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쨩 살이 2: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金星紅旗)’ 이야기 (20240430-1)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金星紅旗)’ 이야기

 

 

나짱의 해안길이 ‘금성홍기(金星紅旗)’의 물결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에 일어나 나짱 해안길을 산책한다. 그런데 무언가 다른 분위기가 내 눈길을 끈다. 곳곳에 ‘금성홍기’다. 바닷가에서 무슨 ‘금성홍기’냐고 하겠다. 해안가 공원에서 아침마다 운동 삼아 단체로 춤을 추시는 베트남 아주머니들께서 오늘 전부 금성홍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춤을 추고 계신다. 어느 팀은 아예 대형 국기를 휘두르며 군무를 추신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신다.

 

 

 

 

오늘이 4월 30일 베트남 ‘통일의 날’이다.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이 당시 남베트남의 수도인 사이공(Saigon)을 함락시켰다. 이날 남베트남의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베트남 전쟁이 종식되면서 사실상 남북 베트남이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그래서 이 날을 ‘통일의 날’로 정해서 기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남북 베트남이 통일되어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출범한 날은 1976년 7월 2일이다.

 

 

 

 

온 도시가 금성홍기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집집마다, 상점마다 금성홍기가 걸려 있다. 도로의 중앙 분리대에는 금성홍기와 공산당 국기가 같이 게양되어 있다. 골목길에 들어서면 좁은 길 사이에 펼쳐진 금성홍기의 행렬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진다. 금성홍기가 빨간 바탕의 중앙에 황금빛 금별 하나가 그려져 있다 보니 어느 나라 국기들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중국에서 한 2년 살면서 중국인들의 국기 사랑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베트남은 한 수 위다. 참고로 중국의 국기는 ‘오성홍기(五星紅旗)’다. 금성홍기와 비슷한데 큰 별 하나와 작은 별 네 개 총, 다섯 개의 별이 그려져 있다.

 

 

 

 

설 명절에도 금성홍기를 온 동네에 게양한다.

 

국경일뿐만 아니라 거의 항상 국기를 게양하고 있는 집들도 흔치 않다. 거리나 중요 시설은 물론이고 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베트남 최고의 명절인 설(뗏)에도 온 동네에 금성홍기를 게양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는 운동회 때나 봤던 만국기 게양하듯 동네마다 골목길 하늘에 금성홍기를 건다.

 

 

 

 

금성홍기는 베트남의 굴곡진 현대사와 같이 했다.

 

 

금성홍기는 붉은 바탕 위에 황금빛 별이 빛나는 국기다.

 

깃발의 역사는 1940년까지 올라간다. 베트남 혁명가 응우옌 흐우 티엔(Nguyễn Hữu Tiến)이 만들어서, 1940년 프랑스 식민통치에 맞서 싸우던 코친차이나 봉기(Cochinchina uprising)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1945년 9월 5일에는 호치민에 의해 베트남 인민공화국(북베트남)의 국기로 채택되었다. 이후 베트남이 통일되면서 1976년부터는 통일 베트남의 국기가 되었다.

 

단순한 만큼 강렬한 의미를 담고 있다.

 

1940년 독립운동을 위해 만들어졌기에 당시에는 붉은색은 독립을 위해 흘린 피를, 금색별은 베트남인을 상징했다고 한다. 그리고 별의 다섯 꼭지는 지식인, 농민, 노동자, 상인, 군인, 즉 사농공상병(士農工商兵)의 다섯 계층을 상징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일 이후에 별은 베트남 공산당을, 붉은색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상징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남베트남의 국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남베트남, 즉 베트남 공화국의 국기는 주황삼선기로 불린다. 노란 바탕색에 가로로 빨간색 세 줄이 있는 모습이다. 베트남 최초의 통일 왕조인 응우옌 왕조 때인 1890년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노란색 바탕은 베트남 사람과 토지, 빨간색 세 줄은 각각 베트남의 북부, 중부, 남부를 상징했다고 한다. 현재는 당연히 사용이 금지되겠지.

 

 

베트남 공화국(남베트남) 국기 (출처: Wikepedia)

 

 

참고로 하나 더,
베트남의 ‘금성홍기’가 중국의 ‘오성홍기’보다 형님이다.

 

 

두 국가의 국기가 비슷하다보니 많은들 베트남의 금성홍기가 중국의 오성홍기를 베낀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의 오성홍기는 1949년 10월 1일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출범과 함께 등장했다. 오성홍기는 공개 모집을 통해 1949년 9월에 최종 선정되었다고 한다. 베트남 금성홍기는 1940년에 등장했으니 베꼈다면 중국이 베낀 게 된다.

 

 

중국 국기(오성홍기) (출처: Wikipedia)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