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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라다크, 라자스탄, 델리)

라자스탄 15: 우다이푸르(Udaipur)와 우담푸르(Udampur)의 차이는? (20170804)

경계넘기 2017. 12. 29. 19:45

 

2017. 8. 4.  흐림, 가끔씩 햇살.    "우다이푸르(Udaipur)와 우담푸르(Udampur)의 차이는?"

 

기차표 한 번 잘못 예약해서 아침부터 고생이다. 지난번 델리역에서 우다이푸르에서 델리 행 기차표를 예약했었는데 어제 다시 살펴보니 출발지가 우다이푸르(Udaipur)가 우담푸르(Udampur)였다. 역무원이 엉뚱한 표를 준 것이고, 우리는 제대로 그걸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복잡한 인도 기차표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인생이란 역시 실수와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가보다.

 

 

 

 

개도국,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처럼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기차표 구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국가들에서 직접 역에 가서 기차표를 스스로 살 수 있다면 여행의 기본은 갖춰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잘못 산 기차표를 제대로 환불받거나 다른 표로 바꿀 수 있다면 혼자 어디든 갈 준비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왜냐고? 인도나 중국에서 한 번 해보시라 미치기 직전까지 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중국은 참 많이 좋아졌다. 시스템도 좋아졌고, 질서 의식도 좋아졌고. 작년 산둥(山東) 칭다오(靑島)에 갔더니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 무인판매기까지 들어서 있었다. 중국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어서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기차역에서 표사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인산인해의 사람들을 뚫고 역에 들어가도 창구마다 늘어져 있는 긴 줄, 수시로 뻔질나게 끼어드는 새치기꾼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 막상 창구 앞에 서서도 영어 한마디 못하는 불친절한 역무원과 손짓발짓 해가면서 표를 사야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 숱한 인고의 순간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인내력을 시험케 한다. 그렇게 겨우 산 기차표가 잘못 샀다면, 우와! 생각 만해도 미친다. 표 한 번 환불하거나 바꾸려고 또 같은 짓을 반복해야 하고 그 불친절한 역무원과 훨씬 난이도 있는 대화를 해야 했다. 그렇게 한 번 하고 나면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가버리고 온몸의 진이 다 빠져버리고 만다.

 

기차표 구하는 것에 있어서는 인도가 중국보다 더 힘들다고 하니 오늘 제대로 인도 여행 실전 경험을 쌓는다.

 

아침 8시 반쯤 해서 릭샤를 타고 우다이푸르 기차역으로 갔다. 역은 멀지 않아서 릭샤로 15분 정도의 거리다. 일단 잘못 산 기차표를 환불하고 10시에 판매가 시작되는 내일 딱갈표를 사야만 한다. 일반표는 당연히 매진이다. 딱갈표는 급한 사람들을 위해 남겨놓은 표라고 할 수 있다. 일반표는 미리 매진이 되기 때문에 급하거나 꼭 필요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일정량의 표를 그 전날에 풀어 놓는다. 당연히 가격은 일반표에 비해 훨씬 비싸다. 그런데 왜 이리 일찍 가냐고. 10시에 판매되는 딱갈표를 사려고 일찍부터 여행사 등에서 줄을 서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딱갈표마저 못 살 수 있다. 성수기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서두르는 것이 낫다.

 

인도에서는 기차표를 살 때 양식이 있어서 거기에 필요한 것을 기입해서 제출해야 한다. 취소할 때도 마찬가지. 일단 역에 가서 역 창구에 비치한 양식을 기입했다. 형이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썼다. 역마다 양식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창구에는 줄 서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일단 환불을 하려고 창구에 줄을 섰는데, 5분 정도 서 있었나 생각지도 않게 앞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우리보고 먼저 하라고 양보를 해 준다. 왜 이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10시에 판매를 시작하는 내일 딱갈표를 사려고 미리부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직 10시 전이라 환불하려는 우리에게 줄을 양보, 아니 비켜준 것이다.

 

 

 

 

 

딱갈표는 10시 이후에 가능하니 일단 창구에서 환불 신청을 했다. 역무원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하다가 기차표를 자세히 보고서야 우다이푸르(Udaipur)가 아니라 우담푸르(Udampur)라는 것을 알고 옆에 있는 역무원에게 보여주면서 웃는다. 자식 웃긴 그럴 수도 있지. 환불금액을 보고는 짜증이 확 밀려온다. 자그마치 70%를 깎고 주는 것이다. 30%에 해당하는 710 루피만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기차표 가격이 2,850루피인데 여기서 2,140루피를 까고 달량 710루피만 준다. 기차 출발 한참 전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여행책에는 24시간에서 4시간 전에는 20% 삭감이라고 했는데, 그새 바뀐 모양이다. 혹시 역마다 다른가? 설마 역에서 사기 치지는 않겠지.

 

환불을 하고 나니 역무원이 내일 표를 지금 주겠단다. 아직 10시 한참 전인데 말이다. 그런데 우리보고 여권과 사진 사본이 필요하다고 한다. 딱갈표가 아니라 외국인 쿼터를 주려나 보다. 그렇더라도 여권과 사진 복사본이 필요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표를 준다는데.

 

일단 줄에서 나와서 역 밖을 나왔다. 어디서 복사를 하나 둘러보다가 역 앞에 보이는 호텔로 갔다. 다행히 좀 좋아 보이는 호텔이어서 그런지 기꺼히, 그것도 무료로 복사를 해준다. 복사본을 가지고 다시 창구로 가서 표를 샀다. 표를 보더니 형이 기차표 가격이 너무 비싸단다. 딱갈표라 하더라도 기차앱에서는 인당 1,400루피 정도인데 우리 표는 1,610루피를 받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쿼터의 일반표라면 훨씬 더 싸야 한다. 일반표와 외국인 쿼터나 가격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산 표는 딱갈표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니 도대체 우리 표는 어떤 표인지 모르겠다. 다시 창구에 가서 물어보자니 이제는 줄이 더 길어져서 엄두가 안 난다. 역시나 힘들다. 인도에서 기차표 사는 것은. 아주 생쇼를 하고 있다. 그래도 표를 사지 않았는가! 일단은 성공했다. 그게 중요하다.

 

결국 계산해보면 이번 예약 실패로 손해 본 금액이 두 명 합해서 환불 손해 2,140루피에, 기차표 1,000루피, 그리고 릭샤비 왕복 160루피 해서, 전체 3,300루피다. 여기에 일정 변경과 기차역에 오는 데 든 시간 등의 부대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방값이나 릭샤값 겨우 10, 20루피 깎는다고 그렇게 힘들게 싸웠는데, 그 이상을 한 방에 날렸다. 인생이란 참.

 

이제 여유가 생겨서 역을 한 번 들어가 봤다.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기차편이 없어서 그런지 플랫폼은 한산하다.

 

 

 

 

 

내일 기차표를 구하고 오늘도 영화 한 편 때리러 셀리브레이션 몰(Cellibration Mall)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영화관으로 가니 인도 TV에서 지겹게 선전하던 인도 판 '해리와 샐리가 만날 때'가 개봉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 보려고 봐두었던 그 며칠 사이에 다 내리고 없었다. 이 영화가 스크린을 거의 다 독점하고 있었다. 4개 관이나 있는데 영화는 겨우 3편을 상영하고 있었다. 그나마 어제 본 영화를 제외하면 다른 영화 하나는 타임 사이사이에 상영을 해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여기도 특정 영화의 영화관 독식이 문제인 것 같다. 별 수 없이 '해리와 샐리'를 볼 수밖에. 다행히 바로 시작하는 것이 있다. 아니 이미 시작을 했다. 광고 중이겠지만.

 

어제보다 상영관이 크다. , 영화마다 극장표도 다른 것 같다. 어제는 좌석에 따라 다르게 극장료를 받았는데 가장 비싼 게 170루피였다. 오늘은 세 종류의 가격이 있는데 100루피, 200루피, 그리고 300루피가 있단다. 어제와 가격이 확실히 다르다. 일단 중간 가격인 200루피를 끊고 들어갔다.

 

상영관은 어제 보다 크다. 우리 좌석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뒤에 좀 더 넓은 좌석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위치나 좌석이 나쁘지 않다. 어제 영화보다 사람이 많다. 선전도 많이 했고, 오늘이 개봉이라 그런가 보다. 인도에서 개봉일에 영화를 본다.

 

영화는 진짜 재미없다. 전형적인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 노래와 춤도 어제보다 더 적다. 지난번 인도 영화는 주된 배경이 영국이더만 이번 영화의 주된 배경은 유럽 전역이다. 상당히 지루하게 봤다. 유럽 올로케하고, 마켓팅 하느라 돈만 엄청 쏟아 부은 것 같다. 영화관에 있는 인도 관객들의 반응도 확실히 지난번 영화보다 못하다.

 

저녁은 우리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소니(Soni) 음식점에 가서 닭볶음탕에 맥주 한 병 했다. 이곳도 좀 팔아주어야 할 것 같아서 갔다. 많이 달라고 했더니 감자만 많다. 닭은 우리 숙소 탄두리보다 훨씬 못하다. 게다가 모기는 왜 이리 많은지.

 

저녁을 하고는 숙소 루프탑으로 올라서 생강레몬차 한 잔 하고 있다.

 

요즘 어둠이 내리깔리기 시작하면 하늘을 날라 다니는 정체모를 새가 있었는데 오늘에야 결론을 냈다. 박쥐였다. 그것도 거의 까마귀만한 박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서너 마리의 박쥐들이 저 멀리서 비행을 하기 시작한다.

 

낮에는 매가 활공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본다. 우리가 있는 루프탑 근처 가까이 활공하는 모습도 간혹 본다. 매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다른 새들과 다른 기품이 있다. 날개짓도 거의 하지 않으면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유유자적 활공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멋있다. 새들도 저러니 사람은 오죽할까. 매처럼 저렇게 가만히 있어도 기품이 우러나오는 사람이 분명 있다. 경망스러워 보이는 사람도 있고.

 

며칠 전에는 앵무새도 봤다. 새장에 있는 앵무새가 아니라 자연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앵무새 말이다. 정확히 앵무새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 앵무새처럼 생긴 새였다.

 

인도가 동물 천국인지는 알겠는데, 우다이푸르는 더욱 그런 것 같다. 길거리에 소, 개는 물론이고, 우리 숙소 근처에는 원숭이들이 활개를 친다. 방에서 보면 방 바로 앞에 있는 나무와 탑 위에서 열댓 마리의 원숭이들이 돌아다닌다. 새끼를 낳는 계절인지 어린 원숭이들도 많다. 엄마 품에 매달려 있는 겨우 털이 난 원숭이도 있다. 사람이나 원숭이나 어린 것들은 한시도 가만있질 않는다. 친구끼리 장난도 치고, 나무나 전선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흥미로운 것은 이놈들이 매일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 3일에 한 번 정도 숙소 근처에 나타난다. 지난번에는 숙소 루프탑 식당까지 큰 원숭이 한 마리가 올라와서 우리를 지그시 보다가 갔다. 우리로부터 거리가 5미터 남짓 떨어져 있었나. 가까이서 보니 진짜 큰 놈이었다.

 

 

 

 

 

 

 

거리에는 당나귀, 말도 다닌다. 하얀 백마. 우리가 수제비를 먹는 그 식당에서 조금 올라오면 백마 서너 마리를 가두는 우리가 있다. 아마도 관광객들을 태우는 말들인 것 같은데 하얀 백마의 자태가 훌륭하다. 가끔씩은 안장도 없이 말을 타고 다니는 모습도 간간히 본다.

 

그저께는 영화보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에서 낙타 타고 달리는 사람을 봤는데, 오늘은 영화보고 돌아오는 길에 코끼리 타고 다니는 것을 봤다. 길에서 보니 코끼리는 어마어마하다. 거의 장갑차 같다고나 할까. 낙타도 작지 않았는데.

 

숙소에서 다람쥐들은 흔히 본다. 가게 아저씨들이 가끔씩 먹이를 던져 주는 모양이다. 소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그렇다 치고, 개야 지들이 다닌다고 하고, 당나귀나 말이나 낙타나 코끼리는 사람들이 이유가 있어서 키운다고 하더라도, 도심에서 자유롭게 사는 원숭이, 다람쥐, 새들을 보면 인도인들이 동물들을 대하는 자세를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동물들에 대한 인도인들의 자세는 그냥 공존 그 자체로 보인다. 동물들을 잡으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생활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 한 거의 개의치 않는다. 때론 새나 다람쥐, 다른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자세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따뜻한 나라라 역사적으로 먹는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아서 그럴까? 우리에게는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무껍질을 삶아 먹을 정도의 배고픈 시기다.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곤 했다. 보릿고개가 있는 것은 겨울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먹을거리가 떨어지는. 이 시기에 동물들은 훌륭한 식량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수천 년을 이어져 왔다. 잔인한 것이 아니라 그게 우리의 숙명적인 삶일 수밖에 없다.

 

인도인들이 이렇게 동물들과 공존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종교적인 배경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식량이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이 없는 사철 따듯한 기후 말이다. 이런 기후에서는 보릿고개와 같은 시기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동남아와 같은 열대지역에서는 기본적으로 동물들도 많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사는 모습을 자주 본다.

 

오늘은 진짜 우다이푸르의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피촐라(Pichola) 호수의 야경이 더 눈에 깊이 박힌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