 무렵 베오그라드 요새(Belgrade Fortress)를 만난다.

 

공화국 광장(Republic Square)에서 크네자 미하일라(Kneza Mihaila) 거리를 되짚어 걸어 올라가다 보니 거리의 끝단에서 칼레메그단(Kelemegdan), 즉 베오그라드 요새(Belgrade Fortress)가 나온다. 칼레메그단은 터키어로 요즘은 보통 베오그라드 요새라 부른단다.

 

 

 

웬 공원인가 싶어 들어가 보니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언덕에 요새가 있다.

 

베오그라드 요새는 도나우(Donau) 강과 사바(Sava)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있다. 베오그라드 옆으로 중부 유럽을 관통하는 도나우 강이 흐른다니 전혀 몰랐다. 여기에 사바 강까지. 도나우 강과 사바 강, 두 강이 감싸는 도시라니 베오그라드의 운치가 산다.

 

 

윗쪽이 도나우 강, 아랫쪽이 사바 강

 

두물머리의 오랜 도시라니 라오스의 루앙프라방(Louang phrabang)이 생각난다.

 

루앙프라방도 메콩(Mekong) 강과 남칸(Nam Kan)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언덕에 터를 잡고 있다. 라오족 최초의 국가인 란상(Lan Xang) 왕국의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은 8세기 몬족(Mon People)에 의해 세워졌다고 하니 천년이 훌쩍 넘은 도시다. 그런 루앙프라방이지만 여기 베오그라드에는 명함도 못 내민다. 베오그라드는 기원전(BC) 279년에 켈트족이 세운, 2천 년이 훌쩍 넘은 도시다.

 

베오그라드 요새 역시 베오그라드 역사와 함께 했다.

 

요새는 도시와 함께 기원전 279년에 만들어졌다. 아마도 성을 쌓고 그 안에 도시를 만들었으리라. 베오그라드가 수많은 전쟁과 침략의 화마 속에서 붕괴와 재건을 수없이 반복했으니 그 도시를 방어하던 요새는 더 말해 무엇하랴. 기록에는 40여 차례나 개축했다고 한다.

 

 

 

베오그라드 요새 역시 로마에 정복되어 로마군의 북방 최전선 군사 기지가 되었다.

 

로마 제국은 유럽의 두 강, 서유럽으로는 라인(Line) 강과 동유럽으로는 도나우 강이 제국의 북방 경계를 형성했다. 베오그라드 요새가 도나우 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당연히 여기가 로마의 최전선이 된다. 요새에서 바라보이는 도나우 강 반대편은 로마의 입장에서 야만족들의 세계다.

 

 

요새에서 보는 도나우 강변

 

도나우 강은 서유럽의 라인 강이 그러듯 동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안고 흐른다.

 

도나우 강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어쩌면 도나우보다 다뉴브(Danube)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할지 모른다. 도나우는 독일어고 다뉴브는 영어다. 도나우 강은 독일 남부에서 발원했으니 영어 명칭보다는 독일어 명칭이 더 부합하리라 싶다. 독일에서 시작한 도나우 강은 동쪽으로 흘러서 오스트리아의 빈(Wien), 헝가리의 부다페스트(Budapest)와 이곳 베오그라드를 거쳐 한동안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국경을 형성하다가 루마니아로 살짝 빠져 흑해로 들어간다.

 

서유럽과 라인 강을 떼어 놓기 어렵듯이 동유럽과 도나우 강 역시 그렇다. 서유럽의 역사와 문화가 라인 강을 따라 흐르듯, 동유럽의 역사와 문화 역시 도나우 강을 따라 흐른다.

 

이번 여행에서 도나우 강을 세 번 만났다. 첫 번째는 불가리아에서 루마니아로 넘어올 때, 두 번째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그리고 세 번째는 여기 베오그라드에서다.

 

 

도나우 강 (출처: Wikipedia)

 

베오그라드 요새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멋있다고 한다.

 

운 좋게도 아무 생각 없이 이곳에 온 시간이 제대로 석양이 질 때다. 요새가 있는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다. 강과 석양이 보이는 곳마다 사람들이 앉아 있고, 요새 사이의 작은 길을 산책하기도 한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나도 요새와 강을 따라 걸어본다.

 

석양이 비취는 강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한 잔의 커피 또는 맥주가 생각나는 그런 곳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풍경. 우연히 만나는 이런 풍광이 더 감동을 준다.

 

 

 

두물머리 요새 위에서 보면 사바 강은 남쪽에서 흘러오고, 도나우 강은 동서로 흐른다.

 

그러니 석양은 도나우 강 너머로 진다. 그곳 성벽 위에 걸터앉아 멍하니 석양을 바라본다. 정말 아름답다. 생각해보니 루앙프라방에서 봤던 메콩 강의 일몰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저 아름다운 석양 아래에서 수도 없이 많은 처절한 전투가 있었고, 그 속에서 숱한 민족들이 스쳐갔다고 생각하니 인간의 역사란 것이 참 부질없어 보인다. 그래봐야 흘러가는 강물이요, 스쳐가는 석양만도 못한 것을.

 

오늘은 여기까지만 돌아보기로 한다.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보니 곳곳에 예쁜 카페들이나 레스토랑들이 많다. 그 어느 동유럽 도시들에 못지않게. 역시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