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몬테네그로(Montenegro)

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1: 코토르성(코토르 성벽) 오르는 길 (20190530)

경계넘기 2022. 1. 14. 07:06

 

 

코토르성(코토르 성벽, Kotor Wall) 오르는

 

 

새벽까지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창밖은 여전히 침침하다. 흐린 날씨라 천천히 나가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오늘 날씨 정말 화창하네요라는 사장님 목소리가 들린다.

 

게스트하우스는 올드타운의 좁은 골목길에 있다 보니 골목길로 난 창으로는 빛이 거의 들어오질 않는다. 그걸 미처 모르고 흐리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장님 말씀에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곰히 내밀어 보니 좁은 골목길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숙소 동기들과 코토르성(코로르 성벽, Kotor Wall)을 오르기로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Kotor Korea Guesthouse에는 나포함 한국인 3명에 일본인 1명이 있다. 2명의 한국인 여행객은 올해 초 막 군대를 제대한 동기들. 그리고 일본인 한 명은 42살의 아주머니. 동방신기의 골수팬이다. 올해(2019) 초 동방신기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에 갔었다고도 하니 말 다했다.

 

네 명 전부가 어제 같은 날 입소(?)했다. 동기 4명은 어제 저녁 내가 사온 맥주를 함께 하면서 친해졌다. 그때 코토르성을 같이 오르기로 의기투합했다.

 

 

 

 

코토르성 오르기? 코토르성 트레킹?

 

 

 

식사를 하고 네 명이 코토르성 트레킹을 시작한다.

 

여기서 단어 정리를 좀 해야겠다.

 

한국에서 주로 불리는 코토르 성벽은 영어의 ‘Kotor Walls’을 직역한 것으로 보인다. ‘wall’은 군사적 의미로 성벽의 의미를 갖지만, 보다 정확히는 도시 등의 주거지를 둘러싸고 방어하는 성()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city wall’ 또는 ‘town wall’로도 표현한다. 우리말로는 한양도성, 수원성과 같은 도성(都城)’의 의미다.

 

따라서 ‘Kotor Walls’코토르도성또는 코토르성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고 한국인이 이해하기도 훨씬 좋아 보인다. 코토르 성벽이라고 하니 성벽 일부만 덜렁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코토르성으로 사용한다.

 

 

 

한 가지 더.

 

보통 성을 오른다고 하면 성벽 위로 올라가 성곽을 돌면서 구경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코토르에서 성 오르기는 일종의 트레킹과 비슷하다. 코토르성이 평지의 올드타운뿐만 아니라 배후의 산으로 이어져 산 정상에 성채가 있기 때문이다.

 

코토르는 앞으로는 바다고, 뒤로는 급경사의 거대한 산줄기가 병풍 치듯 휘감고 있다. 이 산줄기에서 조금 튀어 나와서, 올드타운 바로 뒤를 받치는 산을 특별히 세인트존산(St. John Mountain)이라 부른다. 해발 250m 정도의 낮은 산이라 산(mountain)이 아닌 언덕(hill)으로도 불리지만 올드타운 쪽은 절벽이 연상될 정도의 급경사로 산 자체가 천연의 요새다.

 

코로르성은 해안의 올드타운뿐만 아니라 천연 요새인 세인트존산의 가파른 능선을 따라서도 이어져 정상부에 성채를 지었다. 성채는 산의 이름을 따서 세인트존 성채(St. John Fortress) 또는 산 지오바니 성채(San Giovanni Fortress)라고 부른다. 코토르 올드타운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산을 둘러싸기 때문에 코토르 성곽의 총 길이가 4.5km에 이른다.

 

코토르성 오르기를 트레킹에 비유하는 것은 성곽 길을 따라 정상의 세이트존 성채까지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산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게 올드타운이 해안가라 해수면에서 생으로 250m, 그것도 급경사 길을 올라가야 한다. 정상의 성채까지 계단만 1,300여 개라 한다.

 

 

 

기껏 성채나 성곽 하나 구경하려고 굳이 왜 힘들게 올라가야 하냐고?

 

모르는 소리!

성채나 성곽을 둘러볼 목적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거기서 바라보는 코토르와 코토르 만의 풍경이 압권이기 때문이다. 단호히 말하지만 여기를 가지 않았다면 코토르를 갔다고 할 수 없다.

 

 

코토르 트레킹 길의 풍경

 

 

 

우리는 조금 다른 길로 간다.

일명 뒷구멍.

 

어제 숙소 사장님이 입장료를 내지 않고 올라가는 길을 알려주셨다. 정상의 세인트존 성채 부근의 성곽에 개구멍이 있단다. 북문 밖의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성채의 개구멍으로 들어가 성곽 길을 따라 올드타운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아쉽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개구멍 루트는 이제 이용할 수가 없다.

 

보통 들어갈 때만 입장권을 확인하고 나올 때에는 입장권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길인데 우리가 내려올 때 보니 나갈 때도 입장권을 검사한다. 아마도 그 개구멍을 알고 있는 듯하다. 나올 때 관리원이 없는 쪽문을 잘 찾아서 무사히 나오긴 했지만 한일 공동으로 개쪽 당할 뻔 했다.

 

 

개구멍 가는 길 (빨간 박스), 참고로 지도의 왼편이 북쪽.

 

올드타운의 북문으로 나가서 산으로 걸어 들어가면 바로 트레킹 길이 나온다.

 

 

 

산비탈의 굽이굽이 길

 

급경사의 산비탈을 올라가는 길은 굽이굽이 S자를 그리며 완만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그리 힘들지 않다.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은 선선해서 그늘만 들어가도 금세 땀이 식는다. 산 타기 정말 좋은 날씨다. 어제까지 코토르도 계속 비가 내렸다고 하던데 오늘 이렇게 날이 개다니 운이 좋은 모양이다. 멀리 절벽 위로 웅장한 성곽이 보인다.

 

산 자체가 대체로 석회암 바위산이라 나무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성채 무렵까지는 비탈에 밀밭과 풀밭 그리고 다양한 색깔의 들꽃들이 있어서 무척 낭만적이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한 굽이 한 굽이 올라갈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코로르 만의 절경은 힘들 새를 주지 않는다. 날씨마저 도와주어 화창한 하늘, 햇빛을 받아 파랗게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그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기암의 웅장한 산세가 어울려 절경을 만들어낸다. 굽이굽이 달라지는 절경을 보면서 쉬엄쉬엄 올라간다.

 

 

 

사실 이 산길은 유명한 코토르 트레킹 코스다.

 

올드타운 뒷산인 세인트존산이 아니라 멀리 보이는 정상까지 6km의 왕복 8시간 코스란다. 정상을 넘어 반대편으로 가면 몬테네그로 국명이 나온 검은 산, 로브첸(Lovcen) 국립공원이 나온다. 숙소 사장님 말씀으로는 그쪽에서 트레킹을 해서 넘어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보통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정상까지 등반하고 내려오면서 개구멍을 통해 들어와서 성을 구경하고 성곽 길을 따라 올드타운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초행이니 성만 구경하는 것으로.

 

 

 

트레킹 길을 걷다가 만나는 치즈가게(Cheese Shop) 옆 샛길로 빠진다.

 

 

 

웅장한 성채와 성곽을 바로 보면서 수평으로 난 샛길을 좀 걷다보면 성채 바로 직전에 허물어져 가는 한 성당을 만난다.

 

이름이 Sveti Juraj. 이 성당 지붕 위로 마치 십자가처럼 서 있는 가늘고 긴 나무가 무척 인상적이다. 지금은 고양이만이 성당을 지키고 있지만 주변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성당 주변으로 폐가들이 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예전에 마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글에 이어서.......

 

 

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2: 코토르성의 정상, 세인트존 성채(St. John Fortress)에 앉아서...

 

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2: 코토르성의 정상, 세인트존 성채(St. John Fortress)에 앉아서...(20190530)

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1: 코토르성(코토르 성벽) 오르는 길의 풍경 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1: 코토르성(코토르 성벽) 오르는 길의 풍경 (20190530) 코토르성(코토르 성벽, Kotor Wall) 오르는 길

beyondtheboundaries.tistory.com

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3: 코토르성(코토르 성벽)의 시간여행자

 

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3: 코토르성(코토르 성벽)의 시간여행자 (20190530)

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1: 코토르성(코토르 성벽) 오르는 길 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1: 코토르성(코토르 성벽) 오르는 길의 풍경 (20190530) 코토르성(코토르 성벽, Kotor Wall) 오르는 길의 풍경

beyondtheboundarie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