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여행과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드론 오폭과 트롤리 딜레마

경계넘기 2021. 12. 28. 07:02

(출처: Imdb)

 

 

제 목 :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감 독 : 개빈 후드(Gavin Hood)

국 가 :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제 작 : 2015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드론 오폭과 트롤리 딜레마

 

 

미국이 지금까지 드론 오폭으로 죽인 민간인이 수천 명에 달한다는 뉴욕타임즈(NYT, 2021.12.18.) 기사가 나왔다. 기사는 미국 정부가 주장해 온 정밀 폭격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정말 오폭만 있었을까?

 

드론 오폭이 반복되어 수천 명의 민간인이 죽었다면 이걸 정말 오폭이라고 해야할까?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출처: 네이버영화)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가 생각난다.

 

영화는 영국, 미국, 케냐가 합동으로 케냐 내에 있는 테러리스트를 추적한다. 그러다 영국은 자살 테러를 계획하는 테러리스트들이 모여 있는 아지트를 찾아낸다. 영국군 현지 책임자인 대령은 폭탄을 몸에 두르고 곧 근거지를 떠나려는 테러리스트들을 드론으로 폭격하려고 한다. 그들이 근거지를 떠나 시가지로 진입하면 추적과 폭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출처: Imdb)

 

드론 공격은 미군이 맡는다. 미국 공군 기지에서 출발한 드론이 곧 폭격 지점을 확인하고 공격 지점을 조준하는 순간 드론 조종사는 폭발 반경 안에서 빵을 팔고 있는 어린 소녀를 발견한다. 조종사는 작전의 변경을 요청하고, 영국의 수뇌부는 서로 최종 결정을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결정을 미루는 사이 테러리스트들은 준비를 마치고 곧 아지트를 떠나려 한다. 대령은 이들을 여기서 놓치면 더 많은 사상자 발생이 불가피한 이상 소녀 한 명을 희생하더라도 지금 폭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Imdb)
(출처: Imdb)
(출처: 네이버영화)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트롤리 딜레마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윤리 문제다. 내용을 잠시 소개하면 이렇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가 궤도를 빠른 속도로 달린다. 전차가 달리는 궤도 앞으로 5명의 인부가 일을 하고 있다. 급하게 궤도를 변경하려 하는데 다른 궤도에는 1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다. 과연 기관사는 어느 궤도를 선택해야할까? 5명을 살리기 위해서 1명을 희생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1명을 살리기 위해 5명을 죽여야 하나?

 

영화가 보여 주는 긴박한 순간이 바로 전형적인 트롤리 딜레마다.

 

1명의 무고한 소녀를 희생시키더라도 테러리스트들을 폭격해 다수의 사상자를 막아야 할까? 아니면 1명의 소녀를 살리기 위해 폭격을 취소하고 무수한 시민의 생명을 자살 폭탄 테러에 방치해야 하는가? 영화에서 대령은 폭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차피 대령 본인은 최종 책임자가 아니다. 그녀가 최종 책임자였어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었을까?

 

 

(출처: 네이버영화)

 

긴박한 순간에 대령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소녀의 사망 확률을 줄이는 타격 지점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좁은 타격 존에서 그건 숫자 놀음에 불과했다. 작전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심리적 부담을 회피하려는 일종의 꼼수였다. 대령의 숫자 놀음에 홀가분해 진 최종 책임자는 명령을 내리고 결국 소녀도 죽는다. 숫자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그 지점에 폭탄이 떨어지면 소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나서지는 않았다. 소녀의 죽음을 지켜본 이들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이다.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Imdb)

 

트롤리 딜레마에서는 두 가지 선택 모두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폭격을 하지 않는다면 한 명을 살리겠다고 다수를 포기했다는 결과주의적 비난을 받을 것이고, 폭격을 해서 한 명을 죽이고 다수를 살렸다면 그 한 명을 죽이게 했다는 윤리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이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라면 더욱 큰 윤리적 비난과 함께 양심의 가책도 받는다.

 

영화는 소녀의 죽음에 관계한 관련자들이 절묘하게 트롤리 딜레마를 피하는 모습을 그린다.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다수의 죽음을 방치했다는 결과주의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폭격을 명령한다. 아울러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수학적 확률이 갖는 한계, 즉 오폭으로 그 책임을 돌림으로써 윤리적 비난과 양심의 가책마저도 벗어난다.

 

미국이 드론 오폭으로 죽였다는 그 수천 명의 민간인들 중 영화가 보여주는 위장된 또는 계산된 오폭에 죽은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트롤리 딜레마에서는 또 다른 질문 하나를 던진다.

 

궤도 위에 있는 한 명이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 속의 그 소녀가 명령권을 가진 누군가의 가족이었다면?

 

가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론 오폭의 대상이 미국이나 서구 유럽의 시민들이었다고 해도 과연 수천 명의 무고한 사망자가 나올 수 있었을까? 과연 그런 실수를 계속 반복할 수 있었을까?

 

드론, 전투 로봇 등 무인 전쟁 기술이 발전하는 미래 전투에서는 트롤리 딜레마가 더욱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더욱 더 무시될 것 같다. 초정밀 타격과 전투를 자랑하다가도 트롤리 딜레마는 오폭, 오류 등으로 취급하면서 말이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보는 내내 어려운 질문을 계속 던지는 영화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