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인도 여행 (라다크, 라자스탄, 델리)

델리 3: 다시 뉴델리, 좀 괜찮은 호텔(20170806)

경계넘기 2018. 1. 29. 10:46

2017. 8. 6. . 맑음. "다시 뉴델리, 좀 괜찮은 호텔

 

원래는 이른 아침인 630분에 도착해야할 열차가 거의 8시가 다 되어서 델리에 도착했다. 방을 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늦게 도착할수록 좋다. 이른 아침에는 방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행인 셈이다. 다만 뉴델리 진입하고 나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열차 안에서 주변의 쓰레기와 똥 싸는 사람들을 계속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멀미가 느껴진다.

 

색다른 경험이다. 아침에 커다란 물병 하나씩을 들고 철로 주변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처음에는 뭐하는 사람들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뒤를 보고 씻을 물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기차가 지나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의 화장실 보급률이 심각하다고 하더니만 그 말을 몸으로 실감한다.

 

우다이푸르(Udaipur)에서 출발한 열차는 뉴델리역이 아니라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니자무딘(Nizamuddin)역에서 내렸다. 역에서 나오는데 뉴델리역 못지않은 인파와 릭샤들로 뚫고 나오는데 한참이 걸렸다. 역에서 바로 큰 길로 나와서 지나가는 릭샤를 잡았다. 빠하르간즈(Paharganj)까지는 150루피. 오히려 대도시가 릭샤 가격은 싼 것 같다.

 

델리에서 이번 숙박은 빠하르간즈의 메인 바자르를 벗어나서 있는 3성급 호텔을 잡기로 했다. 지난번 빠하르간즈를 경험했으니 굳이 다시 할 필요도 없고, 덥고 습한 뉴델리에 있으려면 아무래도 숙소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여정의 사치이기도 하고. 더욱이 빠하르간즈의 숙소는 대부분 좁은 골목길에 있어서 답답하고 냄새도 많이 난다. 좀 깨끗하고 고급스런 호텔들은 빠하르간즈에서 한 블록 북쪽에 밀집해 있었다. 메인 바자르에서 걸어서 15,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물론 릭샤로는 5분 정도의 거리지만.

 

릭샤를 타고 우리가 1차 목적지로 했던 호텔에 도착했다. 가장 평이 좋은 곳. 그러나 빈방이 없다. 여기서 시작해서 근처의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서 평이 좋은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뒤로 한 블록 정도 걸어가 있는 Godwin 호텔에 갔다. 골목을 사이에 끼고 두 개의 Godwin 호텔이 나란히 붙어 있다. 사이트에 있는 호텔로 갔더니 가격이 조금 비싸다. 옆에 있는 Godwin으로 갔는데 조금 저렴하다. Godwin이 잘 되니 모방 호텔이 옆에 생긴 것인지 알았는데 두 개가 체인이란다. 체인인데 이게 새로 생겨서 그런지 가격이 조금 싼 것이다. 하루에 2,600 루피. 배낭여행자에겐 엄청 과분한 가격이다. 방에 창이 없긴 하지만 넓고 깨끗해서 묵기로 했다. 욕실도 넓다. 에어컨도 중앙공급식인데 빵빵하다. 이곳에서 이제 4일만 머무르면 귀국이다.

 

 

 

 

샤워를 하고 바로 빠하르간즈로 나갔다. 송 선배와 신 양 그리고 레에서 만났던 그 애니메이션 한다는 김 선배를 만날 요량이다. 레에 도착한 첫날부터 끝까지 거의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 한 일행들이다. 보통은 잠시 만났다 헤어지게 마련인데 이렇게 다니기도 쉽지 않다. 두 번 헤어졌다가 이번에 세 번째 만나는 것이다.

 

출국하는 날도 비슷해서 송 선배가 오늘 저녁에 출발하고, 신 양과 김 선배가 8일 저녁, 그리고 우리가 10일 저녁에 출발한다. 이번에는 우리가 마지막인 셈. 오히려 여성 동지들을 먼저 보내고 출발하니 안심이 된다. 오늘은 뉴델리에서 다시 뭉치는 날이자 송 선배를 송별하는 날이기도 한 셈이다.

 

정오가 가까워진 시각이라 그런지 푹푹 찐다. 우다이푸르의 상쾌했던 날씨가 그리워진다. 도저히 걸어서 빠하르간지에 갈 엄두가 안 난다. 바로 릭샤를 잡았다. 50루피. 이제는 대충 지리도 알고 릭샤 흥정도 익숙해졌다. 다시 그 혼란과 혼돈의 뉴델리다. 길도 엄청 막힌다. 메인 바자르의 씨티은행 기계 앞에서 며칠 만에 다시 일행들을 만났다. 다시 보니 더욱 반갑다.

 

 

 

 

이번 여행에서 대충 보면 날씨와 관련된 한 가지 패턴이 있다. 여행지 도착 첫날은 날씨가 좋다가도 다음날부터 비가 오거나 흐려졌다는 사실이다. 지난번 뉴델리도 그랬고. 이번에도 도착 첫날인 오늘은 해가 쨍쨍하다. 아마 내일부터 날씨가 흐려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패턴대로라면.

 

카페에서 수다를 좀 떨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송 선배가 공항으로 가야 하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늘 이곳에서는 먹는 게 일이다. 이번에는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는데 예전에 송 양이 먹었다던 그 레스토랑에서는 더 이상 스테이크 요리가 없었다. 맞은편에 있는 식당으로 가니 스테이크가 있다. 일반 소는 먹을 수 없으니 물소란다. 인도에서 거의 처음 먹어보는 소고기다. 스테이크는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다만 스테이크라기보다는 약간 불고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양해를 얻어서 사온 맥주도 마셨다. 간만에 먹는 소고기 맛에 푹 빠져서 루프탑 레스토랑의 더위도 잊었다. 저녁을 먹고 송 선배와 작별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올 때는 해도 조금 들어가고 해서 걸어서 왔다. 20분 조금 너머 걸린 것 같다. 덥다.

 

숙소에 들어와서는 샤워를 하고 인터넷 삼매경. 더워서 다른 것을 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렇게 덥고 습한 곳에서는 실내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괜찮은 숙소를 얻은 것은 잘한 생각 같다. 여행의 노하우라고 할까. 이전에 묵었던 곳과 같은 숙소였다면 숙소에서 쉬는 것도 그다지 편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곳은 호텔이라 침대 시트도 뽀송뽀송하다. 편한 곳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낸다. 인도에서의 마지막 사치라고 할까. 하루 2,600루피면 우리 돈으로 5만원 남짓. 모텔 가격으로 중급 호텔에 지내고 있으니 한국 물가와 비교하면 엄청난 호강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