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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0,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1-4: 올드타운의 골목길 산책 (20190602)

경계넘기 2022. 2. 8. 15:08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의 골목길 산책

 

 

스르지산(Srđ) 케이블카 운행을 안 해서 안타깝긴 하지만 원래 여행이란 예측할 수 없는 법. 아쉬움은 나중을 기약하며 내려놓는다. 두브로브니크의 두 개의 하이라이트 중에 스르지산 전망대가 안 된다면 다른 하나인 성벽 투어를 하면 되지만 모든 올드타운 여행에서 진짜 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골목길 걷기.

 

모든 올드타운의 진짜 정수(精髓)는 골목길이 아닐까 싶다.

골목길은 올드타운 관광을 여행으로 바꾼다.

 

올드타운 골목길을 걷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발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걷는 것. 봐야 할 것, 해야 할 것 등 모든 의무감에서 벗어 던지고.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면 음악과 함께. 또는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도 복잡하긴 마찬가지지만 기본 구조가 있다.

 

올드타운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플라차 거리(Placa Street)를 중심으로 좌우, 즉 남북으로 생선 가시 모양 골목길이 나 있다. 그러니 플라차 거리를 중심으로 바느질 하듯 걸으면 된다.

 

 

 

두브로브니크 골목길의 단점이라고 하면 경사의 계단길이 많다는 것.

 

올드타운은 중심 거리인 플라차 거리(Placa Street)가 가장 낮은 평지고, 플라차 거리에서 멀어질수록 경사가 높아진다. 특히 북쪽으로는 꽤 가파른 급경사의 골목길이 성벽 바로 아래까지 이어진다.

 

 

 

터벅터벅 골목길을 걷는다.

 

규모 있는 올드타운이지만 성시(城市), 즉 성으로 둘러싸인 올드타운의 특성 상 좁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좁은 골목길이 많다. 팔을 뻗으면 양쪽 벽면에 닿을 듯한 골목길. 햇볕조차 비취지 않아 어두운 골목길에는 파란 하늘만이 보인다.

 

 

 

올드타운 골목길을 걷다보면 마치 시간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미로 같은 골목길을 헤쳐 가거나 건물 안 터널 같은 골목길을 지날라 치면 정말 중세의 어느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두브로브니크는 단체 관광객이 많아서 주요 거리나 볼거리에는 관광객들로 미어터져 정신이 없다. 하지만 골목길로 들어서면 그나마 한적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올드타운은 역시 사람이 없는 조용할 때 둘러보면 참 좋다.

 

이른 오전이나 늦은 오후가 제격. 골목길 하나하나를 걷다 보면 그 시절 이 길을 걸었을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 더욱 좋다. 그러다 예쁜 카페가 보이면 들어가 차도 한 잔 하고.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역시 골목길 사이사이 예쁘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많다.

 

옛 도시의 한 골목길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지만 유럽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시간의 여유가 없다. 더욱이 두브로브니크는 가격도 비싸다.

 

 

 

남북 양쪽의 지대가 높다 보니 남쪽이나 북쪽 성벽 아래까지 올라가면 올드타운의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특히 지대가 높은 북쪽의 성벽 아래가 더욱 그렇다. 성벽에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해소한다.

 

 

 

경사의 계단 길을 몇 번 왔다갔다했더니 다리도 뻐근하고 무릎도 살짝 아파온다.

 

유럽의 올드타운들은 대체로 돌바닥이기 때문에 많이 걸으면 발이 무척 아프다. 바닥이 얇은 슬리퍼나 샌들을 신고 유럽의 길을 돌아다니면 발바닥의 울림이 나중에 이빨에까지 전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올드타운이 크다고 하더라도 한 두어 시간 돌다보면 왔던 길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

 

한국인 여행객이 정말 많다. 개별 여행객들도 많지만 주로 단체관광객. 전 세계 여행지를 개미처럼 덮고 다니는 중국 여행객을 여기서만은 넘어서 보인다.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리니 여기가 한국인지 크로아티아인지 모르겠다. 마치 한국에 있는 유럽 테마파크에 온 기분이랄끼. 경기도의 프랑스 마을이나 남해의 독일 마을과 같은.

 

 

 

이쯤해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플라차 거리(Placa Street)의 스폰자 궁전(Sponza Palace) 처마 밑으로 얼른 들어간다. 마침 가게에서 사 둔 맥주가 한 캔 있어서 루자 광장(Luža Square)을 적시는 비를 보면서 음악과 함께 맥주를 마신다.

 

나름 운치 있는 게 나쁘지 않다. 두브로브니크에 비가 운치를 더하면서 내 여행 추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어준다. 올드타운과 비 그리고 음악과 캔 맥주.

 

 

 

거센 비도 여자들의 사진 욕구를 억제하지는 못하나 보다.

 

올드타운에 내리는 비가 오히려 색다른 배경이 되나 보다. 여성분들이 올드타운에 내리는 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빗속에 환한 웃음을 지며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고 생각난다. 영화 속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빗속에 우산을 들고, 쓰고가 아니다, 신나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주제곡인 ‘Singing in the Rain’이 있다면 듣고 싶다.

 

 

 

비가 그치자 다시 햇살이 비췬다.

 

저녁 7, 하지만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는 유럽은 아직 훤한 대낮이다. 야경을 보고 싶지만 언제 해가 질지. 다리도 아프니 아쉽지만 숙소로 향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