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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몬테네그로(Montenegro)

D+196, 몬테네그로 코토르 1-2: 하늘이 준 생일 선물, 코토르의 첫인상 (20190529)

경계넘기 2022. 1. 9. 12:49

 

 

하늘이 준 생일 선물, 코토르(Kotor)의 첫인상

 

 

코로르(Kotor)에 가까워지니 구름을 뚫고 햇살이 더욱 비친다.

 

터미널에서 내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들어보다 깜짝 놀란다. 풍경이 장관이다. 터미널 건물 뒤로 검은 잿빛의 바위산이 절경이 따로 없다. 터미널에서부터 이런 장관을 보여주다니! 잿빛 산이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니 영롱하기까지 하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에 버스 여정의 피로로 잊고 절로 감탄만 나온다.

 

국가 이름인 몬테네그로(Montenegro)가 이탈리아어로 검은 산의 의미라더니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Beograd)에서 포드고리차(Podgorica)를 거쳐 이곳까지 12일 간의 여정이 보람으로 밀려온다. 조지아 트빌리시(Tbilisi)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이곳을 추천해주었던 한국인 여행객 친구의 얼굴도 스쳐간다. 고마울 따름이다.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이곳은 생각지도 못했을 터다.

 

 

 

계속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할 일은 해야 한다.

 

풍경에서 시야를 거두고 다음 갈 행선지의 차편을 미리 확인한다. 작은 도시인 줄만 알았는데 몬테네그로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라 발칸의 주변 국가들은 물론이고 독일과 오스트리아로 가는 버스도 있다. 다음 행선지인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Dubrovnik)로 가는 버스 편은 매일 여러 대가 있다. 차편이 넉넉하니 지금 예약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슬슬 걸어서 숙소를 찾아 가본다.

 

터미널을 나서니 풍경이 더욱 멋지다. 아직 코로르의 심장 올드타운도 나오지 않았는데 주변 경치만으로도 배낭 맨 걸음을 충분히 가볍게 만든다. 빨간 지붕의 석조 건물들과 그 건물들을 병풍 치듯 감싸고 있는 잿빛 바위산이 의외로 멋진 조화를 이룬다.

 

 

 

잿빛 산의 향연을 만끽하며 길을 조금 내려오니 이제는 푸른 바다다.

 

아드리아해(Adriatic Sea)의 코토르 만(Bay of Kotor). 리아스식 해안의 복잡하고 긴 코토르 만의 안쪽, 가장 깊은 곳에 코토르가 자리 잡고 있다. 만이 너무 깊어서 이곳에서 보는 바다는 바다라기보다는 호수 같다.

 

검은 회색빛 산을 병풍 삼아, 여기에 구름 사이로 간간이 햇살까지 비취니 바다 물빛이 파랗다 못해 시리다. 멋진 산들과 아름다운 바다. 분명 한국에도 이런 풍경은 흔한데 한국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그냥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피곤도 잊고 무거운 배낭을 맨 채로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마치 내일 다시 떠나야할 사람처럼.

 

 

코토르(Kotor)와 코토르 만(Bay of Kotor)

 

해안을 따라 조금 걸으니 깎아지른 잿빛 산 아래 더 짙은 잿빛의 성채가 보인다.

 

짙은 잿빛 성벽 너머로 빨간 지붕들이 옹기종기 보인다. 저게 바로 코토르 성벽(Kotor Wall)이리라. 급경사의 산으로도 성벽은 이어져 있다. 배산임수라 뒤는 깎아지른 산이요 앞은 깊은 만의 잔잔한 바다. 절경도 절경이지만 천혜의 요새다.

 

웅장한 산과 푸른 바다, 거기에 중세의 성과 도시. 이제야 하나의 완연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코토르의 풍경. 하나하나도 벅찬데 함께 모이니 이건 그림이다. 지금까지 받은 생일 선물 중 단연 최고의 선물. 신이 주신 선물이다.

 

 

 

숙소는 성벽 안 올드타운에 있다.

 

올드타운은 두터운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 성 안으로 들어가야 할 터인데 들어갈 문이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지나온 길을 되짚어 겨우겨우 찾아 들어간다. 성의 최남단 끝머리에 높은 성루와 깊은 물의 해자가 있다. 여기서부터 성곽은 다시 깎아지른 산비탈로 타고 올라간다.

 

해자의 물이 정말 맑고 파랗다. 단순히 고인 물이 아니라 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모이는 천연 해자임이 틀림없다. 

 

 

 

길고 좁고 높은, 그리고 어둡고 칙칙한 성문이 마치 시간여행의 문 같다.

 

성문을 들어서니 영락없이 중세 골목길이다. 코로트가 중세에 만들어진 도시라더니 간혹 영화에서나 봤던 그 좁은 중세 골목길이 미로 같다. 햇살도 가로 막힌 석조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길 안에 있으니 성문을 통해 중세로 들어 온, 배낭 맨 시간여행자가 따로 없다.

 

 

 

골목길을 이리저리 물어물어 겨우 숙소를 찾는다.

 

숙소는 좁은 골목길 3층에 있다.

숙소 건물 자체도 무척 오래되어 보인다.

 

이곳 숙소는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이름도 Kotor Korea Guesthouse. 해외여행을 하며 한국인 숙소를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피해 다닌다는 편이 더 맞다. 다만 이번에는 부킹닷컴에서 여러 나라 여행객들에게 좋은 평점도 받고, 이런 곳에 사는 한국인은 어떤 분들일까 싶기도 해서 찾아 와봤다. 위치도 훌륭하고.

 

 

 

 

한국에서 건축업을 하셨다는 사장님 내외분은 이곳에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지 4년째라고 한다.

 

원래는 그냥 살려고 왔는데 몬테네그로 정부에서 무언가 이곳에 투자하기를 원해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되었다고. 6인실 도미토리 방 딱 하나만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도 비수기에는 문을 닫고 여행을 다니신다고.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여행객들에게 좋은 평점을 받는 이유가 있다.

 

아저씨는 새로 온 손님들마다 일종의 코토르 여행 오리엔테이션을 해 주신다. 코토르 관광지도에 가볼 만한 곳들, 추천하는 식당들, 하다못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까지 꼼꼼히 적어 놓으셨다. 이 지도와 함께 자세한 사장님의 브리핑이 시작한다. 그냥 지도 하나만 봐도 아저씨의 정성과 꼼꼼함을 능히 알만하다.

 

숙소에는 나 외에도 3명이 더 있다. 모두 오늘 온 사람들. 두 명은 한국인 남자 여행객으로 올해 초 군대를 막 제대한 군대 동기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40대 초반의 일본인 아줌마. 처음이라 간단한 인사들만 서로 나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사장님이 소개시켜 준 로컬 식당으로 찾아 간다.

 

하루 종일 굶어서 배도 고프지만 사실 오늘이 내 생일. 오늘만큼은 좀 괜찮은 식당에서 생일을 자축해 보기로 한다. 아울러 이런 멋진 도시에 잘 도착했다는 축하의 의미도 곁들여서.

 

사장님이 소개시켜 준 식당은 스테이크로 유명한 바비큐 식당이다. 이름이 BBQ Tanjga. 물론 사장님이 만드신 지도 위에 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스가 무척 한국적이란다.

 

레스토랑은 터미널에서 오는 길에 지나친 곳이다. 바닷가 옆의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뭐랄까 그냥 한국의 정육점 식당 같다. 모듬 바비큐를 시켰는데 8.5유로에 정말 양이 푸짐하다. 만 원 조금 넘는 돈에 손바닥만한 고기에 감자튀김까지.

 

레스토랑 사장님께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소스를 더 듬뿍 담아 주신다. 여기 오는 한국인들은 모두 자기 소스를 무척 좋아한다면서. 곁들여진 소스는 한국의 양념 치킨 맛이 난다. 고기의 느끼함을 소스의 칼칼함이 잡아 준다. 한국인에게 정말 환상적인 궁합이다.

 

여기에 맥주까지 곁들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식사를 든든히 하고 코토르 올드시티를 산책삼아 돌아본다.

 

많은 유럽의 도시들을 구경하면서 올드시티에 대한 흥미도 많이 떨어졌는데 이곳은 좀 색다르다. 웅장한 성곽에 둘러싸인 올드타운. 여기에 뒤로는 잿빛 바위산이,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도시를 감싼다. 더욱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그럴까? 정말 중세 도시에 온 기분이 든다.

 

올드시티는 좀 더 돌아보고 글을 올려보기로 한다.

 

 

 

저녁에는 내가 사간 맥주와 팝콘으로 4명의 여행객이 모두 모여서 작은 파티를 열었다. 파티 모임은 간단하다. 맥주 캔 흔들면서 맥주 한 잔 하실래요?”라고 물으면 끝. 나머지는 일사천리다. 일본인 아주머니도 제법 잘 어울린다. 한국 문화를 제법 아는 분위기다.

 

이렇게 또 어울려 조촐한 생일 파티를 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