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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쨩 살이 3: 베트남 오토바이 교통사고 현장

경계넘기 2024. 5. 1. 18:50

 

 

베트남 오토바이 교통사고 현장

 

 

창밖으로 보니 해안도로를 경찰이 완전 통제하고 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선 시간이다. 경찰이 해안도로의 시내 방향 차선을 경찰차로 완전히 틀어막고 있다. 오늘이 통일의 날이니 무슨 행사를 하려나 싶다. 베트남에서 행사를 할 때 이렇게 도로를 통제하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

 

얼른 카메라를 들고 나선다.

 

한낮은 아니지만 이 시각의 햇살도 강렬하기 때문에 완전 무장을 한다. 선크림도 바르고. 카메라를 든 손에는 장갑까지 꼈다. 도로로 나가서 통행을 막고 있는 길로 들어선다. 차나 오토바이의 통행은 막아도 사람의 통행은 막지 않는다. 행사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길을 막은 것이다.

 

좀 걸어가니 멀리 버스 한 대가 2차선 길을 막고 있다. 저쪽에서는 경찰이 버스로 길을 막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영 분위기가 이상하다. 다가가니 버스 뒷바퀴 부분에 무언가가 보인다. 더 다가가서 보니 그건 나뒹굴고 있는 오토바이였다. 그리고 버스 뒷바퀴에 오토바이 운전자로 보이는 사체가 깔려 있었다. 돗자리 같은 것으로 급하게 사체는 덮여있지만 삐져나온 다리 모습은 여성 운전자의 모습이다.

 

버스에 부딪혀 뒷바퀴에 깔린 모양이다.

 

버스가 2차선을 대각선으로 막고 서 있는 것으로 봐서는 호텔 앞에 주차하려고 후진하려 했던 모양이었다. 그때 오토바이가 버스의 후진을 인지하지 못하고 버스와 충돌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자는 버스의 뒷바퀴 밑으로 깔려들어 간 것 같다. 운전자는 현장에서 바로 즉사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미 와서 현장과 도로를 통제하고 있는데 응급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다.

 

조금 있으니 경찰의 현장 파악이 끝났는지 현장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버스의 뒷바퀴에서 사체를 빼내서 길가로 옮긴다. 차마 보기 끔직한 장면이라 저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사체는 여전히 돗자리 같은 것으로 덮여 있다.

 

 

 

 

근처 가게 사장이 사체가 놓였던 자리에 향을 피운다.

 

베트남에는 집이나 가게마다 조상이나 신을 모시는 단이 있다. 그러다 보니 향이 항상 구비되어 있다. 가게 사장이 향 다발을 들고 내 옆을 지나 사체가 있던 자리로 간다. 그곳을 이미 향통이 놓여져 있다. 처음 볼 때 뿌옇게 보였던 것이 향이었나 보다. 사고 난 오토바이에서 나는 연기라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다 타 사라진 향통에 새로 향을 담고 불을 붙인다. 주변의 베트남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가신 분의 넋을 애도하고 있었나 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베트남에서는 차량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길을 건너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곳에서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이곳 냐짱(Nha Trang)의 해안도로가 조금 위험하다.

 

해안도로에서 속도를 내는 오토바이를 자주 본다. 냐짱, 그 중에서도 내가 있는 혼총(Hon Chong) 해안은 시내에서 떨어진 곳이라 출퇴근 시간이 지나면 차량이 많지 않다. 길은 좋은데 차량이 많지 않다 보니 속도를 내는 오토바이를 자주 본다. 일반적인 도로에서는 오토바이와 차가 많아서 오토바이나 차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사고가 나도 단순 접촉사고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제법 속도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나도 길을 건널 때면 무척 조심을 하는 편이다. 버스 운전자도 분명 잘못은 했겠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도 제법 속도를 냈던 모양이다.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도 차나 오토바이가 제법 속도를 냈다.

 

타이응우옌은 하노이(Hanoi)에서 북쪽으로 대략 75km 정도 떨어져 있는 일종의 산업도시다. 타이응우옌에서는 도시를 관통해거 주변으로 빠지는 제법 넓은 도로가 있다. 왕복 6차선의 도로인데 주변에 공단이 있다 보니 산업도로의 역할을 한다. 코이카 봉사활동을 했던 대학이 이 도로에 접해 있는데 이 길을 건널 때마다 무척 조심했다. 도로가 넓고 잘 깔려있다 보니 한가한 시간대에는 오토바이든 차든 속도를 무척 내기 때문이다. 함부로 길을 건너지 말라고 높은 중앙분리대도 있다. 이 길을 건널 때에는 거의 한국에서 건너듯이 차가 뜸해질 때를 기다렸다 건너곤 했다

 

 

 

베트남에서는 길을 건널 때 마주 오는 차나 오토바이를 보면서 천천히 걸으면 된다고 한다.

 

하노이나 호찌민의 도심 도로에서 길을 건널 때 한국에서처럼 오토바이나 차가 뜸할 때를 기다려 건너려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아마 하루 종일 못 건널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그냥 오토바이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가로 질러 걸으면 된다. 그러면 마치 바다 속 물고기 떼들처럼 알아서 오토바이들이 피해간다. 오히려 도로 위에서 갑자기 서거나 뛰는 것이 위험하다.

 

하지만 베트남 모든 곳에서 이 방식이 통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토비아와 차가 그득해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도로에서나 하는 방식이다. 도로가 좋고, 차량이 뜸한 곳에서는 베트남인들도 사람인지라 엄청 속도를 낸다. 이럴 때 차량 많은 도심에서처럼 길을 건너려 하면 무척 위험하다. 이런 도로에서는 달려오는 오토바이들도 조심하라고 멀리서부터 경적을 울리고, 차들은 경적과 함께 라이트까지 깜박여 댄다.

 

지금 나짱의 해안도로가 그렇고, 타이응우옌의 국도가 그렇다.

 

 

 

 

특히 여행 중 오토바이나 전동 킥보드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교통사고로 다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토바이 사고가 많다. 동남아시아처럼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오토바이가 보편화되어 있는 곳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토바이 사고는 이처럼 대부분 중상이나 사망 사고로 연결된다. 나 역시 동남아에서 오토바이를 빌려서 다니곤 했지만, 다시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축제 행사라고 지레짐작한 내가 한심하기까지 하다.

 

사고 현장은 종종 봤지만 사체가 있는 사망 현장은 처음이다.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by 경계넘기 (202404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