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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라다크, 라자스탄, 델리)

라자스탄 13: 인도 발리우드 영화(20170802)

경계넘기 2017. 12. 19. 19:22

 

2017. 8. 2.   .   흐림.    "인도 발리우드 영화"

  

아침에 눈이 떠졌다. 새벽 6. 더 이상 잠도 오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데 굳이 자려고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산책을 나가보기로 한다. 라다크(Ladakh) 이외의 인도에서 산책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첫 입구에서부터 똥이다. 소똥, 개똥. 길거리의 동물들이 사람이 먹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라서 그런지 소똥, 개똥이 인간의 똥과 흡사하다. 원래 풀과 사료를 먹는 소와 개의 똥은 그런대로 봐줄만 한 데 말이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똥들이 더 많다.

다리를 건너서 시티 팰리스(City Palace) 가는 중심 도로로 가봤다. 시티 팰리스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가는 길이 아기자기 하다거나 예쁘다거나 하지는 못하겠다. 전형적인 인도의 칙칙한 골목길. 정말이지 아직 거리 청소 전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길에 쓰레기와 똥이 넘쳐 난다. 우다이푸르가 인도 다른 곳과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의 길은 그렇지도 않다.

 

이곳 사람들의 아침 일과는 똥과의 전쟁인 것 같다. 상점 문턱에까지 소들이 올라와서 볼 일을 많이들 봤기 때문이다. 길이야 그냥 버틴다고 하더라도 장사를 해야 하는데 상점 문 앞에 실례를 한 것은 치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 똥들을 어디다 버리는지는 모르겠다.

 

 

 

 

 

 

 

 

정말이지 인도는 소고기를 먹는 날이 발전하는 순간일 듯싶다. 아니면 소를 일정한 장소에 격리하든지. 소가 시내를 어슬렁거리면서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뒤지게 하는 것이 소에 대한 사랑이고 존중일까 싶다. 풀이 아니라 인간이 버린 음식물과 쓰레기들을 먹게 하는 것이 진정 소를 사랑하는 것일까? 항상 차와 릭샤 그리고 오토바이와의 충돌 위험에 두면서 말이다. 소가 소답게 살 수 있는 초원으로 소를 이동시킬 수는 없을까? 그게 좀 더 소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행위일 것 같은데 말이다.

 

길에 다니는 소에도 주인이 있다고 한다. 자이살메르(Jaisalmer)에서도 내가 묵었던 숙소 주인장인 폴로(Polo)는 자기 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네들이 소들을 스스로 먹이지 않고 길에 풀어서 쓰레기통을 뒤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도심 속 방목이라고 할까. 이게 소를 위하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소나 동물을 학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으며 살 수 있는 너른 평원으로 보내자. 소만의 보호구역을 정하자. 소에 대한 밀렵을 허용하는 않는. 그게 진정 소에 대한 존중이며 사랑이 아닐까 싶다. 소를 인간이 사는 장소에 끌어들여 오물 속에 살게 하지 말고 말이다. 인간도 인간답게 살고, 소도 소답게 살았으면 싶다. 땅도 큰 나라가 말이다. 소가 너무 안쓰럽다.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이 등교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들 여럿이서 릭샤를 대절해서 학교에 가는 것 같다. 레에서는 9, 10시쯤 등교를 하는 것 같았는데, 여기서는 초등학생이나 중, 고등학생이나 7시도 전에 등교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도심지라 등교를 정상적으로 하나보다. 작은 시골 도시인 레는 외곽 멀리에서도 와야 하니 등교 시간을 늦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피촐라(Pichola) 호수는 근래 몇 년 동안 비가 부족해서 호수에 물이 제대로 찬 것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우리는 라자스탄 지역에 침수가 될 정도로 비가 많이 와서 호수에 물이 가득 찬 모습을 보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 일반적인 것인 줄 알았다. 가트 계단의 맨 위 한, 두 줄 정도만 남을 정도로 가득 차 있다. 조금만 더 비가 오면 넘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자스탄에 와서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싶었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득이 되었다. 날씨도 많이 시원해지고. 나쁜 게 있으면 좋은 게 있게 마련이다.

 

우다이푸르가 품고 있는 피촐라 호수는 춘천의 의암호를 많이 닮았다고 했는데 이 호수 역시 댐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호수다. 물론 의암호보다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7세기 중엽 라자스탄의 메와르 왕조가 무굴제국에 쫓겨 산악지대인 우다이푸르로 옮겨 온 이후 작은 웅덩이에 불과하던 이곳에 댐을 지어 지금의 거대한 호수로 만들었다고 한다.

 

 

 

 

 

 

 

 

구시가지에서 바라보면 호수 가운데에 자그마한 섬이 있고 그 위에 멋들어진 하얀 건물이 있는데 그게 호텔이다. 호텔 레이크 팰리스(Hotel Lake Palace)라고 하는데 엄청 고급호텔이라고 한다. 원래는 18세기 중엽 메와르 왕조가 왕실의 여름 궁전으로 만들었던 것을 호텔로 개조한 것이다. 우다이푸르가 인도에서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고 하니 돈깨나 풍기는 신혼부부들이 많이들 묵을 것 같다.

 

 

 

 

 

 

호텔 바로 앞 호수 위에 갈색의 건물이 하나 더 있다. 위에서 줌으로 당겨서 보면 벽기둥으로 둘러싸인 로마식 정원같이 보인다. 정확히 뭐하는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파촐라 호수 위에 있는 새들의 집이라는 점이다.

 

 

 

 

 

산책을 하고 나서 옥상으로 올라와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 빗방울이 살짝 뿌리려고 한다. 비가 온다. 피촐라 호수가 바로 보이는 숙소 옥상에서 비를 맞고 호수를 보고 있다. 우중(雨中) 호수라! 따뜻한 한 잔의 커피와 함께 하니 더욱 좋다!

 

오늘은 릭샤를 타고 셀리브레이션 몰(Cellibration Mall)에 갔다. 우다이푸르에 하나 있다는 현대식 쇼핑몰이다. 처음에는 큰 줄 알았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그다지 크지는 않다. 그래도 나름 시설도 현대식이고 명품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브랜드의 상점들도 입점해 있다.

 

인도의 상점들을 보면 한국 브랜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삼성과 LG는 항상 어디에나 있다. 다만, 가전을 제외하고는 여타 한국 상품이나 브랜드 보기가 힘들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적어도 화장품이나 의류 브랜드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1층에 있는 마트에서 겨우 롯데 초코파이를 봤다. 그것을 제외하면 이렇게 큰 마트에서도 한국 상품을 찾을 수가 없다. 인도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데 가전과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여타 한국 상품들이 인도 시장에 제대로 진출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인도와 같은 새로운 시장들에 대한 개척은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시급해 보인다. 다만 인도와 한국은 문화적 차이가 너무 커서 그 접근에 있어서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분명 인도 시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소비 능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들어가야 할 시장임은 분명하다.

 

누구는 진짜 쇼핑을 위해서 이곳을 오겠지만 나의 경우 쇼핑몰 구경은 인도 시장과 경제를 살피는 조사의 일환이다.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상점들과 그 상점들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 그리고 쇼핑을 하러 온 현지인들의 모습을 살펴보다 보면 그 나라의 소비 행태와 시장 성격 그리고 경제 수준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순수 여행 차원에서는 재래시장을 더 좋아하지만, 한 국가의 경제 수준과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라면 재래시장보다는 도시의 쇼핑몰이 더 낫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우다이푸르의 쇼핑몰에 온 이유는 이곳에 영화관이 있기 때문이다. 쇼핑몰 구경은 부차적인 것이고, 인도 영화를 보려고 온 것이다. 인도에 왔으니 인도영화를 봐주어야지. 영화관은 PVR 영화관으로 인도 최고의 멀티플렉스 브랜드다. 우리로 치면 CGV나 메가박스다. 그런데 상영 영화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여기도 한, 두 편의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고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영화의 입장권은 170루피. 세금이 18%나 붙었다. 우리 돈으로 3,400원 정도다. 한국이라면 조조보다도 싼 가격이지만 여기에서는 비싼 가격일 것이다. 시간을 때우느라 쇼핑몰을 여기저기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런데 원체 쇼핑몰이 작아서 한 바퀴 둘러보는데 삼십 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1층에 있는 마트에서 영화 보면서 먹을 과자와 음료수를 사가지고 영화관으로 올라왔다.

 

 

 

 

 

영화관에 들어가는 데 거의 비행기에 탑승 수준의 검문검색을 한다. 쇼핑몰 들어올 때도 금속탐지기 검사와 몸 검사 그리고 가방 검사를 하더니만 영화관을 들어갈 때에도 똑같이 검사를 한다. 이건 중국보다 훨씬 심하다. 인도도 테러 위협이 높은가 보다. 그러고 보면 한국이 참 살기 좋다 싶다. 하긴 한국은 북한이라는 한방이 있긴 있지만.

 

극장 안에 들어가니 홀이 나오고 거기에 팝콘 등을 파는 매점도 있다. 상영관도 아니고 겨우 이곳에 들어오는데 영화 시작 삼십분 전에야 입장을 시키고 몸 검색을 그렇게 한 것이다. 매점에 파는 팝콘 가격은 거의 한국 수준이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도 인도인들의 영화 사랑을 생각하면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에는 영화 시작 5분 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인도의 영화관은 좌석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뒤로 갈수록 비싼 좌석이었다. 좌석의 크기와 좌석 간의 간격이 뒤로 갈수록 넓어졌다. 시설이 좀 낡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시설은 좋았다. 의자도 편했고. 다만 스크린이 생각보다는 작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뒷좌석부터 차기 시작했다.

 

영화는 로맨스 코미디였다. 힌두어로 하는 영화인데다 영어 자막도 없어서 거의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남들은 다 웃는데 우리만 목석이다. 안 들릴 때는 액션이나 전쟁 영화를 봐야 하는데 거의 대사에 의존하는 로맨스 코미디라니.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인도 MTV에서 하도 광고를 통해 본 영화라 익숙하긴 하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인도 영화 특유의 노래와 춤이 많지는 않다. 알아들을 수 없으니 차라리 노래라도 많았으면 싶었는데 말이다. 여배우들이 예뻐서 그 맛으로 영화를 본다.

 

인도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우리에겐 조금 낯설게 다가온다. 뜬금없이 군무와 노래를 불러대는. 뮤지컬 영화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래도 나름 영화 제작 능력은 좋아 보인다. 인도 관객들은 재미있는지 웃느라 정신이 없다. 한참 보고 있노라니 대충 큰 줄거리는 이해할 수가 있어서 중반 이후에는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인도 영화의 러닝 타임은 좀 긴 듯했다. 중간에 10분 정도의 휴식 시간도 있다. 그 시간에 사람들은 화장실도 가고 매점에서 음식을 사오기도 한다. 스크린에서는 그 동안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110분에 입실해서 영화는 거의 140분쯤 시작했다. 그리고 4시 넘어서 끝났다. 이것저것 빼고 나면 2시간 반 정도의 러닝 타임인 것 같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그렇게 길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인도에 와서 발리우드 영화도 보고 큰 일 했다. 우리가 미국의 할리우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인도가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한다. 미국이 평균 1년에 8백여 편 안팎의 영화를 제작하는 데 반해 인도는 천여 편의 영화를 제작한다. 편수로는 단연 세계 최고다. 그만큼 인도인의 영화 사랑 역시 대단하다. 그래서 인도의 영화산업을 미국의 할리우드(Hollywood)에 빗대어 발리우드(Bollywood)라 일컫는다.

 

최근에는 중국 영화산업이 치고 올라오면서 미국 할리우드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도 대략 1년에 7백여 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제작편수로는 세계 3위의 영화대국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대단한 것은 중국의 경우 사전 검열이 있다는 점이다. 검열을 통과해야만 영화 제작을 할 수 있는데 그 까다로운 검열을 통과해서 제작된 편수가 7백여 편인 것이다. 만일 검열이 없다면 제작편수는 인도의 발리우드를 가뿐히 넘어설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영화 한 편 보고 오니 하루가 거의 다 갔다. 저녁은 숙소의 루프탑에서 어제와 같이 탄두리 한 마리에 피자를 시켰다. 감사하게도 오늘 탄두리는 어제보다 1.5배는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먹어본 탄두리 중에서 가장 크다. 가져오면서 종업원도 탄두리를 큰 닭으로 했다고 자랑했는데 정말 크다. 단골이 되니 벌써 닭의 크기가 커진다. 이래서 단골이 좋다.

 

 

 

 

 

맥주에 탄두리. 인도 치맥을 하고 모기 2방 물리고 얼른 내려왔다. 덥고 습한 지역에서 야경은 나에게 그림이 떡이다. 그놈의 모기 때문에. 어제는 모기 방지약으로 온몸을 도포했는데도 6방이나 물렸었다.

 

그나저나 방에서는 할 게 없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