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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23, 우크라이나 리비우 7: 여행은 선택의 연속, 우유부단이 길을 막는다(20190625)

경계넘기 2019. 8. 4. 19:54

 

여행은 선택의 연속, 우유부단이 길을 막는다

 

 

여행은 선택의 쉼 없는 연속이다.

 

어디를 갈지, 언제 갈지, 어떻게 갈지에서 어디서 잘지, 어디서 먹을지, 무엇을 먹을지 등등. 크든 작든 끝없는 결정의 과정이다. 선택의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결정은 더 어려워진다. 리비우(Lviv)에 있는 지금 내가 그렇다. 어디를 가야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 아니, 고민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그냥 결정을 미루고만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으로 보인다. 이런 걸 우유부단이라 하지.

 

리비우에 오기 전까지는 여행루트가 단순했다.

 

여기서 좀 쉬다가 프랑크푸르트로 바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선택의 폭이라면 그저 언제, 어떻게 갈 것인가 정도. 버스를 타고 폴란드의 바르샤바와 독일의 베를린을 거쳐서 갈 것인지, 비행기를 타고 바로 프랑크푸르트로 갈 것인지. 그런데 며칠 전 비행기표를 검색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루트를 발견했다. 여기서 이집트 다합(Dahab)으로 넘어가는 비행기가 무척 쌌다. 이번 주와 다음 주에 20만원 조금 안 되는 비행기표가 있었다.

 

이 순간 새로운 선택의 길에 빠져 들었다.

 

다합은 물가도 싸지만 무엇보다도 수영이나 다이빙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7, 8월에 물가가 극도로 비싸지는 유럽을 피해 있기 아주 좋은 곳이다. 어차피 가려고 했던 곳이기도 하고. 그때부터 다합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바로 프랑크푸르트를 가는 것과 먼저 다합에 갔다가 나중에 프랑크푸르트에 가는 것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저울질만 계속하고 있다는 것. 그 사이 6월 말에 있었던 싼 티켓들은 다 놓쳤다.

 

 

 

예상은 했다.

 

내가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강제적으로 선택의 폭을 줄여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유부단한 사람이 가지는 의존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건 자신의 결정을, 즉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심리일 뿐 많은 경우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하늘, 즉 운으로 돌릴 수는 있어서 마음은 편하다고 할까.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면 자학을 할 터이니.

 

 

 

결정을 빨리 못 내리는, 나 같은 사람은 대체로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

 

깊이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같은 생각의 끝없는 반복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간과 기회를 모두 놓쳐 버린다는 것. 너무 많은 고민과 생각이 행동할 시간과 좋은 기회를 놓치게 하기도 하고, “장고 끝에 악수(惡手) 나온다는 말이 의미하듯이 오랜 고민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놈의 우유부단함을 여행하면서 고쳐볼까 하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다.

 

강제 결정이 내려져서 프랑크푸르트로 가기로 했지만 여전히 난 언제,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역시 여행의 여정은 고정된 틀이 없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다양한 길과 방식이 있다. 여행이 인생과 비슷하다면 인생도 그럴 것이다. 그럴수록 더 많은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직면한다.

 

여행과 같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도 이렇게 뭉기적거리다 많은 기회를 놓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기보다는 외부의 무언가에, 그것이 사람이든 신이든 시간이든, 의존하며 내 인생의 책임을 회피해가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행에서 인생을 묻는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오히려 큰일은 결정이 빠르고 단호하다는 것.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by 경계넘기.